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목표는 평창 올림픽 … 참가에만 의미 두지 않을것

(사진제공=로시스카야 가제타)

(사진제공=로시스카야 가제타)

여섯 번째 올림픽 챔피언, 소치 올림픽 3관왕인 쇼트트랙의 영웅 빅토르 안. 그가 지난 21일 현재,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했다. 러시아가 마음에 드는지도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평창 올림픽에 나갈 계획이 있나.

지난 2월 4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빅토르 안에게 ‘조국공헌 훈장’을 수여하고 있다. (사진제공=Photoshot)
지난 2월 4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빅토르 안에게 '조국공헌 훈장'을 수여하고 있다. (사진제공=Photoshot)

"소치 올림픽이 끝나고 그런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지금은 일단 휴식을 취하면서 체력을 회복해야 할 것 같다. 그동안 힘들었다. 목표는 평창 올림픽까지 뛰는 건데 참가에만 의미를 두고 싶진 않다. 몸 상태가 준비되면 충분히 훈련해서 나가고 싶다. 지금 무리해서 결정하고 싶지 않고 1년씩 시즌이 끝날 때마다, 기회 있을 때마다 생각을 더 해봐야 할 것 같다. 앞서 말했듯 지금은 체력 회복에 중점을 두고 있다."

-새로운 승리를 위한 동기는 뭔가. 이미 많은 것을 이루지 않았나.

"러시아에 처음 왔을 때 동기들이 많았다. 최고 목표는 소치 올림픽 무대에 나가는 것이었다. 지금 연맹 회장님께서 나를 믿고 러시아에 올 수 있도록 추천해 줬는데 몸 상태가 안좋아서 성적을 내지 못했다. 걱정이 많이 됐는데 그럴 때 회장님이 믿어 주시고 긍정적인 말을 많이 해줬다. 힘든 시간을 잘 겪어서 이번 소치 올림픽 때 좋은 성적이 있었던 것 같다. 올림픽 이후에 동기부여가 힘들 수는 있지만, 음... 올해는 일단 세계선수권이라는 큰 대회가 모스크바에서 열린다. 올림픽을 계기로 많은 분이 응원해 주고 있기 때문에 그 대회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우리 선수들도 대회에서 올림픽과 같은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열심히 훈련하고 있다. 많은 분이 응원해 주시면 좋겠다. 또 2015년 3월에는 모스크바에서 쇼트트랙 국제선수권대회도 열린다."

-평창 올림픽에서 (한국) 관중이 당신을 어떻게 맞을까. 환영할까, 그렇지 않을까.

"이번 소치 올림픽 때나, 평창 올림픽 때나 마찬가지일 것 같다. 러시아 선수 빅토르 안을 응원해 주시는 한국분들도 계실 거고, 저를 별로 안 좋게 보는 분들도 계실 거다. 그걸 크게 신경쓰기보다 그냥 운동선수로서 내가 할 수 있는 것, 경기장에서 좋은 성적을 보여주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한국연맹과는 딱히 연락하지 않고 그냥 선수들이랑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스포츠 활동이 다 끝나면 어디에서 거주할 계획인가. 한국 아니면 러시아.

"운동을 언제 그만둘지는 모르겠고 일단은 평창 올림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저랑 제일 가깝게 있는 사람은 아내여서 항상 그 부분을 상의한다. 올림픽 이후 쇼트트랙이 러시아에 많이 알려졌기 때문에 지금은 회장님이나 제 옆에 있는 아내 모두 이를 더 발전시켜 나가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내가 운동을 그만두더라도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쇼트트랙의 발전을 꾀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러시아에서 그런 일들을 해나가고 싶은 생각이 있다."

빅토르 안의 문신. 라틴어 ‘ego sum lux mundi’, 나는 세상의 빛이란 뜻이다. (사진제공=Press Photo)
빅토르 안의 문신. 라틴어 'ego sum lux mundi', 나는 세상의 빛이란 뜻이다. (사진제공=Press Photo)

-러시아에서 당신을 알아보나.

"올림픽 직후보다는 덜하지만 그래도 알아본다. 예전에 한 번 길을 잘못 들었을 때도 경찰들이 알아봤었다."

-러시아에서 살면서 좋은 점, 싫은 점은.

