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만의 인공섬... 코틀린 섬으로 떠나는 일탈 여행

‘바다 성당(성 니콜라이 성당)’ (사진제공=로리/레기언 메디아)

‘바다 성당(성 니콜라이 성당)’ (사진제공=로리/레기언 메디아)

크론시타트(Кронштадт)는 핀란드 만의 코틀린 섬에 위치한 도시다.

1703년 표트르 대제는 코틀린 섬(остров Котлин) 남쪽에 상트페테르부르크로의 접근로를 스웨덴 함대로부터 지켜줄 요새를 건설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요새는 특별한 기술을 사용하여 겨울에 건설됐다. 핀란드 만의 얼음 위에서 조약돌로 채운 작은 통나무 방틀이 만들어졌다. 이 구조물은 자체의 무게로 인해 바닥으로 가라앉았다. 이렇게 크론시타트 최초의 구조물인 크론실로트(Кроншлот) 요새의 기반이 놓여졌다. 요새는 1704년 5월경 벌써 완성됐다. 아무 것도 없던 자리에 불쑥 나타난 섬은 항해를 개시해 배를 타고 온 스웨덴 해군을 적잖이 놀라게 했다.

크론실로트 요새가 완성된 후 도시는 활발하게 건설되고 개발됐다. 표트르 대제는 심지어 한때 코틀린으로 수도를 천도하려 했다. 해상 제국에 대한 그의 야망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 원대한 계획은 실패했으나, 그럼에도 황제의 상상 중 많은 부분이 현실화되었다.

크론시타트는 상트페테르부르크와 닮은 점이 많다. 반듯하게 정리된 거리망도 비슷하고, 고전주의 건축물이 주를 이룬다는 것도 비슷하다. 그러나 크론시타트에만 있는 고유하고 특색 있는 점들도 많다. 크론시타트는 여타 상트페테르부르크 근교 도시들과 확연히 다르다. 페테르고프, 푸시킨, 파블롭스크, 갓치나는 황제 일가의 휴식과 오락 공간으로서 만들어졌다. 반면 크론시타트는 '실용적인 목적에서' 건설됐다. 이 도시는 오랫동안 발트함대의 기항이었다. 수병들과 그들가족들이 지금도 크론시타트 인구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부두에는 여전히 전함이 정박돼 있다. 군사도시의 가부장적 분위기가 도시를 지배하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최고의 유적지들을 물릴 만큼 둘러봤다면 크론시타트로 가 보자. 신선한 바다 공기와 꾸밈없는 건축물, 낭만적인 요새들이 페테르고프의 눈부신 분수들과 '피의 사원(храм Спаса-на-Крови)'의 모자이크 색채, 그리고 새로 만든 호박방의 광채에서 벗어나도록 해 줄 것이다.

‘바다 성당(성 니콜라이 성당)’ (사진제공=로리/레기언 메디아)
‘바다 성당(성 니콜라이 성당)’ (사진제공=로리/레기언 메디아)

산책 코스

시내 산책은 두 코스로 나누는 것이 좋다. 첫 번째 코스는 도시와 직접 관련되고, 두 번째 코스는 변두리 지역 및 요새 방문과 관련된다. 크론시타트를 알아 보려면 '바다 성당(성 니콜라이 성당)'부터 시작하는 것이 가장 쉽다. 성당의 황금 쿠폴은 크론시타트의 거의 모든 곳에서 보이며, 이 성당의 크기는 이스탄불 소피아 성당에 뒤지지 않는다. 성당 찾기는 식은 죽 먹기다.

성당은 최근 복원되어 사실상 크론시타트 제일의 관광명소가 됐다. 1913년 건축가 바실리 코샤코프가 신 비잔틴 양식으로 지은 이 성당은 발틱함대의 위대함을 확실히 대변했다.

성당 말고도 야코르나야 광장(Якорная площадь)에는 주철 포장보도의 일부가 보존돼 있다. 광장 바닥은 자갈 대신 금속제 틀로 포장돼 있는데, 이는 19세기 중반의 최고 기술로 크론시타트만에서만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이 길을 따라가면 돌림수로가 나온다. 수로는 해군성의 넓은 부지와 주로 18세기에 건설된 공학 및 기타 시설물 복합단지를 에워싸고 흐른다. 수로 양편으로 길다란 '예카테린스키 공원(Екатеринский парк)'이 조성되어 있다.

