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과 불의 땅 캄차카에서 북극해 신비를 엿보다

겨울 캄차카 여행의 백미 ‘마그마와의 만남’. 용암이 눈 덮인 산 위로 분출되고 있다. (사진제공=엘레나 사포노바)

겨울 캄차카 여행의 백미 ‘마그마와의 만남’. 용암이 눈 덮인 산 위로 분출되고 있다. (사진제공=엘레나 사포노바)

캄차카는 러시아 북동지역에 위치한 반도다. 서쪽으로는 오호츠크 해, 동쪽으로는 베링 해 및 태평양과 맞닿아 있다. 지명은 온천과 눈 덮인 화산, 여름에는 연어로, 겨울에는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강의 모습을 딴 것이다. 세계에서 야생지역이 가장 넓고 날짜 변경선이 지나는 곳이기도 하다. 남북 1000㎞에 이르는 거대한 캄차카 반도는 야생 그대로의 자연을 잘 간직하고 있다. 그래서 이곳 사람들이 즐겨 하는 말처럼 캄차카에는 길은 없고 방향만 있다.

캄차카 반도 지도
캄차카 반도 지도

캄차카 투어의 컨셉트는 생태여행이다. 야생 그대로의 생태 환경을 간직한 지역으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시기는 8월이다.

이때 유즈노캄차트스키 지역에 서식하는 곰들이 산란을 위해 상류로 올라가는 연어를 잡기 위해 반도 남단의 쿠릴스코예 호수까지 내려온다. 호수 위론 캄차카에 서식하다 겨울엔 일본으로 떠나는 참수리도 날아다닌다. 반경 77㎞에 달하는 쿠릴스코예 호수는 화산과 때 묻지 않은 자연으로 둘러싸여 있다.

캄차카=캄차카 반도의 면적은 27만㎢이며, 행정상으론 캄차카 주, 수도는 캄차카 페트로파블롭스크다. 화산이 300개가 있는데 활화산과 휴화산은 28~36개 정도다. 캄차카 대부분은 특별보호 구역이다. 국립 자연보호구역이 2곳, 자연공원 5곳, 연방 야생보호구역 8곳, 지역 야생보호구역 23곳, 자연 문화재 105곳, 휴양지 2곳 등의 보호구역이 있다. 겨울은 5개월(11~4월)이며 여름은 7월부터 9월 중순까지로 짧은 편이다.

쿠릴스코예 호수까지 가는 가장 좋은 수단은 페트로파블롭스크에서 헬리콥터를 타는 것이다. 혼자서 호수를 둘러볼 수 있지만 곰의 습격을 받아 사망했다는 뉴스가 심심치 않게 들려오므로 경험 많은 지역 가이드와 함께 갈 것을 추천한다. 캄차카 지역에는 포유류 58종과 조류 232종, 어류 93종, 식물 763종(그중 38종은 희귀종)이 서식한다.

그러나 보통 생태여행 코스는 게이저 계곡 탐방이다. 여기를 둘러보지 않고선 캄차카 반도를 제대로 봤다고 말하기 힘들다. 게이제르나야 강이 흐르는 계곡은 크로노츠키 자연보호구역에 속하며 200개가 넘는 곳에서 화산 열의 압력으로 수증기와 물, 진흙이 분출된다. 도보 투어로 하루 만에 둘러볼 수도 있다. 그러나 싸진 않다. 페트로파블롭스크에서 200㎞ 떨어진 게이저 계곡까지는 헬리콥터를 타고 가는 게 보통인데 가격이 약 600달러나 되기 때문이다.

화산 등반 (사진제공=리아 노보스티)
화산 등반 (사진제공=리아 노보스티)

시간과 돈이 넉넉지 않은 여행객에겐 페트로파블롭스크에서 보이는 아바친스카야 화산과 코략스카야 화산을 추천한다. 이 두 화산이 가장 쉽게 가볼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최상의 컨디션에서 출발하더라도 해발 2741m인 아바친스카야 정상까지 오르는 데 여섯 시간 정도가 걸린다. 코략스카야(해발 3456m)는 그보다 더한 도전으로 노련한 등산가도 최소 12시간은 걸린다. 러시아의 여느 극동지역과 마찬가지로 이곳 날씨도 변덕스럽고 빨리 바뀐다. 화창한 8월 아침에 난데없이 뇌우가 몰아치기도 한다. 그래도 이곳 바다의 경치와 주변의 파릇파릇한 풍광, 자연 그대로의 초원은 시간과 노력, 인내를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다.

해상관광도 빼어나다. 캄차카 반도의 동쪽 연안은 가파른 언덕으로 둘러싸인 부두가 빽빽하다. 그중 루스카야 부두가 유명하다. 부두는 독특함 덕분에 오랫동안 원상태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데 최근에는 이곳을 찾는 프리라이드와 백컨트리 애호가가 늘고 있다. 이들은 요트나 소형 보트를 타고 여기에 온다. 주변 산까지 6시간 걸리는 관광 코스도 있다. 바다를 뚫고 나온 암석, 절벽에 둥지를 튼 수천만 마리의 새, 굉음을 내며 바다로 떨어지는 엄청난 폭포, 바다사자들의 서식지가 어우러진 장관은 캄차카가 아닌 곳에선 볼 수 없다.

바다 관광 (사진제공=엘레나 사포노바)
바다 관광 (사진제공=엘레나 사포노바)

한국에서 캄차카의 주도 페트로파블롭스크까지는 블라디보스토크나 하바롭스크를 경유하는 방법이 가장 편하다. 사할린이나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배로 가는 방법도 있으나, 시간이 오래 걸린다. 캄차카까지 연결되는 철로는 없다. 마가단 주와 캄차카 사이에 거대한 산지가 있어 캄차카까지 철로를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캄차카의 페트로파블롭스크까지는 모스크바보다는 서울에서 가는 것이 훨씬 싸고 빠르다. 그리고 이곳이 바로 캄차카 반도 교통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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