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보물이 된 한국인... ‘승리’의 빅토르 안

(사진제공=콘스탄틴 자브라진/로시스카야 가제타)

(사진제공=콘스탄틴 자브라진/로시스카야 가제타)

소치 동계 올림픽에서 빅토르 안이 러시아에 금메달 세 개를 안겨 주었다.

2011년만 해도 국적이 한국이었던 그는 소치 올림픽 기간 중 '촉망받는 용병 선수'에서 '러시아의 스포츠 영웅'으로 거듭났다. 누군가는 이 말이 과장됐다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가 승리를 거둔 날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 있었던 수천 관중과 텔레비전으로 이를 지켜본 수백만 러시아인은 러시아 선수가 두어 시간 만에 금메달 2개를 따냈다는 사실에 진정한 자부심으로 가득했으며, 빅토르 안이 왜 갑자기 러시아로 귀화했는지, 더군다나 앞으로 어떻게 할지는 전혀 상관없다고 말했다. '지금 이 자리에 무엇이 있는가?'만이 그들의 관심사이다. 그리고 '지금 이 자리에서' 빅토르 안은 러시아에 금메달 세 개를 가져다주었다.

이들은 빅토르 안이 놀라운 집념으로 그들에게 감동을 주었다는 사실도 기억할 것이다. 그가 1000m에서 우승한 후 해이해져 버릴 가능성도 충분히 있었다. 거기다 1500m에서 딴 동메달을 보태면, 그는 이미 최소 기대치는 물론이고 최대 기대치 이상으로 경기를 치른 상태였다. 하지만 그가 수 차례 말했듯 그는 쇼트트랙을 아주 좋아했고, 또 한 번 올림픽 챔피언이 되고자 했다. 그의 승리에 대한 열망은 끝을 모르는 듯했다.

빅토르 안은 500m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마법 같은 21일 금요일을 시작했다. 500m는 지금껏 그가 올림픽 금메달을 따지 못한 유일한 종목이었다. 원래 이 경기에선 빅토르 안과 샤를 아믈렝의 치열한 접전이 예상됐다. 샤를 아믈렝은 1000m에서 빅토르 안의 금메달행을 막은 선수였으나, 500m에서는 때마침 예선에서 탈락했다. 하지만 샤를 아믈렝이 없어도 결승전은 만만치 않았다. 매우 강력한 선수 샤를 쿠르노예와 그에 못지 않게 끈기있는 중국의 우다징이 있었기 때문이다. 1위와 3위의 격차는 0.3초에 불과했다.

(사진제공=그리고리 스소예프/리아 노보스티)
(사진제공=그리고리 스소예프/리아 노보스티)

빅토르 안이 2014 소치 올림픽 2관왕이자 동시에 역사상 가장 뛰어난 쇼트트랙 선수(쇼트트랙에서 금메달 5개를 딴 선수는 남녀선수를 통틀어 그가 처음이다)가 된 후 안일해지지 않으려 어떤 노력을 했을지는 짐작만 할 수 있을 뿐이다. 5000m 계주 출전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그때 풀어져선 안 됐다. 5000m 계주는 세묜 엘리스트라토프, 블라디미르 그리고리예프, 루슬란 자하로프에게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될 유일한 기회일지도 몰랐다. 빅토르 안은 자신을 다잡았다. 하지만 그도 혼자서는 결코 승리할 수 없었을 것이다. 러시아 계주팀 모두가 강력한 미국팀을 물리치고 올림픽 신기록을 달성하며 멋지게 결승전을 치러 냈다.

이렇게 러시아 쇼트트랙에서 금메달리스트 세 명과 올림픽 6관왕이 탄생했다. 빅토르 안은 크게 보면 1960년과 1964년 올림픽에서 6관왕이 된 전설적인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리디야 스코브릴코바와 대등하다고도 볼 수 있다. '크게 보면'이라는 조건을 붙인 것은 빅토르 안이 딴 메달 중 절반은 한국 것으로 봐야 하기 때문이다.

경기가 끝나고 열린 기자회견은 수용 인원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로 가득 찼다. 미국 기자는 빅토르 안이 미국행을 선택할 수 있었는데도 러시아를 선택한 이유를 궁금해 했다. 빅토르 안은 그가 무릎 부상 때문에 벤쿠버 올림픽에서 대표팀에서 제외됐다는 사실과 계속 경기에 출전하고 싶었다는 점, 그리고 아무도 그를 매수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상기했다. 그는 자신이 거둔 성과를 약간 부끄러워하는 듯 보였으며, 러시아 측과 한국 측 모두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듯 했다.

"얼마나 많은 러시아 사람이 응원해 주었는지 결코 잊지 않겠다"고 말한 그는 곧바로 "나 때문에 한국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아무튼, 이런 것은 이제 중요하지 않다. 궁금한 것은 빅토르 안이 다음 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가 하는 점이다. 그는 선수생활을 계속할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해할 만 하다. 2018년이면 그는 벌써 32세인데, 운동선수에겐 적지 않은 나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요인도 있다. 2018년 동계올림픽이 한국 평창에서 열린다는 점이다. 그가 같은 나라 사람들 사이에서 일반적인 의미의 '이방인'이 되는 것을 원치 않을 수도 있다. 그가 어떤 결정을 내리던 한 가지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소치 동계 올림픽이 '빅토르 안이 눈부시게 활약한 올림픽'으로도 기억에 남을 것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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