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탈리 만스키 감독의 북한 다큐영화 ‘태양 아래’ 27일 서울 개봉

비탈리 만스키 감독이 카메라를 켜놓으면 북한 관리들이 매 장면을 연출했다.

비탈리 만스키 감독이 카메라를 켜놓으면 북한 관리들이 매 장면을 연출했다.

알렉산드라 이바노바
평양에 사는 8세 소학교 여학생 진미의 삶을 보여주는 비탈리 만스키 감독의 다큐영화 ‘태양 아래(В лучах солнца, Under the Sun)’가 27일 서울에서 개봉한다.

-북한에 관한 영화를 찍은 이유는 무엇인가?

“전체주의 사회가 어떻게 존립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항상 갖고 있었다. 인간의 목숨은 하나뿐인데 왜 아무런 저항 없이 전체주의 체제에 복종하는 걸까? 문서기록과 생존자들의 회상에 바탕을 두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통해 이 현상을 연구하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전체주의 체제가 현재 유지되고 있는 나라들에 주목하게 됐다. 하지만 북한에 관한 영화를 찍을 기회가 올 거라는 희망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끊임없이 이에 대해 생각하고 노력한 결과 내 소망은 현실이 됐다.”

‘태양 아래’(2015) 공식 트레일러

-북한으로부터 어떻게 이 영화를 찍기 위한 동의를 얻어냈나?

“협상에 2년가량 걸렸다. 북측과의 협상은 그들의 입장을 계속 경청하며 수용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었다. 매 협상마다 우리는 북한측이 내건 새로운 조건과 요구사항을 다 들어줄 수 밖에 없었다.”

uc678uc2e0 uae30uc790 uac04ub2f4ud68c uc77cuc790: 4uc6d4 25uc77cud55cuad6d uae30uc790 uac04ub2f4ud68c uc77cuc790: 4uc6d4 26uc77cud55cuad6d uac1cubd09uc77c: 4uc6d4 27uc77c

-그렇다면 시나리오와 주인공들을 선택한 것도 북한측인가?

“일상의 대화와 실생활 장면들로 구성된 실제 인물들의 삶이라는 영화 시나리오는 사전에 북한측이 제공한 것이었다. 그렇지만 주인공 진미는 내가 직접 골랐다. 그들이 제공한 5명의 후보 오디션에 내게 주어진 시간은 전부 10분이었다. 그들은 학생들이 매우 바쁘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댔다. 하지만 나는 두세 가지씩의 질문을 던질 수 있었고, 그 대답을 토대로 진미를 선택했다. 진미는 아빠의 직업이 기자라고 했다. 그때 든 생각이 진미의 아버지와 함께라면 뭔가 흥미로운 것을 영상에 담을 수 있겠다는 것이었다. 진미의 엄마는 공장 식당에서 일한다고 했고, 진미는 기차역 부근의 방 하나짜리 아파트에서 엄마, 아빠,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산다고 했다.

그러나 우리가 촬영준비를 하고 그들을 찾아가자 진미의 아빠는 더 이상 기자가 아니라 모범전시 봉제공장의 엔지니어이며 엄마는 모범전시 유제품공장에서 일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게다가 그들은 평양의 최고 부유층 거주지역, 주체사상 기념비들이 창밖으로 보이는 방 세개짜리 넓찍한 강변 아파트에서 세 명이 단촐하게 살고 있었다. 하지만 촬영을 진행하면서 나는 집안의 가구들이 완전히 새것이며, 장롱 안은 텅 비어있고, 욕실도 전혀 사용한 흔적이 없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이 멋진 아파트가 우리가 촬영하는 동안만 이 식구에 배당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ube44ud0c8ub9ac ub9ccuc2a4ud0a4ub294 ub2e4ud050uba58ud130ub9ac uc601ud654uac10ub3c5uc73cub85c ub7ecuc2dcuc544 uad6duc81c ub2e4ud050uba58ud130ub9ac uc601ud654uc81c ‘uc544ub974ud2b8ub3c4ud06cud398uc2a4ud2b8(u0410u0440u0442u0434u043eu043au0444u0435u0441u0442, ARTDOCFEST)’(2007ub144 ucd9cubc94)uc640 ub2e4ud050uc601ud654 ubc0f TV ubd84uc57c ub7ecuc2dcuc544 uad6duac00uc601ud654uc0c1 ‘uc6d4uacc4uad00’(u041du0430u0446u0438u043eu043du0430u043bu044cu043du0430u044f u043fu0440u0435u043cu0438u044f u0432 u043eu0431u043bu0430u0441u0442u0438 u043du0435u0438u0433u0440u043eu0432u043eu0433u043e u043au0438u043du043e u0438 u0442u0435u043bu0435u0432u0438u0434u0435u043du0438u044f “u041bu0430u0432u0440u043eu0432u0430u044f u0432u0435u0442u0432u044c”)(2000ub144 ucd9cubc94)uc758 uc870uc9c1 uc704uc6d0uc7a5uc744 ub9e1uace0 uc788ub2e4.

