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먀스니츠카야 거리에는 ‘커피-차(Кофе-чай)’, 또는 ‘먀스니츠카야 거리의 페를로프가의 집(Дом Перловых на Мясницкой)’이라는 19세기 말에 지어진 ‘차 하우스’가 있다. 차와 관련된 카페와 가게가 한 건물 안에 있다. 건물은 모든 면에서 중국 건축 전통에 따라 세워졌다. 그런데 이 찻집는 왜 지어졌으며 러-중 관계 발전에서 어떤 역할을 했을까?

모스크바, 러시아. 2015년 10월 27일. 먀스니츠카야 거리 차가게에서 판매중인 차들. 문화유적이기도 한 차가게 건물은 1890~1893년 건축가 로만 클레인이 ‘페를로프와 아들들’ 차회사의 설립자 세르게이 페를로프를 위해 주거용 집과 상점 용도로 설계한 것이다.

동양으로 가는 길

페를로프가의 집 (옛날 사진) Wikipedia.org

페를로프가의 집 (옛날 사진)

페를로프가의 집 (현대 사진) Wikipedia.org

페를로프가의 집 (현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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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말, 러시아 제국은 중국과의 관계를 적극적으로 발전시키고 있었다. 당시 중국은 내란과 갈등으로 분열되고 있었으나, 여전히 여러 부문에서 유익한 파트너였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러시아 시장에 차, 비단, 면과 도자기를 공급해 왔다. 유럽 열강이 중국 및 러시아 극동 국경 근처에서 더욱 적극성을 보이자 이에 걱정된 러시아 정부는 1890년대에 위 지역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블라디보스트크를 거쳐 황해 연안 중국 도시 다렌까지 연결하는 철도를 놓기로 결정했다. 게다가 이는 중국과 더욱 활발하게 무역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이었다. 세르게이 비테 재무장관의 제안에 따라 중국 만주지역을 통과하는 철도를 건설하기로 결정됐다. 남은 일은 중국 정부의 동의를 받는 것뿐이었다. 역사 자료에 따르면, 중국 영토 내 철도 건설에 대한 동의는 이홍장(李鴻章)의 손에 달려 있었다. 당시 중국 대외정책은 그가 관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두 형제의 경쟁

1896년, 모스크바에서 니콜라이 2세의 대관식이 열리기로 돼 있었다. 이홍장이 중화제국의 귀빈으로 대관식에 초대됐다. 이홍장의 방문에 대한 준비가 철저히 이뤄졌는데 이 일에 향후 무역계약들, 핵심적으로는 동부철도 건설이 걸려 있었기 때문이다. 어디서 이홍장을 맞이하고 머무르게 할 것인지도 심사숙고할 문제였다.

이 시기 모스크바에서는 세르게이 페를로프와 세묜 페를로프(형) 두 형제가 가장 큰 두 개의 차 무역회사를 소유하고 있었다. 둘은 경쟁자였으며, 둘 다 이홍장을 손님으로 맞을 기회를 고대하고 있었다. 이홍장의 방문은 새로운 차 계약뿐만 아니라, 공로를 세우면 그 보상으로 정부에게서 사업 보호 약속도 얻어낼 수 있기 때문이었다.

두 형제는 누가 이홍장을 더 잘 대접할 수 있을지를 두고 경쟁했다. 세르게이 페를로프는 외국 사신에 걸맞은 진짜 궁전을 만들기로, 즉 자기 집을 중국 양식으로 재건축하기로 결정했다.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 줄 수 있는 건축가들 중에서 카를 기피우스가 선정됐다. 기피우스는 우아한 건축의 걸작을 만들었다. 넒은 코니스(서양식 건축 벽면에서 수평의 띠모양으로 돌출한 부분), 색창문, 종이 달려 있으며 주요 장식물로 휘어진 기와지붕 위에 공중탑을 얹은 집이었다. 내부는 중국 가구로 꾸며졌고 바닥에 거대한 화병이 놓여졌으며, 벽은 타일로 장식됐다. 모두 중국에서 직접 들여온 것이었다. 물론 세르게이 페를로프가 경쟁에서 이겼다. 그러나 그의 예상과 달리 놀랍게도 이홍장은 무슨 연유에선지 제1메샨스카야 거리에 있는 세묜 페를로프의 집에 머물기로 결정했다. 이 집은 중국식 저택과는 비교할 수 없는 것이었다. 이러한 알 수 없는 결정을 중국 측에서는 전통사회의 중요한 원칙인 연장자 우선 원칙으로 설명했다. 세묜이 형이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찻집은 계속 찻집으로 남아

그러나 이홍장은 먀스니츠카야 거리에 있는 집도 방문했으며 그의 방문에 맞추어 러시아 상인들과 건축가들이 준비한 것에 흐뭇해 했다. 니콜라이 2세는 두 형제에게 특별한 감사를 표했으며, 이후 두 형제 가게에서 차 거래는 더욱 활발해졌다. 니콜라이 황제의 대관식 2주 뒤에는 모두가 그토록 기다려왔으며 만주를 통과하는 철도(중국동부철도)의 건설 권리를 러시아에 준 바로 그 동맹조약이 러시아 제국과 중국 간에 체결됐다. 러시아 측에서는 비테 장관이, 중국 측에서는 이홍장이 서명했다.

페를로프의 집은 세르게이 페를로프 차 회사의 명함 같은 것이 됐고, 그 독특한 모습으로 이홍장 방문 전보다도 더욱 많은 방문자들을 끌어 모았다.

지금도 차가게는 여전히 영업중이다. 1층에는 상점이 직접 들어와 있고, 2층에는 카페가 있다. 이 찻집은 혁명과 전쟁, 공공아파트로의 전환을 거쳤고 다시 상점이 됐다. 2015년에는 건물이 복원돼 처음의 모습을 간직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