"한국에서 운동할 때는 여름이 굉장히 힘들었다. 쇼트트랙이 겨울 운동이어서 여름에는 체력훈련을 위주로 하는데 한국은 습해서 힘들었다. 여름은 여기가 훨씬 운동하기에 편하다. 날씨 자체가 건조하다. 처음 러시아에 왔을 때는 당연히 불편한 점이 많았다. 러시아어도 모르고, 아는 것도 없었고 혼자였기 때문에 힘들었다. 그러나 지금은 언어 공부도 하고 아내도 옆에 있어서 생활에 크게 문제는 없다. 차 밀리는 것이 조금 불편하긴 하다. 러시아에 대해 드는 첫 번째 생각을 친구에게 얘기한다면 좋은 점은 한국에 비해 여유가 있는 것이고, 안 좋은 점은 느린 부분이 있어서 답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인터뷰에서 모스크바 한국식당('김치, 서울')을 다닌다고 했었다. 모스크바에 있는 이른바 '작은 한국'이다. 모스크바에는 한국 호텔, 한국 택시, 미용실, 노래방 등 다양한 한국 서비스가 있는데 이런 한국 공동체와 관계를 갖고 있나.

"지금은 식당만 주로 가는데 그나마 자주 가지는 않는다. 시내 쪽에 나올 일이 있을 때 가고, 정말 (한국 음식이) 먹고 싶을 때는 마트에서 필요한 것들을 사서 만들어 먹기도 한다. 워낙 잘 먹어서 크게 불편한 점은 없다. (한국 공동체 관계가) 많지는 않지만, 알고 있는 분들과는 잘 지내고 우리 집 인테리어를 도와주신 고려인분과도 잘 지낸다. 지금 러시아 대표팀 그리고 대표팀을 통해 알게 된 사람 외에는 특별히 따로 관계를 갖고 있지 않다. 아무래도 대표팀 생활을 오래 한 올림픽 멤버들이 친구들이 아닐까 한다. 보바·루스란·시몬 같은 친구들이다.

나는 말이 많은 편이 아니고 사람들과 쉽게 친해지는 성격도 아닌 것 같다. 지금은 선수 생활에 많이 익숙해졌고 선수들과도 친해져서 장난도 하지만 운동할 때는 집중하고 그 외의 시간에는 편하게 지낸다. 이런 인터뷰도 솔직히 조금 힘들다. 운동할 때 모습이랑 인터뷰할 때 모습은 조금 다른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러시아 정치ㆍ외교적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다. 아시다시피 러시아는 지금 아주 쉽지 않은 상황에 있다. 러시아 대표 선수로 이를 어떻게 생각하나.

"한국에 있을 때도 그렇고, 여기서도 그렇고 정치적인 부분에는 관여하고 싶지 않았다. 이런 정치적인 문제에 대해 말을 하는 것이 조심스럽기도 하고... 조금 힘들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만나본 적이 있는데 어떤 인상이나 느낌을 받았나.

"올림픽 끝나고 처음에는 긴장을 많이 했다. 처음 만났을 때 한 나라를 이끌어 나가시는 분이니까 당연히 굉장히 강하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생각했던 이미지보다 푸근하고 부드러웠다."

-푸틴 대통령은 안 선수에게 뭐라고 했나.

"그때 긴장을 많이 했었다. 영어로 말을 걸어오셔서 러시아말로 하셔도 된다고 했는데 못 들으신 것 같다."

-러시아어와 한국어로 우나리씨와 모스크바에서 9월에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라고 했는데 아직 소식이 없다. 계획을 바꾸었나.

"이제 막 공사를 시작해서... 들어가려면 내년 정도가 될 것 같다. 계획을 바꾼 것은 아닌데 집도 준비되지 않았고 내년 시즌이 끝나면 한국에서 부모님들 모시고 식을 먼저 올리고 이후에 집이 준비되면 러시아에서도 주변 지인과 러시아 팀을 초청해 예식을 치를 계획을 하고 있다. 가족은 처음 러시아에 왔던 2011년 한두 번 왔다. 그 뒤 올림픽 때 막내 동생만 왔다. 우리 가족은 러시아로 올 계획이 없다."

-결혼식을 한국식으로 올릴 것인가. 러시아 스타일도 가미되나.

"러시아에서 러시아식으로 올릴 생각이다."

-러시아 결혼식을 가본 적이 있나. 그런 스타일이 마음에 드나.

"한 번 가봤다. 제 팀 멤버의 결혼인데 조금 색달랐다. 집을 빌려 부모님과 친구들과 종일 술을 마시고 춤도 추면서 노는데, 그런 파티 식이 편하고 재미있어 보였다. 한국에선 예식을 올리고 신혼여행을 가기 때문에 준비 시간에 비해 결혼식이 너무 짧은 것 같아 아쉽다."

-러시아 팀원들에게 한국 얘기를 해주나.

"한국 선발전 등의 기록 같은 것을 물어보면 알려준다. 주로 운동 시스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강남스타일을 얘기한 적도 있고... 한국에서 경기를 하게 되면 근처에 갈 곳, 맛집같이 한국에 대한 기본적인 것들을 얘기해 준다. 물어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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