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페이스북, '브콘탁테(Vkontakte, vk.com)'의 성공 비결

Vkontakte의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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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출발한 청년 SNS 프로젝트 브콘탁테 (Vkontakte) 는 엄청난 무료 콘텐츠를 무기로 러시아어 사용자들의 사회관계망을 빠르게 장악했다. 임원진 교체와 연이어 터진 떠들썩한 사건들에도 불구하고 브콘탁테는 여전히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앞지르면서 러시아에서 가장 방문 빈도수가 높은 사이트의 입지를 굳히고 있다.

2006년은 사회관계망이 러시아에서 인기를 얻는 초기 단계였다. 페이스북의 러시아어 인터페이스도 없었고, 오히려 고연령층을 겨냥한 '오드노클라스니키 (Odnoklassniki- '동급생'이라는 뜻)'가 약진하는 때였다. 바로 그해 10월,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학교 어문학부를 갓 졸업한 스물 두 살의 파벨 두로프가 '브콘탁테' (이하 'VK'로 표기함) 사이트 출시를 발표했다.

파벨 두로프는 판도를 근본적으로 뒤집었다. 그의 SNS는 몇 년 만에 오드노클라스니키를 추월하고, 페이스북이 러시아어 버전을 출시한 후에도 선두를 놓지 않았으며, 러시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사이트라는 자리를 지켜냈고, 지금도 여전히 지키고 있다. VK의 순 방문자(unique users)는 7천 만 명으로, 시밀러웹(SimilarWeb)의 2016년 조사에 따르면 방문 빈도수가 세계 5위이다. 알렉사 인터넷(Alexa Internet)은 그 보다 낮은 16위로 평가한 바 있다.

러시아 고유의 프로젝트인가, 페이스북의 아류인가?

페이스북처럼 VK도 처음에는 대학생용 프로젝트였다. 파벨 두로프는 시험 기간에 자료를 저장하기 위한 사이트로 개발했다가 뒤에 모교 대학생들을 위한 사이트로 발전된 버전을 만들었다. VK의 처음 이름도 student.ru였다. 시간이 흐르고 개발자들이 사용자 수 확대에 관심을 두면서 이름이 브콘탁테로 바뀌었고 지금까지 그 이름으로 남아있다.

대학생들을 위한 프로젝트로 태어난 ‘파란색과 흰색’의 이 SNS는 페이스북에서 아이디어를 훔쳐왔다는 비난을 받았다. 미국의 인터넷 매체 매셔블(Mashable)은 “러시아 페이스북은 페이스북의 복제품이라는 사실을 숨길 의도조차 보이지 않는다. Vkontakte.ru는 페이스북 디자인과 거의 같다”고 비꼬았다. 왓츠앱 창업자인 얀 쿰(Jan Koum)는 “파벨 두로프는 페이스북이나 왓츠앱(WhatsApp) 같은 제품을 복사할 줄밖에 모른다. 두로프에게는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있었던 적이 없고 앞으로도 결코 없을 것”이라는 독설을 퍼부었다고 정보 포털 cossa.ru는 보도했다. 그러나 두로프는 VK를 만들면서 주커버그의 경험을 연구했다고 털어놓았지만, VK가 독립적인 프로젝트이며 그가 볼 때 페이스북보다 더 완전하다는 입장을 강조한다.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5대 사회관계망 (SimilarWeb 자료, 2016년 9월 1일 기준)

\tFacebook.com\tVk.com\tInstagram.com\tTwitter.com\tWhatsapp.com

무료 컨텐츠, 청년들의 관심에 방점

러시아 국립인문대학교 텔레비전, 라디오, 인터넷 기술학과 막심 코르네프 교수 “처음에는 VK가 페이스북의 복제품으로 보였지만 그건 겉으로 드러난 모습만 그런 것이고 기능적인 면을 보면 VK가 훨씬 더 자유롭고, 더 러시아식으로 거침없다”고 평가한다. 그는 “합법적인 것만 있는 건 아니지만 무료 콘텐츠라는 요소가 VK가 선두를 차지하게 만든 중요한 비결이고 시장을 장악하던 초기에는 특히 그랬다”면서 “VK에선 한 리소스를 통해 음악, 영화, 포르노 등 모든 것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었지만 페이스북에는 그런 것이 있을 수 없었고 오드노클라스니키에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미디어 사업 사이트 Roem.ru를 창시한 유리 시노도프의 의견은 어떨까. 그는 “솔직히 말해 2008년 페이스북의 러시아어 버전이 출시된 뒤 초기 몇 년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며 “페이스북은 작동이 느려서 핸드폰에서 이용하기에는 편하지 않았다”고 기억한다. VK는 훨씬 빨랐고 덕분에 사용자들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두로프 이후

2006년부터 VK의 창업자 겸 대표이사였을 뿐아니라 이론적 지도자이자 대표적 인물이었던 파벨 두로프는 2014년 자기 주식을 팔고 대표이사에서도 물러났다. 그 이유로 그는 “우크라이나 유로마이단과 관련된 사용자 정보를 넘겨달라는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2013년 11월 21일). 그 후 두로프는 러시아를 떠났고 지금은 메신저 텔레그램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임원진이 새로 구성되면서 VK는 해적판 콘텐츠에 보다 엄격한 정책을 펴기 시작했다. 불법 음성, 영상 파일은 삭제됐다. 이러한 가운데 VK는 러시아 시장에서 선두를 유지하려 애쓰고 있다. 2015년 여름에 Snapster라는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했는데 많은 점에서 인스타그램의 기능과 닮아 있다. VK는 인스타그램(페이스북과 마찬가지로 구글 소유)에 직접 링크하는 것을 차단하고 있다.

막심 코르네프 교수는 “플랫폼은 성장했고 세계적인 흐름에서 뒤처지지 않으려 노력한다. VK는 라이브 비디오, 송금 기능을 추가했고 자사 메신저를 출시하려고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그가 보기에 두로프 시절의 VK가 자유로운 정신과 온라인 무정부주의로 대변되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프로젝트였다면, 지금은 원칙을 지키며 활동하는 보다 존경 받는 조직이면서 트렌드를 직접 만들기보다는 트렌드를 따르는 것에 집중하는 조직이다.

체포와 떠들썩한 사건들

두로프를 당황하게 한 FSB의 요청은 러시아 사법기관들과 VK의 긴밀한 관계를 보여주는 유일한 사건이 아니다. 정보분석센터 ‘소바’의 알렉산드르 베르홉스키 센터장의 자료에 따르면 (Rus2web 포털로 연동되어 있는 자료), 극단주의적 발언에 대한 처벌의 80~90% 가 브콘탁테에 올린 게시물이나 리포스트 (repost) 한 내용을 대상으로 한다.

알렉산드르 베르홉스키 센터장은 “VK의 운영진이 러시아 사람들이어서 경찰에서 요청이 오면 보유하고 있는, 작성자를 알 수 있는 정보를 아마도 넘겨줄 것”이라고 설명한다. 다른 나라에 본사를 두고 있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는 훨씬 더 느리고 더 어려운 과정을 거쳐 러시아 사법기관에 협조한다. 그래서 러시아 법의 관점에서 VK는 다툼의 여지가 있는 게시물을 올리기에 최악인 플랫폼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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