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대통령 11년 만의 방일… 전문가들 "러시아의 한판승"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 2016년 12월 16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 2016년 12월 16일.

AP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이번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렸다. 하지만 그동안 타협점을 찾지 못했던 평화조약 체결 문제에 어느 정도 진전이 있었다는 점에서는 한 목소리를 냈다.

러시아 대통령의 일본 공식 방문은 11년 만이다. 15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예정 보다 약 2시간 늦게 일본에 도착했는데, 이에 대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시리아 문제로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아베 총리는 첫날 정상회담 장소로 도쿄가 아닌 자신의 고향을 택했다. 정상회담의 내용은 젖혀 두더라도 형식면에서 이번 방문은 역사적인 의미가 있다. 일본 총리가 자신이 고향에서 외국 정상을 맞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16일 도쿄에서 열린 러일 경제포럼 본회의에서 아베 총리는 2016년을 회고하면서 “후대는 올해를 러일 관계가 새로운 발전 궤도에 오른 해로 기억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틀 일정(12.15-16)의 이번 푸틴-아베 정상회담의 최대 성과 중 하나로 남쿠릴열도에서의 공동 경제 활동을 위한 협상 개시 및 공동 투자펀드 설립에 대한 발표를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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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극동연방대학교 세계경제학과의 타기르 후지야토프 교수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방문의 결과를 ‘파격적’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러시아와 일본이 서로를 전략적으로 중요한 파트너로 인식하면서 원칙적으로 새로운 협력 레벨을 구축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템플대학교 일본캠퍼스(TUJ)의 제임스 브라운 부교수는 “결론적으로 볼 때 이번 정상회담은 일본보다는 러시아에 득이 됐다”고 본지에 말했다. 그는 또 “우크라이나 사태가 불거진 이후로 러시아 대통령이 주요7개국(G7) 국가의 수도에서 환대를 받은 것이 처음이기 때문에 러시아로서는 만족스러운 일이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드미트리 스트렐초프 모스크바국제관계대학교 동방학과장도 “우크라이나 위기 이후 러시아 대통령의 첫 G7 국가 공식방문이라는 점에서 상징적”이라며 “다시 말해 이번 방일은 G7의 반러 정서를 어느 정도 누그러뜨리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 및 경제협약

브라운 교수는 “양국간에 공동 투자펀드 설립 등 기대되는 경협 안건들이 상당수 있다”고 지적했다.

스트렐초프 교수는 “이번에 조인된 경협 협약을 통해 일본 투자자들을 위한 투자보장 시스템을 만들고 그동안 제자리 걸음을 해 온 양국 협력관계를 진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러시아에서 투자자의 권리 구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투자환경이 불안하기 때문에 일본 투자자들은 대러 투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새로운 협약은 양국간 경제 협력에도 일정한 자극제가 돼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러일 정상회담 결과 총 3000억 엔(약 25억 4천만 달러) 규모의 경제 협정 68건이 조인됐다. 그중에는 공동투자펀드 설립, 미쓰이 그룹의 러 제약회사 에르파름 지분 10% 인수, JBIC은행의 야말LNG에 대한 2억 유로 융자 제공 합의가 있다.

무산된 기대

하지만 브라운 교수는 “일본측이 경협 수준을 넘는 기대를 갖고 있었을 것”이라면서 “일본은 영토 문제에서 원하는 것을 얻어내지 못해 실망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에겐 영토 문제가 매우 중요하다. 그들은 북방 영토를 공동으로 개발하는 경제 협약 체결을 통해 궁긍적으로는 영토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하지만 그러한 공동개발을 가능케 하기 위해 상호 받아들일 수 있는 법적 기반을 구축할 수 있느냐 여부를 두고 아직 여러가지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달리 생각해 보면, 사실 푸틴 대통령의 이번 방일 기간 중에 양국 영토분쟁이 해결되고 평화조약이 체결될 것으로 기대한 사람도 없었을 것이다.

후지야토프 교수는 “일각에서는 이번 방일에서 센세이션이 없었다고 비판적으로 말한다. 즉각적인 평화조약 체결과 남쿠릴 열도 문제 해결을 염두에 둔 것이라면 그런 기대 자체가 무리”라고 지적했다.

그런가 하면 스트렐초프 교수는 공동 경제활동을 통해 양국이 평화조약으로 가는 길을 닦을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그는 “이 또한 상호신뢰 구축을 위한 한 걸음이다. 양국간 평화우호조약 체결을 앞 당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후지야토프 교수는 “양국 정상의 정치적 선택을 높이 평가해야 한다. 아베 총리는 관계 개선을 제안했고 푸틴 대통령은 그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두 지도자의 정치적 의지가 없었더라면 양국 관계에 이러한 진전은 없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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