수로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이탈리아 연못(Итальянский пруд)'이라 불리는 작은 항구로 흘러 들어간다. 표트르 대제의 아이디어에 따라 설계된 이 항구는 상선이 정박하기에 편리한 곳이었다. 항구 맞은 편에 있는 웅장한 건물 '이탈리아 궁전(Итальянский дворец)'은 표트르 대제의 '동지' 알렉산드르 멘시코프의 저택이다. 옛날의 장엄함이 온전히 남아있지는 않다. 여러 번 불에 탔고 건물 용도로 수차례 바뀌었다. 현재 이 궁전에는 '장교 회관(Дом офицеров)'이 들어서 있다.

‘바다 성당(성 니콜라이 성당)’ (사진제공=로리/레기언 메디아)
'바다 성당(성 니콜라이 성당)' (사진제공=로리/레기언 메디아)

이탈리아 연못 옆에는 잔교가 있고, 잔교의 끝에는 유명한 건축물인 등대가 있다. 이 등대는 멀리서 보면 흰 돌로 된 백색 오벨리스크와 비슷하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등대는 외벽 전체가 나무판자로 덧대어져 있는데, 미관상 나쁘지 않다.

이제 산책은 해안 기준으로 아래 쪽에 위치한 '페트롭스키 공원(Петровский парк)'으로 이어진다. 공원으로 가는 길에서는 '표트르 대제 운하'를 가로질러 걸쳐있는 도개교를 눈여겨보자. 이 다리에서 잠시 멈춰야 한다. 이곳에서 크론시타트 주요 유적 중 하나인 '페트롭스키 도크(Петровский док)'의 장관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이 도크는 옛날 표트르 대제 시대에 황제의 적극적인 참여 하에 건설됐다. 도크는 배를 수리하는 데 필요했다. 선박이 도크로 들어온 후 물은 통문 시스템을 통하여 특별 집수지로 흘러 내려갔다. 통문 시스템은 매우 훌륭했다. 이 시스템을 통해 몇 시간이면 도크를 건조시킬 수 있었고, 이는 이곳을 들른 외국인들에게 잊을 수 없는 인상을 남겼다. 유럽의 도크에서는 물을 빼내는 데 몇 주일이 걸렸기 때문이다. 놀랍겠지만 1980년대만 해도 이 도크는 해군에 의해 원래 용도로 실사용되었다. 이 곳에서 소형 군함들을 수리했다. 현재는 해군성 부지 전체와 마찬가지로 텅 비어 적막만 감돈다.

마침내 공원에 도착했으면 조각가 자크 테오도르-나폴레옹의 작품으로 니콜라이 1세의 명령에 따라 1841년에 세워진 표트르 대제 동상을 둘러봐야 한다. 이 동상로부터 1882년에 개장된 화강암질의 '페트롭스카야 부두(Петровская пристань)'로 나갈 수 있다.

‘바다 성당(성 니콜라이 성당)’ (사진제공=로리/레기언 메디아)
‘바다 성당(성 니콜라이 성당)’ (사진제공=로리/레기언 메디아)

점심식사

크론시타트의 식당가는 그렇게 멋지지는 않다. 이 도시는 아직 지역 주민의 수요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 식당은 '바다 성당'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도시 중심부에 집중돼 있다.

중국 음식은 레닌 대로 45번지에 있는 '황금 사자(Золотой лев)'에서 먹을 수 있다. 돼지 귀와 구운 파인애플, 닭 내장(위장) 수프 등 대체로 평이한 메뉴다. 평균 식대는 1,000루블(28달러) 정도다.

조금만 더 가면 레닌 대로 57번지에 '마리오(Марио)'라는 괜찮은 식당이 하나 더 있다. 주 메뉴는 이탈리아 음식과 일본 음식이다. 내부는 아치형 천장으로 장식돼 있다. 평균 식대는 500~1,500루블(14~42달러)이다.

기본적인 욕구를 채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모험을 해 보기 위해 음식을 찾는다면, 소베츠카야 거리 43번지에 있는 '아우스테리야(Аустерия)'에 가 보자. 크론시타트 주요 식당인 이 곳에는 장교회관(Дом офицеров)의 우아한 인테리어가 정신 없는 네온 조명과 조화들과 함께 어울리고 있다. 본연의 크론시타트를 느낄 수 있는 곳으로, 거친 뱃사람들은 바로 여기에 모인다. 메뉴는 펠메니, 솔랸카, 보르시 등 기본적인 러시아 음식이다. 분위기는 다소 거칠지만, 요리는 나쁘지 않다. 평균 식대는 500~1,500루블(14~42달러)이다.

산책 두 번째 코스

크론시타트 (사진제공=로리/레기언 메디아)
크론시타트 (사진제공=로리/레기언 메디아)

우선 육로로 섬의 서쪽 끝을 돌아보자. 택시를 타고 샨츠(Шанц) 요새에 갈 수 있다. 이 요새는 1706년에 건설되어 여러 차례 재건축되고 개조됐다. 1930년에 무기는 철거되고 사령부가 들어섰다. 현재 요새는 버려진 상태로 잡초가 무성한 요새 부지에는 크론시타트 주민들이 샤실리크를 구우며 여가를 보낸다.

