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자연과 스탈린 수용소의 그림자가 공존하는 곳...마가단

북태평양 오호츠크 해에 인접한 마가단 시는 러시아에서 사람의 발길이 닿을 수 있는 곳 중 모스크바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고립된 도시다.

마가단은 수도인 모스크바보다 오히려 미국 영토인 알래스카 주에 더 가깝다. 마가단과 모스크바 사이의 시차는 8시간이다. 모스크바 사람들이 출근 채비를 할 때 마가단에선 이미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기 시작한다.

마가단은 군데군데 해변으로 이어진 변화무쌍한 바위 절벽 해안가에 위치한 동시에 다수의 박물관과 호텔을 갖춘 분주한 도시다. 도시 바로 뒤로 펼쳐진 야생 환경과 자연 그대로 보존된 산속에는 곰과 무스(큰 사슴), 시베리아 큰뿔야생양이 서식한다. 마가단을 찾은 관광객들은 도시를 둘러싼 야생의 대자연에서 낚시와 하이킹, 스키를 즐길 수 있다. 그러나 이 '세상 끝' 도시는 겉으로 보이는 평온함과는 달리 불운했던 과거의 음울한 이미지를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마가단은 오호츠크 해 연안 영구동토층 구릉지대에 위치해 있다. (사진제공=리아 노보스티)

인포그래픽 보기 : 러시아의 선거구

스탈린 숙청기에 이 도시는 교정노동수용소 '굴라크(ГУЛАГ)'가 있는 콜리마(Колыма)로 통하는 관문이었다. 콜리마는 풍부한 금 매장량으로 유명한 동시에 악명 높은 스탈린 강제노동수용소의 대명사가 된 곳이다. 대부분의 죄수들은 러시아를 횡단하는 기차에 실려 동해에 인접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이송된 후 그곳에서 배에 짐짝처럼 태워져 해안선을 따라 북쪽 마가단 외곽의 금광지대로 이송됐다. 콜리마 수용소에 도착하기도 전에 이송과정에서 숨지는 경우도 많았다.

죽지 않고 마가단과 콜리마에 도착한 죄수들은 혹독한 겨울 추위와 영양실조, 굴라크의 힘겨운 노동에 시달렸다. 콜리마 금광은 생산량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전 세계 한해 금 생산량의 절반 가량을 차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콜리마 지역에서만 최소 몇백만 명 이상이 굴라크에서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산된다.

스탈린 숙청기에 마가단은 콜리마 굴라크로 향하는 죄수들의 중간 기착지였다. (사진제공=세르게이 스미르노프)

마가단으로 통하는 유일한 자동차 도로는 M-56번 연방고속도로이다. 이 도로는 건설과정에 동원된 죄수들이 공사 중 죽으면 바로 죽은 자리에서 매장했기 때문에 '뼈 위의 도로(дорога на костях)'라는 별명이 붙었다. 마가단과 비슷한 규모의 가장 인접한 도시는 마가단에서 이 '죽음의 도로'를 타고 내륙 방향으로 2,200km를 달리면 나오는 야쿠츠크 시로 세계에서 가장 추운 도시 중에 하나다.

굴라크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지금, 마가단은 평화로운 해안도시일 뿐이다. 당신이 모험광이든, 러시아의 가장 오지에 위치한 도시들을 차근차근 여행하며 리스트에서 지워 나가는 러시아광이든, 마가단에서 당신은 계절에 상관없이 최고의 추억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굴라크의 역사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마가단의 '애도의 마스크' 기념상(памятник "Маска скорби")은 둘러보기를 권한다. 콜리마에서 스러져간 사람들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이 감동적인 콘크리트 두상은 마치 아스텍의 유적처럼 도시를 내려다보는 언덕 꼭대기에 솟아있다.

