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 4관왕 예피모바 “나는 러시아인, 태어난 나라를 바꿀 수는 없다”

율리야 예피모바 (사진제공=미하일 마카로브)

율리야 예피모바 (사진제공=미하일 마카로브)

바르셀로나 세계수영선수권대회 4관왕으로 금의환향한 율리야 예피모바를 만나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가장 중요한 메달은 어느 것인지, 미국 선수들과 겨룰 수 없는 이유, 코치의 교육 원칙, 러시아 수영연맹과의 불화와 그녀의 ‘행운의 마스코트’ 핑크빛 수영모에 얽힌 이야기를 나누었다.

러시아 수영 대표팀은 올 시즌 지난 10년을 통틀어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러시아 대표팀이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 두 개를 딴 것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4관왕을 달성한 발군의 러시아 수영선수 알렉산드르 포포프가 활약했던 시기 이래로 처음이다. 또 이렇게 우수한 종합 성적은 머나 먼 1994년 로마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이후 처음이었다.

여기엔 스물한 살 율리야 예피모바의 활약이 컸다. 평영이 주종목인 예피모바는 세계선수권대회 50m, 200m에서 금메달, 100m에서 은메달, 여자 혼계영에서 동메달을 차지하며 러시아 대표단 종합 성적에 4개의 메달을 추가했다.

- 율리야, 카잔 유니버시아드와 바르셀로나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 연달아 출전하기 힘들지 않았나요?

"꽤 힘들었어요. (웃음) 그 이유는 첫째로 두 대회가 시간적으로 매우 길어졌거든요. 같은 거리를 세 번씩 완주해야 했어요. 둘째는 유니버시아드에 참가한 후 그야말로 일주일 만에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해야 했기 때문이에요."

- 세계선수권대회 성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으니 유니버시아드에는 출전하고 싶지 않다고 수 차례 말씀하셨는데,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훌륭한 성적을 거두셨어요. 역시 유니버시아드에 출전하길 잘 하셨네요?

"그 점에 대해선 데이비드 살로 코치님께 따로 감사를 드려야 해요. 유니버시아드 출전 이후 훈련 일정을 최적화시켜 줬거든요. 대부분 휴식을 취하고, 컨디션을 회복하고, 가볍게 수영을 했어요. 세계선수권대회가 시작할 즈음 훈련 강도를 높였고요."

- 지난 십 년간 러시아 여자 선수 중 처음으로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여러 개의 메달을 따셨어요. 미국엔 한번에 여러 종목에서 우승하는 선수들이 아주 많잖아요. 어떻게 해야 러시아 선수들이 미국 선수들의 성적에 가까워질 수 있을까요?

"아직 미국 선수들과 겨루는 건 불가능해요. 왜 러시아에서 수많은 국가대표 선수가 미국으로 전지훈련을 가겠어요? 그곳에 성장과 발전에 필요한 모든 여건이 마련되어 있기 때문이에요. 안타깝지만 러시아는 그렇지 못해요."

- 미국과 러시아의 훈련방식이 어떻게 다른가요?

"두 나라의 훈련방식은 완전히 달라요. 러시아가 권위적이라면, 미국은 민주적인 원칙에 기반을 두고 있어요. 러시아에서는 행여라도 선수가 좋은 성적을 못 내면 코치가 바로 '머리를 쥐어박을 수' 있어요. 실제로든, 비유적으로든요. 미국에선 선수의 기록이 좋든 나쁘든 객관적으로 인정되고 존중받아요. 한 번도 미국 코치들이 자기 선수에게 언성을 높이는 걸 본 적이 없어요. 오히려 경기가 잘 안 풀리면 선수를 격려해주고 새로운 기록을 낼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해 주죠."

- 데이비드 살로 코치도 훈련할 때 같은 교육원칙을 실천하나요?

"맞아요. 말 그대로 훈련할 때마다 제가 아주 뛰어나다고, 또 뭐든 해낼 수 있다고 말해 주세요. 항상 제게 "넌 자신을 믿어야 해, 그럼 당장 다 해낼 수 있어!"라고 말하시곤 했죠. 저는 이 말이 지금의 저를 있게 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 그런 의견차 때문에 다른 나라 대표팀으로 이적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진 않았나요?

"아니요. 아직 그런 마음이 든 적은 없어요. 미국에서 훈련하는 게 좋기는 하지만, 저는 러시아 인이고, 그건 어떻게 하거나 바꿀 수 없는 거잖아요. (웃음) 제가 시상대에 서서 미국이나 다른 나라 국가를 듣는 건 상상이 안 돼요."

- 선수권 대회 중간에 '행운'의 분홍 수영모를 잃어버렸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어떻게 된 거에요?

"네, 어디로 사라진 건지 모르겠어요. 경기 후 정신 없이 바빴고, 시상식에 나가기 위해 서둘러 옷을 갈아입어야 했는데 그때 누가 슬쩍 가져갔나 봐요. (웃음) 처음엔 속상했지만, 나중엔 그럴 만한 물건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중요한 건, 그걸 대체할 모자들이 또 있다는 거죠!. 다른 모자를 쓰고 경기에 나가 기록을 세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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