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델리나 소트니코바, “한국 사람들에게 나쁜 감정 없어”

(사진제공=Photoshot/Vostock-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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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 동계올림픽 챔피언 아델리나 소트니코바가 기자와 SNS 팬들을 대처하는 법, 김연아 선수 그리고 새로운 도전에 대해 인터뷰했다.

올림픽 후 찾아온 공허함

- 올림픽 당시 현역 활동을 계속할 것인지 질문을 많이 받았죠? 그때 당신은 "물론이다. 아직 유럽 챔피언과 세계 챔피언 타이틀을 얻지 못했다"고 대답했는데요. 당시 일본 세계선수권이 임박했을 때인데, 이 경기에서 우승하고 싶다는 의미였나요?

"네, 우승하고 싶었어요. 일본 대회에 참가하고 싶은 마음은 있었는데, 소치 올림픽 이후 왠지모를 공허함이 찾아왔어요. 컨디션도 좋았고, 체력도 있었지만, 마음이 공허했어요. 하지만 운동을 그만둘 것도 아니고 계속 이어나갈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죠. 세계선수권은 올해만 있는 게 아니니까요. 내년, 내후년, 그리고 2년 후도 참가할 수 있어요."

- 2~3년 전 시니어 데뷔 이후로 기대만큼 좋은 결과가 있지는 않았잖아요? 당시 슬럼프를 견디기가 힘들지 않았나요? 다 포기해 버리고 싶은 순간도 있었을텐데요.

"그런 적도 있었죠. 이번 시즌 초 Japan Open이 끝나고 나서가 그랬어요. 프리 연기를 엉망으로 했거든요. 그때 옐레나 부야노바 코치와 대화를 했는데, 코치님이 뭔가를 이루고 싶다면, 뭐든 해야한다고 하셨어요. 아무것도 하지 않고는 이룰 것도 없다고요. 물론 내심 코치님이 저를 걱정해서 그렇게 말씀하신다는 것은 알았어요. 정신을 차리라고 하신 말씀이었죠. 처음에는 정말 다 포기하고 싶었어요. 빙판에 설 마음이 들지 않는데 다 무슨 소용인가 싶었거든요. 하지만 결국 다시 훈련장에 나가 스케이트를 타기 시작했어요."

- 아이스쇼를 위해 새로운 프로그램을 준비한 걸로 아는데요. 기존의 소트니코바 선수가 보여줬던 연기와는 좀 다른 느낌이었는데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첫 번째 갈라 프로그램 '컴 투게더(Come Together)'는 제가 제안했어요. 한 번도 해 보지 않았던 것을 해보고 싶었죠. 이런 스타일의 음악에 맞춰 연기한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충분히 개성 있고 열정적인 무대였다고 생각합니다. 두번째 프로그램 '백조의 호수'는 타티야나 타라소바 선생님의 아이디어였어요. 일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이 곡을 좋아한다고 말씀해주셨죠. 제 생각도 같았어요. 사실 이 곡으로 2009년에 처음으로 러시아 선수권 대회에서 우승했고 실제 백조의 호수 발레복을 입고 공연한 적도 있었어요. 내용은 조금 달랐어요. 자신의 감정과 내면의 고민과 싸우는 여인을 연기했습니다."

"가끔 누군가가 절 스토킹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 집요한 기자들 앞에서 어떻게 평정심을 유지하십니까?

"자신을 컨트롤해야 해요. 근데 이건 제 일의 일부이기도 해요. 정말 난처할 때도 있지만 그럴 때마다 어떻게든 빠져나가려고 노력해요. 그래도 될 수 있으면 모든 인터뷰에 응하려고 합니다."

- 선수생활을 하면서 SNS에 대한 입장이 바뀌었나요? 처음에는 팬들과 소통하는 것이 즐거웠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런 큰 영예를 갑자기 안게 되면 스트레스 받을 일이 생기지는 않는지요?

"저는 SNS를 좋아해본 적이 없어요. SNS가 유행이고, 사람들이 거기서 만나고 소통한다는 건 알고 있어요. 하지만 SNS에서 사람을 사귄다는 것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자면, 저를 사랑하고 저를 만나고 싶고 제가 좋은 선수며 대단하다고 글을 올리는 팬들이 있어요. 하지만 인터넷에 쓰여 있는 글만 보고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어떻게 알겠어요? 실제로 한 사람은 차단을 해야 했어요. 너무 집요하게 굴어서요."

-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팬들과 소통하십니까?

"경기가 끝나면 팬들이 모여요.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는 걸 알지만, 적어도 어떤 분들인지 얼굴을 직접 볼 수 있으니 좋아요. 팬 미팅을 갖기도 하구요. 하지만 SNS의 경우는 스토킹을 당하는 느낌이 들 때도 있어요. 그럴 땐 무섭답니다."

"한국 사람들에게 나쁜 감정 없어요"

- 소치 올림픽 때 한국 광팬들의 악플 공격 직후 인스타그램을 폐쇄하려 했다고 들었는데요.

"아니요. 폐쇄할 생각은 전혀 없었어요. 너무 심하다고 생각했을 때 '비공개'로 둘려 놓았어요. 일일이 대답을 할 필요성을 못 느꼈어요. 한국인들의 악플은 그렇다 쳐도 나중에는 러시아 사람들까지 가세했거든요..."

- 올림픽 당시 한국 팬들의 네거티브 때문에 아직도 화가 나나요?

"아니요. 다 이해해요. 한국 사람들에게 김연아 선수는 대단한 존재니까요... 온 국민이 그녀를 응원하고 그녀를 위해 싸워주는 거죠."

- 한국에서 열리는 아이스쇼에 초대된다면 갈 건가요?

"솔직히 조금 겁이 나요. 물론 요즘 한국에 다녀온 동료선수들 말로는 네거티브가 이제는 없다고 하더군요. 저에 대한 질문을 하는 경우는 있지만, 대놓고 나쁘게 말하는 경우는 없었다구요."

- 올림픽에서 우승하셨고 소치, 모스크바, 일본에서는 기립박수를 받았어요. 아델리나, 다음 꿈은 뭔가요?

"가정을 만들고 싶어요. 여자라면 누구나 꾸는 꿈이죠. 평범하고 올바른 꿈이라고 생각해요."

- 그러니까 스포츠나 기타 원대한 목표가 아니라, 보통 사람들처럼 평범한 꿈을 꾸는 거군요?

"네. 앞으로 어떻게 살 건지 생각할 때가 온 것 같아요. 평생 운동을 할 수는 없잖아요. 언젠가 그만둘 날이 올 테니까요. 하지만 아직은 은퇴할 생각이 없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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