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위원회.
유리 마르티야노프/코메르산트러시아에서 국가두마(러시아 하원) 선거가 시작됐다. ‘높은 사람’들의 말만을 보면 이번 선거는 최소한 지저분하지는 않아야 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여러분은 이번 선거에 어떤 불법행위도 있어선 안된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계실 겁니다”라고 지난 4월29일 상트페테르부르그의 의원 회의에서 말했다. 신임 중앙선거위원회 엘라 팜필로바 위원장도 “절대로 과거와 같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말하고 그렇지 못하면 사임하겠다고 단언했다.
적법한 선거에 대한 걱정은 이해할 만하다. 그렇지 않아도 경제 위기로 위축된 유권자들을 화나게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정권으로선 유권자들이 선거 조작에 대해 반대해 벌였던 2011년 시위 상황이 반복되지 말아야 한다. 정부가 진짜로 정직한 선거를 하려는 건지 아니면 겉모습만 멀쩡하게 보이려 는 것인지 모르지만 어쨌든 정부는 이를 위해 적지 않은 조치를 취했다.
크렘린의 가장 상징적인 조치는 중앙선관위원장 교체였다. 평판이 엇갈리는 블라디미르 추로프 전 위원장이 계속 자리를 지킬 경우 사람들이 선거 결과를 믿지 않을 것이란 점은 분명했다.
추로프의 자리에는 엘라 팜필로바 러시아 인권 담당 전권대표가 임명됐고 그녀는 곧 ‘임무 수행 중인 위원장’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2016년 3월 말 취임한 뒤 벌써 모스크바 근교 바르히바 지구 지역선거를 ‘용인할 수 없는 위반’을 이유로 무효화했다. 팜필로바는 바르히바와 같은 일은 있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 정치 관측통들은 팜필로바라는 인물이 권력에게 골칫거리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 “그녀는 추로프보다 훨씬 독립적인 인물이 되려하며 이미 중앙선관위의 구조를 자기에 맞게 재편하고 있다”고 러시아 정부 산하 금융대학 정치학연구센터의 파벨 살린 소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이미 확정된 것이긴 하지만 합법적인 정당 등록에 필요한 득표율의 기준을 7%에서 5%로 낮춘 조치도 의미가 있다. 기준을 낮추면 국가두마에 새 정당이 진입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크렘린이 정치적 분위기를 완화하기 위해 취한 이 조치는 선거 결과에 대해 시위하는 시민들을 거리에서 몰아내야 했던 2011년에 나왔다.
그러나 이런 조치에도 불구하고 원외 정당들이 새로 진입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잘해 봐야 정당 하나 정도에 불과할 것이며 그나마 ‘권력에 쓸모 있는 당’일 것이라고 민간 ‘정치전문그룹(Политическая экспертная группа)’의 콘스탄틴 칼라쵸프 위원장은 예상한다. “그 당이 민주계열인 ‘야블로코(Яблоко, 사과)’가 될지 다른 누군가가 될지 모른다. 가장 중요한 것은 새로운 선수가 국가두마에 들어가는 것이다. 이것이 선거 결과의 합법성을 인정받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가 말한다.
선거 시스템 자체도 개혁됐다. 러시아 선거 방식은 비례대표제에서 혼합비례대표제로 이동했다. 후보자 절반은 정당명부에서 나오고, 절반은 지역구에서 나온다. 따라서, 이번 선거에서 정당 브랜드를 너무 내세우는 일은 없을 것이며, 중요한 싸움은 경쟁력 있는 인물들 사이에서 벌어지게 된다.
단독 후보들은 정당명부 후보들보다 권력에 독립적이며, 이런 점들도 고려의 대상이 돼야 한다. 선거는 경쟁이며 경쟁이 있는 곳엔 절차의 공정성에 대한 감시도 강화돼야 한다고 칼라쵸프 위원장은 말한다.
국가두마는 지난 2월 26일 선거기간동안 후보들이 의무적으로 선거 토론을 하도록 하는 새 법을 만들었다. 토론을 하지 않으려면 나오지 말라는 것이다. 그런데 러시아에서는 토론에 대한 관심이 낮다. 국영채널 정치토론의 시청률은 전통적으로 TV쇼와 드라마의 평균 시청률보다 눈에 띄게(최소 두 배) 낮다. 실린 소장은 “선거 토론은 아직 우리의 문화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 새로운 선거 규정은 권력의 ‘개방적 노선’을 보여준다. 2016년 들어와 처으로, 그리고 ‘통합러시아당(Единая Россия)’에서만 시도됐던 전 러시아 경선도 비슷하다. 나머지 정당들은 예비경선을 한다는 결정을 하지 못했고, 이로써 유권자의 관심권에서 멀어지면서 경쟁력이 여당에 밀리게 됐다. 전문가들은 경선을 하면 정당명부가 불투명하게 만들어졌다는 의심을 줄여줄 수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