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데즈다 사브첸코는 푸틴의 비밀 무기인가?

우크라이나 공군 조종사 나데즈다 사브첸코. 우크라이나, 키에프ю 2016년 5월 27일.

우크라이나 공군 조종사 나데즈다 사브첸코. 우크라이나, 키에프ю 2016년 5월 27일.

Reuters
러시아에서 2년간 수감됐다 최근 자국으로 돌아간 전 우크라이나 공군 조종사 나데즈다 사브첸코가 돈바스 지역의 지도자들과의 직접 협상 필요성을 제기하자 우크라이나에서는 그녀가 크렘린과 결탁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두 명의 러시아 포로와 교환돼 지난 5월 말 우크라이나로 돌아간 사브첸코가 또다시 주목을 받았다. 그녀가 돌연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공화국을 자칭하는 돈바스 반군의 지도자들과 직접 협상을 벌여야 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러시아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이로 인해 대다수 우크라이나 정치인들은 충격에 빠졌다. 그들은 항상 ‘테러리스트들(우크라이나에서 돈바스 반군을 지칭하는 표현)’과의 직접 협상은 불가하다고 주장해 왔기 때문이다. 반면 러시아는 지속적으로 우크라이나 당국과 돈바스 측과의 직접 대화를 촉구해 왔다.

‘쿠데타를 조장하는 푸틴’

이런 요소들은 여러 우크라이나 정치인, 관료 및 정치학자들에게 사브첸코의 발표 뒤에 크레믈린의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고 믿게 만드는 충분한 근거가 된다. 우크라이나 내무부의 아르쫌 세브첸코 대변인은 사브첸코가 수감되어 있을 때 러시아 특수요원들이 ‘작업’을 했을 가능성을 의심한다. 우크라이나 정치학자 알렉산드르 팔리이는 러시아 당국이 사브첸코의 석방의 대가로 그녀가 이런 발언을 하겠다는 약속을 받아 냈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사브첸코가 이런 충격적인 발표를 하기 이전에도 그녀에게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인들에게 슬쩍 던진 ‘불안을 조장하는 요소’를 발견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바딤 라비노비치 우크라이나 최고의회 의원은 “사브첸코는 이제 더 이상 어쩔 수 없는 인물이 됐다. 푸틴이 우크라이나의 쿠데타를 조장했다고 생각한다” 고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무모한 음모론’

러시아에서는 사브첸코를 러시아의 대리인으로 보는 주장을 근거가 없는 것으로 일축한다.  민간 연구소인 국가전략위원회의의 빅토르 밀리타로브는 “사브첸코에 대한 비난은 ‘무모한 음모론’”이라며 “오늘날 우크라이나에서는 거의 모든 사건에 러시아가 개입 돼 있다는 식의 생각이 퍼져 있다”고 말했다. 역시 같은 민간 연구소인 국가전략연구소의 파벨 스바첸코프 연구원은 “사브첸코가 거의 2년간 러시아에서 수감돼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그녀가 러시아 당국을 위해 일 할 여지가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야당 성향의 러시아 정치학자 스타니슬라브 벨코브스키도 사브첸코의 발표에 대한 러시아 개입 주장을 낮게 평가한다. 그는 “나는 평생 많은 정치인들을 봐 왔는데 그런 부류의 정치인은 타인의 의사가 아닌 자기 의지 대로만 행동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의 주장이 푸틴 대통령이 원하는 바와 일치한다 해도 사브첸코는 러시아 스파이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사브첸코에 대한 경고?

그러나 말이 안 되는 것처럼 보여도 사브첸코에 대한  비난에는 구체적인 목적이 깔려 있다고 러시아 관측통들은 분석한다. 이들은 이를 우크라이나로 돌아온 사브첸코의 새로운 정치적 위상과 연관 짓는다. 스바첸코프는 “사브첸코가 도네츠크 및 루간스크와의 협상 필요성을 제기한 것은 정치인으로서 자신의 입지를 세우려 하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그녀의 제안은 앞으로 우크라이나의 중요한 정치적 인물이 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것이다.  “그녀는 포로센코 현 정부의 노선에 대안을 제시한 것이지 이전 야누코비치 정부의 정책 방향으로 복귀하자고 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의미에서 그녀는 현 우크라이나 정부에 충분히 위협적인 인물이다”라고  CIS국가 연구소의 블라지미르 에브세에브는 분석한다. 그는 “사브첸코는 현재 우크라이나 당국을 가장 강력히 자극하는 요소다. 그녀는 석방되지 말고 감옥에 있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크레믈린과 결탁됐다는 비난은  우크라이나의 정치적 기득권층이 사브첸코에 일종의 경고를 보낸 것이라고 러시아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에브세에브는 “크레믈린 개입설을 퍼트리는 것은 사브첸코를 끌어내리려는 시도다. 이런 방식으로 정부에 참견 말라는 경고를 하는 것”이라고 확신했다.

This website uses cookies. Click here to find out more.

Accept cook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