샨츠 요새를 가로지르면 핀란드 만 쪽으로 수 킬로미터 뻗어있는 습지와 만나게 된다. 2012년 이 곳은 자연보호구역이 됐다. 검은 오리나무 숲, 백해-발트해 이동로를 따라 날아온 수많은 철새들이 둥우리를 짓고 쉬어가는 장소들이 생태학자들을 사로잡았다. 섬을 가로질러 리프(Риф) 요새로 가는 크론시타트 북로가 나 있다. 이 길은 관목 덤불과 습지 지대를 관통하는 길다랗고 음울한 산책로를 만들어주고 있다.

크론시타트 (사진제공=로리/레기언 메디아)
크론시타트 (사진제공=로리/레기언 메디아)

두 번째 산책로는 해로다. 핀란드 만의 유적들을 돌아볼 수 있는 관광여객선이 페트롭스카야 부두에서 바로 출발한다. 유람선 여행은 한 사람 당 약 400루블(8.2유로, 11달러) 정도로 그다지 비싸지 않다. 가능하면 15시 30분 또는 17시 30분경에 배를 타도록 하자. 이 시간에 기선 '레페에르반(Repeerbahn)'호가 출발하기 때문이다. 이 기선은 1950년대에 독일 함부르크에서 건조됐고 함부르크의 유명한 홍등가의 이름을 따서 명칭이 붙여졌다. 네바 강을 오가는 시끄러운 소형배들과 달리 레페에르반호는 기관실의 신중한 조종과 조심스러운 운전에 존경심을 표하게 만든다. 일반 노선에는 크론실로트 요새와 표트르 1세 요새, 알렉산드르 1세 요새, 밀류틴 요새와 최종 목적지인 육지요새 콘스탄틴 요새가 포함돼 있다. 알렉산드르 1세 요새만 내려서 둘러볼 수 있고, 나머지 요새는 배에서 봐야 한다.

알렉산드르 1세 요새는 아마 핀란드 만 수역에서 가장 유명한 요새일 것이다. 연기에 그을려 시커먼 화강암질의 원통형 요새가 작은 인공섬 하나를 전부 차지한다. 이 요새는 19세기 중반에 건설됐고 50년 동안 군사시설로 사용됐다. 1896년부터 요새 내에 역병 퇴치 연구소가 들어서자 두 번째 명칭인 '춤노이(Чумной,역병)' 요새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2005년~2008년에 알렉산드르 1새 요새에서 떠들썩한 레이브 음악 파티 '포트 댄스(FORT DANCE)'가 열린 적이 있는데, 언젠가는 이 축제도 부활할 수 있다.

산책의 최종 목적지인 콘스탄틴 요새는 얼마 전 관광센터로 변모해 여행객들을 위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한다. 작은 호텔과 레스토랑, 박물관도 있다.

콘스탄틴 요새는 크론시타트에서는 나름 첨단 기업으로 영문 사이트까지 있다. 이 사이트에서 투어 여객선 출발시간, 체류 비용 및 여러 서비스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사실, 사이트 내에는 요새에서 즐길 수 있는 중요한 체험 중 하나에 관한 정보가 빠져 있다. 그러나 사이트를 통해 지역에 거주하는 선원들과 합의를 해서 작은 보트를 타고 기선이 정박할 수 없는 요새들을 돌아볼 수 있다.

가는 방법

크론시타트로 가는 가장 편한 방법은 지하철 '쵸르나야 레치카(Чёрная речка)'역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지하철역 바로 맞은 편 사부시키나 거리에 미니버스 K-405번이 선다. 요금은 65루블(1.8달러)이다.

돌아오는 길에는 레닌 대로 16번지 정류장에서 같은 미니버스를 탄다. 정류장 위치는 페테르부르크에 있는 원조를 연상시키는 아치형 회랑으로 이루어진 고전주의 건축물 '고스티니 드보르(Гостиный двор)' 건물을 찾으면 바로 알 수 있다.

그 외 http://spb.rusavtobus.ru/ru/ 사이트에서 편리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크론시타트에서는 러시아에서 흔한 '나라시' 택시를 볼 수 없으니 정식 택시를 불러야 한다. 전화를 걸 때 상트페테르부르크 코드 '812'를 누르는 것을 잊지 말자. 페트롭스카야 부두에서 샨츠 요새까지 300루블 정도면 충분하다.

전화 +7-812-311-90-90, +7-812-925-51-99, +7-812-311-11-55

This website uses cookies. Click here to find out more.

Accept cook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