등대. 마가단 항은 오호츠크 해 연안에서 가장 큰 항구이다. (사진제공=세르게이 스미르노프)

자연의 정취를 느끼기 위해 마가단을 찾았다면, 애도의 마스크 기념비에 들른 후 해안을 따라 느긋하게 걸어보시라. 마가단은 바다로 돌출한 반도의 기저부에 위치한 초생달 모양의 나가예프 만(бухта Нагаева)에 자리잡고 있으며, 마가단의 해안에는 아직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은 멋진 산책로가 있다. 마가단의 지역역사박물관에는 지역 동식물과 토착민에 대한 전시물과 공예품이 전시돼 있다. 굴라크 시절 소련 연방정부 차원에서 건설된 마가단 국립 음악·드라마 극장은 이제 지역 무대예술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지은 지 얼마 안 된 마가단 대성당의 아름다운 양파형 돔 지붕들은 극동 지역 전체를 통털어 가장 아름다운 교회 건축물이다.

사람들은 주로 낚시를 즐기고 인근 굴라크의 역사를 체험하기 위해 마가단을 방문하거나 '뼈 위의 도로' 를 따라 이어지는 긴 내륙 여행 끝에 마가단에 도달한다. 짧은 일정에도 이 모든 것을 병행하는 것도 가능하다.

어부. 오호츠크 해. 마가단 주. (사진제공=알라미/레기언 메디아)

마가단 경제의 중심산업 중 하나가 어업인 만큼 바다낚시, 아니면 야마 강이나 올라 강에서 연어나 곤들매기를 잡는 제물낚시(플라이피싱) 투어를 찾는 것도 쉽다. 극동지역 북부의 여러 산악 호수에서도 환상적인 낚시를 즐길 수 있다. 낚시 투어는 하루 일정의 속성 코스뿐 아니라, 일주일 이상 강줄기를 따라 야외 캠핑을 하면서 낚시를 즐기는 코스도 있다.

댕기바다오리(에투피리카)와 뿔눈바다오리 등 수많은 조류 종이 마가단 근처, 특히 해안가에 서식한다. 다양한 탐조(야생조류관찰) 활동과 야생자연 투어의 출발점과 종착점 역시 마가단이다. 겨울에는 일부 여행사가 산악지대와 바다에서 떨어진 툰드라 내륙지대로의 스키투어 상품을 운영한다.

마가단의 순록 목동이 지는 해를 뒤로 한 채 장작을 한 아름 안고 길을 간다. (사진제공=알라미/레기언 메디아)

굴라크를 보기위해 마가단을 찾는다면, 마가단에서 '뼈 위의 도로'를 따라 자동차로 반나절 거리에 있는 드네프롭스키 수용소(лагерь "Днепровский")를 추천한다. 드네프롭스키 주석 광산에 세워진 강제노동수용소에는 지금도 과거의 수용소 감시탑들과 건물 일부가 남아 있다. 콜리마 굴라크의 과거 탐방 여행에서 가볼 만한 곳은 또 하나의 장소는 과거 우라늄 광산이 있던 부투기차그(Бутугычаг, 지역 유목민의 말로 '죽음의 골짜기'라는 뜻) 수용소이다.

매년 일단의 오토바이 여행족들이 세계일주를 마무리하는 여정의 끝에 '뼈 위의 도로'(또는 '콜리마 도로(автодорога "Колыма")')가 바다와 만나는 종착지인 극동의 외로운 도시 마가단에 도착한다. '콜리마' 도로를 이용한 여행의 최적기는 겨울이다. 여름이면 영구동토층이 녹아내리면서 먼지나는 도로가 진창으로 변하기 때문에 자동차나 오토바이로 이 지역을 통과하는 것은 끔찍한 경험이 될 것이다.

마가단 외곽. (사진제공=알라미/레기언 메디아)

'뼈 위의 도로'는 지구상에서 가장 춥고 가장 고립된 지역을 관통하는 도로이다. 그것은 인류에게 남은 얼마 되지 않는 최후의 대(大) 모험 구간이다. 그 마지막 500km 구간은 마가단에 숙박지를 정한 후에 둘러볼 수 있는 흥미로운 장소들을 지나게 된다.

마가단이나 콜리마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다음 두 여행사를 추천한다. DVS 여행사는 낚시, 야생조류관찰, 스키, 야생 투어 전문이다. 고려 여행사는 버려진 굴라크들과 '뼈 위의 도로' 투어 전문 여행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