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체육계,'멜도니움 파문' 둘러싼 책임론 공방

 마리야 샤라포바.

마리야 샤라포바.

AP
2016년부터 금지약물로 지정된 밀드로네이트(멜도니움)로 인해 상당수 러시아 스포츠 스타들이 한꺼번에 자격정지를 받을 수도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1975년 라트비아의 이바르 칼빈시 교수에 의해 개발된 약물 밀드로네이트의 주요 활성성분인 멜도니움은 2016년 1월 1일부로 국제반도핑기구(WADA)의 금지약물리스트에 포함됐다. 그러나 많은 러시아 스포츠 스타들이 이를 무시했다.

러시아 테니스 스타 마리야 샤라포바가 멜도니움 복용사실 시인으로 전세계를 충격으로 몰아 넣었지만, 그녀 외에 많은 러시아 스타급 선수들이 약물검사에서 양성반응을 보였다. 올림픽챔피언 예카테리나 보브로바(피겨스케이팅), 세묜 엘리스트라토프(쇼트트랙), 세계챔피언 파벨 쿨리즈니코프(스피드스케이팅), 유럽챔피언 예카테리나 콘스탄티노바(쇼트트랙), 유니버시아드 2연승 알렉산드르 마르킨(배구)이 그들이다. 이들은 최소 4개월에서 최대 4년까지 자격정치 처분을 받을 위기에 처했다.

태만한 의사들의 잘못?

비탈리 뭇코 러시아 체육부 장관은 되풀이되는 도핑 스캔들의 책임을 코칭 스태프와 의료진에게 돌렸다. 뭇코 장관은 ‘에르-스포르트(Р-Спорт)’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미 6개월 전에 모두에게 주의를 주었다.  종목별 연맹과 코치, 의사들이 좀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뭇코 장관은 이어 국가대표팀 의사들이 금지약물리스트 갱신 사실을 몰랐을 수도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의료진이 “가중된 일상업무” 때문에  WADA의 갱신내용을 제때에 파악하지 못했을 수 있다는 말이다.

소련 및 러시아 올림픽 챔피언을 수십 명 배출한 러시아국립체육스포츠청소년관광대학교(SCOLIPE) 산하 스포츠의학연구소 소장인 안드레이 스몰렌스키 교수도 뭇코 장관의 의견에 동의한다.

그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멜도니움 사건은 스포츠연맹 의료진의 양심에 달린 일이다. 그들이 자신의 의무를 항상 완벽하게 이행하지 않은 탓이다. WADA의 엄격한 규정들은 무조건적으로 지켜야 한다. 멜도니움은 최대 3개월 동안 혈액 속에 남아 있기 때문에 선수들은 이미 작년 10월 약물 복용을 중단했어야 했다. 우리 의사들은 이것을 단속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관료들의 ‘무덤’?

한편 도핑 스캔들의 불똥이 체육계 관료들에게까지 튀길 가능성도 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유도부문 동메달리스트인 드미트리 노소프 러시아 하원의원이 그렇게 주장하고 있다. 그는 “주치의의 동의 없이 약물을 복용할 프로선수는 없다. 의사의 업무를 감독하는 것은 종목별 연맹의 장들”이라고 본지에 설명했다. 도핑 파문에 연루된 연맹의 장들을 파면시켜야만 모두가 도핑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게 될 것이라는 말이다.    

한편 유명 법률가인 알리셰르 아미노프 국제법률이니셔티브지원재단 부회장은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임해야 할 것은 다름아닌 뭇코 체육부장관이라고 주장한다.

아미노프 부회장은 “선수들에게 금지약물을 주도록 권장한 컨트롤타워가 따로 있다. 대표팀 의료진을 채용하고 뭇코 장관의 지시를 이행한 곳이 그곳이다. 뭇코 장관이야말로 메달 수와 선수들의 승리에 가장 목을 매는 사람”, “국내 체육계의 이러한 치욕스러운 관행을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국제단체들의 참여하에 독립적이며 공개적인 수사를 진행하는 것이다. 뭇코 장관은 수사 종료 전에 해임될 것”이라고 본지에 밝혔다.

한편 뭇코 장관 본인은 지난 11일 금요일(현지시간) 사건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또한 체계적으로 현 위기에 접근할 것을 촉구했다. “어디서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밝혀내고, 정상급 선수들을 불미스러운 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인테르팍스 통신이 뭇코 장관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멜도니움이 그렇게 위험한가?

이와 동시에 러시아에서는 WADA의 멜도니움 금지 결정이 얼마나 근거가 있는지에 관한 논쟁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전 러시아 올림픽대표팀 주치의 주라프 오르조니키제는 멜도니움을 도핑 약물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는 “멜도니움은 자극효과가 없는 평범한 심장보호제다. WADA가 밀드로네이트를 금지약물리스트에 포함시킨다면, 같은 논리로 수돗물도 그에 포함될 수 있다. 물 또한 어떤 의미에서는 심장보호 역할을 하니 말이다”라고 주장했다.

과거 러시아 국가대표 축구팀, CSKA 모스크바, 로코모티프 축구팀에서 주치의로 일했던 알렉산드르 야르도시빌리 스포츠전문의는 오르조니키제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는 인터넷 신문 가제타.루와의 인터뷰에서 “밀드로네이트는 크레아틴의 수를 감소시키면서 지방산을 합성한다. 그 과정에서 남는 산소가 필요한 곳으로 활발히 공급되기 시작한다. 그외에도 인체 내에서 마그네슘을 생성하는데, 마그네슘은 뼈와 인대, 힘줄, 근육 등 모든 지지운동기관의 기능을 향상시킨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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