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마게이트'에 대한 러시아인들의 반응

파나마 로펌 ‘몬색 폰세카(Mossack Fonseca)’의 웹사이트.

파나마 로펌 ‘몬색 폰세카(Mossack Fonseca)’의 웹사이트.

로이터
러시아 국내 언론 거의 대부분이 국내 정치인과 기업인들의 파나마 조세회피 ‘폭로’ 문건에 대해 보도했으며 연루된 인물 중에는 푸틴 대통령의 측근들이 거론되고 있지만, 이러한 스캔들에 대한 러시아 사회의 전반적인 반응은 다분히 평온한 것으로 나타났다.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폭로’ 사건이 터졌음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국내의 반응은 의외로 잠잠하다. 그 이유 중 하나는 ‘파나마 문건’이 공개되기 일주일 전에 이미 그에 대한 경고가 있었다는 데 있다. 문건 공개 일주일 전에 기자들에게 이를 알린 것은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이었다.

이미 '파나마게이트'로 불리게 된 사건, 즉 지난 4월 3일 '파나마 페이퍼스'의 공개는 세계 언론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폭로 사건이 되었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의 조사로 밝혀진 대규모 조세회피처 스캔들은 파나마 로펌 ‘몬색 폰세카(Mossack Fonseca)’에서 유출된 1,150만 건의 서류들을 조사한 작업의 결과로 불거졌다. 그 결과 아이슬란드, 영국, 우크라이나, 아제르바이잔 등의 국가공무원들의 역외자산이 드러났다. 문건의 일부는 러시아의 정치인 및 사업가 12인에 관한 것이며, 그들이 파나마에 갖고 있는 재산은 20억 달러로 알려졌다.

러시아 국내 언론 무엇을 보도했나?

러시아 국영 TV 채널들에서는 주로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초콜릿 회사 ‘로셴(Roshen)’의 자산을 보유한 그의 소유 파나마 회사에 대한 조사 내용이 언급되었다. ‘파나마 문건’의 러시아 관련 부문에 대해서는 문건이 “반러시아적 논조를 띄고 있다”는 점이 강조되었다. 예로, 제1채널은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의 말을 인용하여 “조사 내용에서 다른 나라들, 다른 국가원수들 역시 언급되었지만, 이러한 폭로 스캔들의 주요 타겟이 과거에도 그렇고 이번도 러시아 대통령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특히 곧 러시아에서 총선이 있다는 점, 그리고 장기적으로 볼 때 2년 후 대선이 개최된다는 맥락에서 그렇다”고 보도했다.

한편 러시아 야권 정치인들은 이와 같은 대규모 스캔들에 대한 언론의 보도가 미온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 드미트리 굿코프 하원의원은 각 언론사에 “왜 문건 내용 전체를 보도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해명을 요청했다. 그는 해명 요청서에서 “이러한 상황에서 본 사건을 해외 정치인들과 관련해서만 보도하거나, 아니면 아예 아무 보도도 하지 않고 있는 국내 대표 언론사들의 사실상 방관적인 태도는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고 밝혔다.

"뜨거운 파이를 다시 뎁힐 필요는 없다"

'파나마 문건’에서 자국인의 이름이 언급된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러시아 또한 조세회피처에 역외 회사나 계좌를 소유한 러시아인에 대한 언론의 자료를 조사할 깃이라고 발표했다. 해당 작업은 러시아 대검찰청이 담당하게 된다.

하지만 속히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게르만 그레프 스베르방크 총재는 “문건에 무슨 내용이 있는지, 그 정체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 조사하는데 적어도 두 주는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한 “지금 가장 피해야 할 일은 ‘뜨거운 파이를 또 뎁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파마나 문건’에 이름이 오른 러시아 공직자와 기업인들 중 일부는 이미 역외 재산 형성에 대한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다. 예를 들어, 알렉세이 울류카예프 경제개발부 장관은 “나는 이번 스캔들과 전혀 연관이 없다. 필요한 모든 신고서를 제출하겠다. 지난 몇 년 간의 활동이 모두 증명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조세회피처' 폭로 문건에 대한 러시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반응은 좀 더 적극적인 것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여기서도 사용자들의 관심은 국내 언론이 ICIJ의 보고서 내용을 선택적으로 보도했다는 점에 집중됐다는 점이다. 그런가 하면 ‘첼로’를 희화한 글들도 줄을 이었다. 문건의 러시아 섹션에서 ‘푸틴의 돈지갑’으로 언급된 첼리스트 세르게이 롤두긴을 염두에 둔 것이다.

일례로, panin이라는 아이디 사용자는 “이럴 줄 알았으면 내 아들도 첼로 시킬 걸”이라는 농담을 올렸다.

아마도,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의 예고 발표가 나온 후 러시아 국민은 좀 더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질 것으로 기대한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조세회피처와 불과 20억 달러라는 뉴스에 실망을 드러냈다. Dmitry Tkachev라는 아이디 사용자는 “대통령의 개인적 친구와 연관된 회사들의 불확실한 계좌에 들어있다는 돈이 20억이라니. 이건 비웃음거리가 될 만한 금액에 불과하다”고 글을 올렸다.

반면에, 항의 피켓을 들고 오프라인으로 나온 사람은 겨우 세 명이었다. 그들은 ‘파나마에 돈을 감춰 둔 푸틴을 탄핵하자’라고 씌여진 피켓을 들고 국가두마(하원) 건물 앞에서 일인시위를 하다가 체포되었다.

사실 아이슬란드에서 있었던 것과 같은 수천 명 규모의 시위가 러시아에서도 일어나리라 기대하는 것은 부질없었다. 러시아 사회의 전통적 정서상 맞지 않는 일이라고 나탈리야 조르카야 여론조사기관 ‘레바다센터’의 사회정치연구부 주임연구원은 지적했다. 그녀는 Russia포커스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에는 대검찰청장, 국방장관 등이 연루된 비리 스캔들이 많았다. 사람들이 분개할 만한 그런 사건들은 많았다. 하지만 그런 일이 있어도 사람들은 거리로 나오지 않는다. 유럽 민주주의 체제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은 참여의식이 없기 때문이다. 참여의식이란 한 공동체가 집회, 시위를 통해 변화를 이끌 수 있다고 믿을 때 생긴다. 유감스럽게도, 우리는 아직 거기서 멀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확실한 증거가 확보된 구체적인 정보도 아직 나타나지 않았으며, 정권이 부패했다는 생각은 워낙 오래 전부터 자리를 잡았던 것이라 ‘파나마 역외재산’ 뉴스는 러시아 국민 사이에 전혀 충격적인 소식이 아니었다는 것이 그녀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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