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세계육상선수권대회 22일 개막… 도핑스캔들 휩싸인 러 대표팀 도약 가능할까?

안나 치체로바

안나 치체로바

Photoshot/Vostock-Photo
연초부터 불거진 러시아 육상선수들의 도핑 스캔들로 오는 22일부터 30일까지 베이징에서 개최되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참가하는 러시아 대표팀의 전력에 차질이 생겼다. 이번 대회에서 러시아 대표팀은 높이뛰기와 넓이뛰기 종목에서만 금메달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 육상계에 2015년은 말그대로 악몽이다. 스캔들이 줄을 이어 터졌다. 지난 1월 20일 러시아반도핑청(РУСАДА)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올가 카니스키나, 세르게이 키르댭킨, 발레리 보르친을 포함한 경보 종목 주전 선수들의 자격을 정지시켰다. 이 선수들은 모두 러시아 경보선수 양성 과정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유명한 블라디미르 체긴 코치로부터 훈련을 받았다. ‘도핑 전쟁’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1월 30일 반도핑청은 장거리달리기 선수인 율리야 자리포바와 7종경기 선수 타티야나 체르노바의 자격 정지를 발표했다. 두 선수는 금지약물 복용의 대가로 런던올림픽에서 획득한 메달을 박탈당했다. 도핑 스캔들로 발렌틴 마슬라코프 대표팀 감독과 발렌틴 발라흐니체프 육상연맹 회장이 사임했다. 현재 체긴 코치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며 그의 휘하에서 훈련을 받던 선수 전원이 경기에서 제외됐다.

여기에 독일의 ARD방송이 러시아 육상선수들의 조직적인 금지약물 복용 의혹을 파헤친 다큐영화를 작년 12월부터 올 8월까지 방영함으로써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한 격이 됐다. 한편 비탈리 뭇코 러시아 쳬육부 장관은 이와 관련 러시아를 비난하는 것은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스캔들은 러시아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 육상계의 문제”라고 뭇코 장관은 타스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러시아가 육상계 도핑 문제가 가장 심각한 것처럼 몰고가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는 국제적 기준을 지켜왔다. 도핑 선수들은 엄중한 징계를 받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그런가 하면 러시아육상연맹은 독일 ARD방송국과 관련 다큐영화 감독 하이오 제펠트를 상대로 소송을 러시아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제비둥지’ 위를 나는 새들

도핑 스캔들이 아직 식지 않은 가운데 러시아 육상 대표팀 감독으로 임명된 유리 보르자콥스키 전 800미터 달리기 선수는 이번 베이징 대회의 전망에 대한 질문에 조심스럽게 입을 떼었다. 그는 “러시아 대표팀의 메달 목표는 8~10개다. 금메달은 2~3개를 기대하고 있다”고 스포츠 전문 ‘에르스포르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보르자콥스키 대표팀 감독은 금메달 유망주로 두 명의 이름을 거론했다. 높이뛰기 선수 안나 치체로바와 삼단뛰기 선수 예카테리나 코네바가 그들이다. 두 명 모두 국제경기 수상 경험이 많다. 치체로바는 ‘냐오차오’ 경기장(베이징올림픽 주경기장, ‘제비둥지’라는 뜻)에 각별한 감정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느낌은 물론 좋다. 내가 첫 올림픽 동메달(2008년)을 딴 곳이니까. 이번 시즌을 시작한 곳도 제비둥지였다. 정말 아름다운 경기장”이라고 치체로바는 ‘로시야-2’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작년 골든트랙스(Golden Tracks)상의 ‘올해의 유망주’ 상을 거머쥔 22세의 마리야 쿠치나도 장래가 기대된다. 그녀의 개인기록은 2.00미터다.

2013년 모스크바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삼단뛰기 은메달을 딴 예카테리나 코네바는 이번 시즌을 여는 최대 경기인 베이징 대회를 준비하며 대단한 각오를 보이고 있다.  이번 시즌에 코네바는 이미 그랜드마스터급인 15미터를 뛰어넘었는데, 이는 최대 경쟁자인 콜롬비아의 카트린느 이바르구엔(2013 모스크바 대회 금메달)과의 경쟁에서 심리적으로 상당히 중요하다. 남자 삼단뛰기에서는 러시아 최초의 흑인혼혈 육상선수 류크만 아담스(상트페테르부르크)가 메달권 진출을 노리고 있다. 러시아 국내선수권에서 17.34미터의 기록으로 가볍게 우승한 아담스는 베이징 대회에서 최상의 컨디션으로 경기에 임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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