외국어로 옮기기 어려운 러시아 단어 5개

재미있는 러시아 단어 5 가지

재미있는 러시아 단어 5 가지

바르바라 그란코바
저명한 러시아 언어학자 알렉세이 미헤예프가 'siloviki', 'bespredel' 등 몇몇 러시아 단어가 오늘날 한국어에도 필요한 이유를 설명한다.

실로비키(siloviki)

이 단어는 다른 외국어에 서서히 침투하고 있는 추세인데 그냥 '실로비키(siloviki)'로 번역한다. 러시아어 힘(실라,сила)에 사람을 나타내는 비크( вик)가 결합한 단어다 권력기관에서 여러 계파의 싸움이 치열해지는 양상을 바라보며 10여 년 전 정치평론가들이 사용하기 시작한 뒤 러시아 사회에서 적극적으로 이 단어를 수용하기 시작했다.

'실로비키', 다시 말해 '막강한' 부처의 권력 실세인 수장들은 정치적 성향으로 볼 때 '자유주의자(리버럴)'라고 불리는 사람들과 경쟁하는 세력으로 간주된다. 실로비키들은 국익(안보, 범죄와의 전쟁, 자주권)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고, 자유주의자들은 경제 발전과 시민의 자유 확장을 주안점으로 삼는다.

이런 대립각은 비단 러시아만이 아니라 다른 많은 나라에서도 많든 적든 접할 수 있는 현상이다. 민주주의 역사가 비교적 짧은 나라들에서 막강한 조직(군대, 경찰)의 수장들이 쿠데타를 주도하는 일도 종종 있다.

결론은 이 권력 계층을 나타내는 보편적 용어인 '실로비키'가 확실히 러시아어에서 온 단어라는 사실이다.

소복(sovok)

'소복'은 소련 시절, 그리고 지금까지도 삶의 곳곳에서 맞닥뜨리는 부정적인 측면들을 두드러지게 나타내는 단어로 반어와 경멸의 뉘앙스를 담고 있다. 명사 '소복(sovok)'은 형용사 '소비에트(소련식의 советский)'의 준말 역할을 하는 셈이다.

'소복'은 다음과 같이 두 가지 의미로 사용할 수 있다. 나라 명칭이나 (예시: '소복에 산다'라고 하면 '소련에 산다'라는 의미다), 사람의 성격을 표현할 때 (예시: '그는 어쩔 수 없는 소복이야'라고 하면 '그는 어쩔 수 없는 소련식 사람이야'라는 의미다) 사용한다. 사람을 '소복'이라고 칭하면 무기력하고 수동적이고 피동적인 사람, 전적으로 국가에 의지하면서 적지만 국가로부터 받는 것에 만족하며 사는 사람이라는 의미이다. 시대를 '소복'이라고 표현하면 뭔가가 지루하고 음울하고 정체된 시대를 말한다(소련이 해체되기 전 마지막 20년을 '정체된 시대'라고 부르는 것은 타당한 이유가 있다).

'소복'은 공식적인 선전선동이 실제 삶과 완전히 동떨어졌던 거짓과 위선의 시대적 분위기를 반영하는 단어이다. 사회적 제재를 받지 않기 위해 소복의 시민들은 반드시 일련의 의식들을 치러야 했고(예컨대, 사실상 선택의 여지가 없고 말로만 '국민을 대변하는' 의원 선거에 참여하여 한 표를 행사해야 했다), 국가권력이 무슨 행보를 취하든 이런저런 형태로 받아들여야 했으며 빈궁한 자신들의 생활을 심하게 불평도 하지 말아야 했다.

투솝카(tusovka)

이 단어는 1980년대부터 젊은이들이 사용하는 은어이다. 그룹 모임을 일컫는 말인데 자신의 관심사를 함께 나누고 비슷한 방식으로 삶을 사는 사람들과 자유롭게 만나서 어울리는 모임을 말한다.

'투솝카'는 '타소바티(tasovati)'라는 동사에서 파생한 단어인데 '카드를 섞다'라는 뜻이다. 즉, 투솝카에서는 여러 사람들과(낯선 사람도 포함하여) 섞여 접촉할 수 있으며, 이 접촉이 다중적이고 우연적인 성격을 띤다는 말이다(디스코텍에서 하는 투솝카를 연상해보면 된다).

나중에 이 단어의 의미는 더 확장된다. 오프라인에서 하는 진짜 그룹 모임만이 아니라 직업이나 정치적 지향 등 일정한 기준에 따라 형성되는 온라인 가상 커뮤니티를 투솝카라고 일컫는다. 시간이 흐르면서 후자의 의미가 더 강화되었다.

하는 일에서 성공하려면 영향력이 막강한 문학 또는 예술 투솝카에 가입해야 한다는 생각이 창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널리 퍼져있다. 정치적 성향을 살려 투솝카의 이름을 짓기도 한다. 예컨대 '자유주의자의 투솝카'는 '애국주의자의 투솝카'에 대치되는 성격을 띠는 경우가 흔하다.

포냐티야(ponyatiya)

이 단어는 '포냐티야를 가지고 산다'라는 표현으로 가장 많이 접할 수 있다. 범죄적 환경에서 탄생한 용어이며 일련의 법률에 대안이 될 만한 어떤 것을 의미한다.

국가의 법률을 부정하고 위반하는 범죄자가 자기가 속한 조직 안에서는 매우 엄격한 행동 규범을 준수한다. '포냐티야'는 특정한 정의와 상호존중에 관한 생각에 근거한 비공식적 윤리의 한 형태이다. 예를 들면 '내부인'을 속이거나 모욕하는 행위는 철저하게 금지된다.

자기가 속한 조직 내부에서만 '포냐티야'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측면으로 볼 때 범죄 세계는 폐쇄형 사회 시스템이다. 90년대에 들어 범죄율이 대폭 상승되자 그전까지 주변부에서만 사용하던 범죄 용어들이 사회 전체로 폭넓게 퍼져나갔다. '포냐티야(개념)를 가지고 산다'라는 표현은 사회의 특정 그룹이 사용하던 때의 의미 틀을 박차고 나가 '사회에 해를 끼치지만 않는다면 국가가 정한 법을 위반해도 묵인하는 불문법, 우리세계의 법칙에 따라 산다'의 의미를 획득하게 되었다.

베스프레델(bespredel)

'베스프레델'의 뜻은 '법치의 부재'와 '방종'에 가깝다. 베스는 없다, 프레델은 한계라는 뜻의 러시아이므로 둘이 결합하면 한계가 없다는 뜻인데 엄격한 법률도, 비공식적인 '포냐티야(개념)'도, 그 어떤 법칙도 아예 지키지 않는다는 의미로 전환된 단어이다. 그렇게 행동하는 사람을 우리는 '무법자(베스프레델시크)'라고 일컫는다.

'포냐티야'와 마찬가지로 범죄적 환경에서 탄생한 이 단어는 처음에는 교도소나 수용소의 상황을 묘사하기 위해 사용되었다. 여기서 '무법자(베스프레델시크)'는 수감자일 수도, 교정시설의 교정직원일 수도 있었다.

90년대에 이 '범죄 세계의' 용어는 '포냐티야'와 마찬가지로 일반 대중들이 널리 사용하는 단어로 거듭났다. 예컨대 사법기관을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이용하여 사익을 채우면서 평범한 시민들의 이익을 침해하는 부패 공무원의 행동을 '관리들의 베스프레델(무소불위)'라고 일컬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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