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어, 벨라루스어와 우크라이나어는 왜 다를까?

알렉셰이 요르스
기자이자 인문학 박사인 크세니야 투르코바가 종종 혼동되곤 하는 러시아어, 벨라루스어, 우크라이나어가 왜 한 개의 언어와 두 개의 방언이 아니고 서로 다른 세 개의 언어인지를 풀어놓았다.

“언어란 육군과 해군을 가진 방언이다.” 언어와 방언의 차이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미국의 언어학자 막스 바인라이히가 한 대답이다.

그러나 이 비유적인 설명이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많은 언어에 육군과 해군이 있으나, 이들은 여전히 방언 또는 다른 가까운 언어들과 계속 혼동된다.

어린 시절 나는 매해 여름을 에스토니아의 할머니 댁에서 보냈고, 동네 소녀 커스티와 친하게 지내며 에스토니아 말을 자주 들었다. 나는 항상 그들과 똑같이 말하는 법을 배우고 싶었다. 둥근 돌들 위를 구르는 물 같은 말의 리듬, 노래 같은 유려함과 섞인 딱딱 끊어지는 소리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학에서 핀란드어를 배우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내게 핀란드어와 에스토니아어, 이 두 언어는 혼동을 일으킬 만큼 비슷하게 느껴진다. 원어민들 자신은 ‘둘은 완전히 달라!’라고 하겠지만 말이다. 유명한 트로이카 ‘러시아어-우크라이나어-벨라루스어’에도 이런 역사가 있다. 심지어 많은 원어민에게 이웃나라 언어는 매우 이해하기 쉽고, 배우는 것도 전혀 힘들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언어학자 발레리 모키옌코는 이런 착각을 매우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많은 외국인들만이 아니라 우리 ‘대러시아인(великороссы)’도 러시아어, 우크라이나어와 벨라루스어를 구분하지 못한다. 바로 이것이 우크라이나 비극의 원인 중 하나가 됐고 러시아와 벨라루스를 결별하게 만들 수도 있다.”

소련 시절 여러 연방 구성공화국에 흩어져 살던 많은 러시아인들은 자신이 살며 일했던 곳 사람들의 언어에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었다. 모키엔코의 의견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어와 벨라루스어에 대한 때로 깔보는 듯한 태도와 이 언어들을 러시아어의 ‘곁가지’로 받아들이는 태도의 뿌리가 바로 여기에 있다.

러시아어를 배워야 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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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어를 배워야 할 이유

책 ‘언어들은 왜 그렇게 다른가(Почему языки такие разные)’의 저자 블라디미르 플룬갼은 러시아어문법 포털 ‘그라모타.루(Грамота.ру)’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크라이나어가 언어라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렇다고 이건 언어고 저건 언어가 아니라고 말해줄 어떤 객관적인 도구가 있다는 건 아니다. 이는 한 사회가 스스로 내린 선택, 결정이다. 말할 것도 없이, 우크라이나어는 존재한다. 수백 만 명이 그 언어로 말하고 쓰기 때문이다. 그럼 왜 다른 언어들과 비슷하냐고 한다면, 그런 경우는 수백 가지다. 노르웨이어와 덴마크어도 비슷하다. 게다가 러시아어와 우크라이나어의 경우보다 훨씬 더 비슷하다.”

러시아어, 우크라이나어와 벨라루스어는 14세기에 비로소 분화되기 시작한 동슬라브어들이다. 이는 슬라브인들이 다양한 형태의 국가에 살게 된 덕분에 일어났다. 동 루시 일부는 킵차크한국의 지배를 받았고 서 루시는 한 때 동슬라브어가 공식어였던 리투아니아 대공국의 지배를 받은 탓이다(폴란드-리투아니아 연방의 결과).

세 언어 중 한 언어를 알면 다른 언어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상상은 착각에 지나지 않는다. 벨라루스 출신 러시아 기자 빅토르 댜틀리코비치는 두 언어의 차이를 증명하는 자신만의 방법을 사용한다. 지나치게 자신을 과신하는 자기의 지인들에게 그냥 벨라루스어로 된 텍스트를 읽게 하거나 그들에게 벨라루스어로 3분 동안 말하는 것이다. 그러면 유사성에 대한 질문은 대개 쏙 들어가 버린다.

페테르부르크의 언어학자 알렉산드르 삽첸코는 대만에서 우크라이나어를 가르치고 있는데, 자신의 학생들은 잘 훈련되어 러시아어를 우크라이나어나 벨라루스어와 혼동하지 않는다고 한다. 나아가 이들은 서로 더 많이 닮은 언어들이 있다는 사실을 이해한다.

우크라이나어는 우크라이나 시인 타라스 솁첸코와 작가 이반 프랑코의 텍스트를 준거로 삼아 체계화된 때부터 이미 폴란드어 및 기타 서슬라브어와 많은 어휘적 유사성을 갖고 있었다. 따라서 폴란드인과 체코인에게는 러시아어보다 잘 이해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가 하면 다름 아닌 고전 텍스트들이야말로 러시아어와 벨라루스어, 우크라이나어가 세 가지의 다른 문학언어라는 사실의 ‘물질적 증거’로 여겨질 수 있다. 푸시킨의 ‘타티야나의 편지’, 타라스 솁첸코의 ‘유언(Заповiт)’ 또는 벨라루스의 시인 양카 쿠팔라의 ‘유산(Спадчыну)’을 읽어보거나, 이 시의 여러 번역본을 읽은 것을 들어보라. 그러면 모든 것이 분명해질 것이다.

저자 소개 - 기자, 인문학 박사, ‘모스콥스키예 노보스티(Московские новости)’지 ‘러시아어’ 프로젝트 기획자로 러시아어 포털 ‘pravmir.ru’와 ‘snob.ru’에 러시아어에 관한 글을 기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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