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노 대신 러시아노: 새로운 커피 이름의 저자로 메드베데프 총리 지목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가 커피 이름 아메리카노를 러시아노로 바꿀 것을 제안했다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떠 있다. 메드베데프 총리는 그런 제안을 한 적이 없다. 그럼에도 모스크바에는 러시아노라는 메뉴를 선보이는 카페들이 등장하고 있다.
러시아노 커피 출처 : 알렉산더 류민/ 타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가 최근 느닷없이 ‘정치적으로 적절하지 않은 커피 이름’에 관한 농담의 주인공이 됐다. .

발단은 지난 16일 개최된 유라시아 정부간 회의 도중 생긴 사건이다. 사절단 중 한 명이 메드베데프 총리의 치사에 “이스턴 커피를 마신 덕분에 일을 잘 끝냈다”고 화답하자 메드베데프 총리는 “마지막으로 마신 커피가 이스턴 커피는 아니다”라면서 “그건 그렇고, 이스턴 커피 대신 요새 나는 ‘아메리카노 주세요’라고 말한다. 그런데 이건 정치적으로 적절한 표현이 아니다. 아메리카노 대신 다른 이름을 지어보자”고 농을 던졌다. 아르메니아 대표단 중 한 명이 머뭇거림 없이 바로 ‘러시아노!’라고 외쳤다.

사람들은 목소리가 닮아서인지 ‘러시아노’의 저작권을 메드베데프 총리에게 부여했고, 회의 동영상을 보지 못한 사람들은 이 사건을 심지어 진지하게 받아들이기까지 했다.

이윽고 메드베데프 총리는 ‘러시아노’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사람들의 창작열은 그 무엇으로도 제어되지 않았다. ‘총리발 커피’와 관련한 수많은 농담이 인터넷을 뒤덮었고 대중 매체들은 이를 열심히 퍼뜨렸다.

그럼 여기서 ‘러시아노’와 유사하게 대안으로 제시된 커피 이름들을 살펴보자.

“<존재의 허무함과 이 순간의 힘듦을 고려하여 ‘에스프레소’를 ‘디프레소’로 변경할 것을 제안하다> 고 메드베데프는 썼다. 그리고 통곡하기 시작했다”고 트위터 이용자 ‘Осеннее котяро (Autumn kotyaro)’ 가 트윗을 날렸다. “카푸치노를 쿠프치노(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한 지구)로 바꿔야 한다. 내가 거기서 태어났기 때문이라고 총리가 덧붙였다”고 @OraclePigFuntik는 한걸음 발전된 트윗을 날렸다.

블로거 댜듀시카 슈는 “아메리카노를 ‘러시아노’로 바꾸는 것은 훌륭한 생각이다. 더 훌륭한 생각은 메드베데프의 아이폰을 뺏고 대신에 요타폰을 쥐어주는 것”이라는 글로 러시아에서 생산된 첫 스마트폰인 요타폰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모습이 애플 제품과 비슷한 요타폰은 2013년 화려한 팡파레와 함께 메드베데프 총리에게 증정됐다. 물론 이미 알려진 사실이지만 총리는 국산 제품으로 갈아타지 않았고 여전히 아이폰을 선호한다.

일부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러시아노를 러시아인의 ‘전형적인’ 아침 식사에 끼워 넣을지를 공상 했다. “아침에 일어나 러시아노 한잔 마시고, 무를 먹고, 장화를 신고, 불곰에게 밥을 주고, 탱크에 시동을 걸고, 조국의 영광을 위해 원자력발전소로 일하러 간다.”

세르게이 스미르노프 <메디아조나> 편집장은 이 농담은 의도적인 것이라며 하루 전 알렉세이 울류카예프 경제발전부 장관이 체포돼 구속된 사건으로 부정적인 뉴스가 흘러나오는 상황에 대한 국면 전환용이라고 여기고 있다. 스미르노프 편집장은 “잘한 일이라고 해야 한다. 메드베데프가 러시아노를 생각해낸 건 과히 나쁘지 않다. 울류카예프 장관 체포보다 러시아노에 여론이 더 몰릴 것”이라고 말했다. “2백만 달러 뇌물을 받은 정부 장관 구속에 대한 대응으로 메드베데프는 커피 이름을 아메리카노에서 ‘러시아노’로 바꾸는 것을 고안했다. 잘했다”고 다른 트위터 이용자 @YraSunrise도 동조했다.

트럼프를 패러디한 러시아 계정 @DonaldTrumpRF도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선거 캠페인 슬로건을 살짝 비튼 ‘Make Americano Great Again!’라는 구호로 대열에 합류했다.

스탈린 패러디 계정에는 “오토 폰 비스마르크가 말한다 - 러시아인에게 아메리카노 명칭 변경을 허 하지 말라. 변경되는 순간 러시아의 위대한 부흥기가 시작될 것”이라는 농담이 트윗으로 남았다.

보드카를 탄 커피 한 삽

모스크바와 인근 지역 커피숍들의 행보는 조금 달랐다. 이 상황을 아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그날 바로 카페 메뉴에 ‘러시아노’를 추가했다. “아메리카노, 러시아노, 카푸치노, 러시치노, 러시안 라벤더 러프 등 여러 종류의 커피를 스튜디오 안 우리 카페에서 맛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의 정신을 지지합니다”라는 글을 요리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율리야 비소츠카야가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그런데 커피숍들은 어떻게 러시아노를 만드는지는 공유하지 않는다. 인터넷 사용자들은 러시아식 아메리카노의 레시피가 어때야 하는지, 어떤 식으로 손님에게 서빙해야할지를 앞다투어 제시했다. 가장 인기가 높았던 몇 가지를 골라 보았다. ‘러시아노는 보드카 250g이다’, ‘러시아노는 물은 조금 더 많지만, 우유와 커피가 안 들어간 것이다’, ‘러시아노는 보드카를 넣은 커피이고 삽으로 떠서 대접한다’

“어떤 바에 들러 ‘루소 에스프레소’를 마신 적이 있는데 커피에 리큐어 조금, 럼주는 많이 넣은 것이었다. 메드베데프의 러시아노는 아마 같은 가게에서 나온 것일 것”이라고 @shaggy_bruin가 글을 남겼다.

한편 또 다른 트위터 사용자인 @zhgun은 레시피를 그래픽 일러스트로 만들기까지 했다.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를 연상시키는 한 남자가 레나토 카로소네의 'Tu Vuo Fa L'Americano’(You Want To Be American; You Try To Act The American)의 편곡을 들으며 보드카와 디프레소(에스프레소의 개명)를 섞어 러시아노를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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