-북측에서 촬영을 위한 보조인력을 제공했나?

“5명의 수행원이 우리와 동행했다. 공식적으로 이들은 우리 일을 보조해야 했지만, 실제로 이들은 우리의 요청을 하나도 들어주지 않았다. 이밖에도 우리는 여러 장소에서 우리 주변을 에워싸고 어슬렁거리는 사람들을 보았는데, 어딜 가든 동일한 사람들이 우리를 쫓아다녔다. 이들은 비공식으로 우리를 따라다닌 수행 2조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배우들과는 어떻게 소통했나?

“소통의 문제는 전혀 없었다. 이유는 그들은 우리의 요청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고 우리를 수행하는 자들이 주는 지시에 100% 따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런 방식이 북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문제들로부터 그들을 보호해주는 것 같다. 북한 당국이라도 그들에게 어떠한 트집도 잡을 수 없을 것이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주인공들은 자기 뜻대로 한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들이 한 행동과 말은 모두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 심지어 어디서 어떻게 서야 하고, 어떻게 시선을 두어야 하는지 등까지 말이다.”

평양 만수대 언덕의 김일성 김정일 동상 앞에 선 비탈리 만스키 감독. 출처 : 알렉산드라 이바노바평양 만수대 언덕의 김일성 김정일 동상 앞에 선 비탈리 만스키 감독. 출처 : 알렉산드라 이바노바

-한 인터뷰에서 감독님은 북한의 영화 상영 금지 요구 이후 러시아 문화부가 영화 크레디트 타이틀에서 자신의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다고 이야기했다. 이게 예상치 못한 일이었나?

“그렇다. 나는 러시아가 주권국가이며, 우리는 영화 속에서 러시아 법을 위반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그런 일이 있으리라고 상상도 하지 못했다. 게다가 나는 달라이 라마에 관한 다큐 영화를 찍었을 때도 이미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 당시 주러 중국대사관은 러시아인들이 달라이 라마에 대한 영화를 찍는 것은 물론이고 국가영화제 프로그램에 이 영화를 포함하는 것도 허용할 수 없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그때 모스크바국제영화제 집행위는 어떤 영화를 상영할 것인지는 우리가 결정한다고 답변했고 결국 달라이 라마 영화는 시사회에서도 경쟁 프로그램에서도 제외되지 않았다. 확실히 2008년의 러시아는 2015년의 러시아와 매우 달랐던 것 같다.”

-한국 관객들이 이 영화에 어떤 반응을 보일 것으로 생각하나?

“한국 관객들과의 만남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그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몹시 궁금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나는 관객들이 어떤 반응을 보여도 수용할 준비가 돼 있고 토론도 할 용의가 있으며 심지어 혹평이나 불평도 받아들일 각오가 돼 있다.

한국 관객들은 영화를 보지 않아도 모든 걸 알 것이라고 생각한다. 북한이 인위적으로 분단된 나라의 또 다른 반쪽이고 북한 사람들은 그들의 형제자매이며 문화와 언어도 뿌리를 같이 하지 않는가. 더욱이 전 세계 관객들이 꽤 정확한 번역 자막을 통해 이 영화를 볼테지만, 번역으로는 전달할 수 없는 한국어의 미묘한 특성들이 존재한다고 본다.

어쨌든 한국에서의 내 강연 및 일터뷰 일정을 볼 때 한국 측의 관심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번 방문 중 자유시간이 전혀 없다.”

인터뷰: 마리야 칼미코바

This website uses cookies. Click here to find out more.

Accept cook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