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인, 서방국가들과 다시 가까워지길 원해

AP
트럼프의 승리와 이에 관한 러시아 언론의 보도는 러시아에서 일었던 반서방 정서 약화에 큰 영향으 미친다.

서방 국가들과의 관계 회복을 원하는 러시아인의 수가 역대 최고치에 접근해 있다고 러시아 사회학 연구센터 레바다-센터가 실시한 여론조사를 인용하여 러시아 미디어그룹 RBK가 보도했다.

여론조사 응답자의 71%가 서방 국가들과의 정치, 문화, 경제 관계 확대에 찬성했다. 이 수치는 역대 최고였던 2000년 여론조사 결과에 육박한다. 당시 응답자의 76%가 서방 국가들과 친교를 지지한다고 대답했다.

반미 감정과 유럽연합(EU)에 대한 부정적 인식 감소

서방 국가들과의 관계 회복 요구와 미국, 유럽연합에 대한 부정적 인식 약화 현상은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러시아인의 54%가 유럽연합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미국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이 있는 러시아인 응답자는 56%로 나왔는데, 2달 전 여론조사에서 이 수치는 64%였다.

레바다-센터의 자료에 따르면, 서방 국가들과의 관계 발전을 회의적으로 보는 태도가 2014년 11월부터 증가하였다. 당시 서방 국가들과의 관계 발전을 지지한다는 응답자는 60%에 채 미치지 못했다.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여론조사는 2015년 7월에 실시한 조사로, 당시 서방과의 관계 확대에 찬성하는 응답자는 50%, 관계 축소를 원하는 응답자는 37%였고, 나머지는 답변을 유보했다.

트럼프는 러시아의 친구

정치 전문가 미하일 코민 박사는 “미국과 서방에 대한 정서가 긍정적으로 변화되는 현상은 서방 국가들과의 동맹 관계를 맺을 태세가 강화되는 것과 러시아 관영 언론매체들의 반서방 정서를 자극하던 발언들이 유화된 것과 관련이 있다”고 판단한다. 그는 반서방 정서를 부추기는 발언들이 유화된 이유를 트럼프 미국 차기 대통령 당선과 유럽 선거에서 일련의 후보들이 승리(몰도바 대선에서 이고르 도돈 사회당 후보 당선, 프랑스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프랑수아 피용 전 총리 확정 등)하고 있는 상황과 연결 짓는다.

코민 박사는 “이 정치인들의 친 러시아적 시각을 러시아 언론들이 적극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이는 당연히 평범한 러시아 시민들의 서방 국가들에 대한 인식에 반영된다”고 말한다.

트럼프 당선 소식을 러시아 국가두마(하원) 의원들은 손뼉을 치며 환영했고, 의회의 명목상 야당이자 민족주의 정당인 러시아 자유민주당 블라디미르 지리놉스키 당수는 미국의 새 대통령 당선을 축하하는 연회를 전격 개최하기도 했다. 러시아 텔레비전 방송채널인 RT 의 마르가리타 시모냔 편집장은 트위터를 통해 “나는 오늘 내 차의 창문에 성조기를 꽂고 모스크바 시내를 달리고 싶다. 성조기를 어디서 구할 수 있다면 말이다. 원하는 이들은 동참하시길. 미국인들은 오늘 그런 대접을 받을만하다”는 글을 남겼다.

레바다-센터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 이후 러-미 관계 개선을 기대하는 응답자는 50%가 넘는다.

적을 만드는 피로감

반서방 정서가 약해지는 또 하나의 이유는 외부의 적을 만드는 일에 대해 러시아인이 느끼는 피로감이다. 코민 박사는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인 상황에서 항상 공격을 기다리며 살기는 힘들다. 그래서 러시아 대다수 국민은 서방 국가들과의 관계가 개선되고, 예측 가능한 상황이 많아지며, 긴장이 완화되기를 실제로 바라고 있다”며 “하지만 서방이 러시아의 오랜 대항자라는 이미지가 러시아인의 인식 속에 계속 남아있는 것 또한 사실”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나아가  “러시아인이 생각할 때 서방과의 동맹은 차악(The Lesser Evil)이다. ‘강요된 우정(forced friendship)’은 친구가 아닌 사람의 얼굴을 바라보며 미소를 짓기는 하지만 항상 경계를 늦추지 않는 것을 말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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