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프랑스 대사관 앞 10미터 길이 '추모소'... 추모객 발길 계속 이어져

파벨 코시킨
지난 13일 파리에서 동시다발 테러가 발생한 이후 러시아 각계각층에서 이번 테러에 대한 깊은 애도의 뜻을 표명했다. 평범한 러시아인들도 추모의 꽃과 촛불, 성화를 들고 주러 프랑스 대사관을 찾아 애도와 연대를 나타냈다.

모스크바의 주러 프랑스 대사관 앞은 시민들이 가져온 꽃과 촛불, 성화들이 겹겹이 쌓여 빼곡하다. 가로 7~10미터, 세로 4~5미터 정도 되는 이 추모의 흔적은 보는 사람의 마음을 뭉클하게 한다. 대사관이 위치한 모스크바 중심부 옥탸브리스카야 지하철역부터 대사관까지 사람들의 줄이 100미터 넘게 늘어서 있다.

모스크바 시민들은 13일 파티 테러 소식이 전해진 직후부터 프랑스 대사관 앞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이들은 꽃, 양초, 성화뿐 아니라 직접 만든 작은 포스터를 갖고 이곳을 찾았다. 포스터에는 ‘프랑스를 위해 기도한다’, ‘전쟁을 멈춰라’, ‘Je suis Paris’, ‘힘내라, 파리. 러시아가 곁에 있다’ 등 불어, 영어, 러시아 3개국어로 추모와 연대의 말들이 적혀 있다.

추모소를 찾은 블라디미르(45세, 경제분석가)는 대부분의 러시아인들과 마찬가지로 파리 테러 소식에 충격과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정말 혼란스럽다. 왜 그런 일들이 일어나는지 모르겠다. 파리 테러는 이 모든 비극들의 연장선에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그는 말했다. 하지만 그는 두려움이나 공포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그런 생각에 몰두하면 일상생활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나는 주저하지 않고 연대와 시민의식을 표하기 위해 이곳으로 달려온 좋은 사람들과 나란히 서서 그에 동참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고 그는 말했다. “나는 러시아와 러시아 사회에 회의적이다. 그래서 러시아에도 (프랑스와 유럽에 대한) 지지를 표시하기 위해 이곳을 찾은 사람들이 있다는 게 정말 기쁘다”고 그는 덧붙였다.

파리 테러 공격으로 러시아와 서방이 글로벌 테러리즘에 대한 싸움에서 힘을 합할 것 같냐는 질문에 그는 러시아 당국의 ‘위선’과 비타협성, 그리고 반서방적 논조 때문에 2001년 뉴욕에서 발생한 9.11 테러 이후 조성됐던 것과 같은 종류의 협력 관계가 구축되지는 못할 것이라며 그러한 가능성에 회의를 표했다.

이반(28세)은 “여기 도착해서 (파리 테러의) 희생자들에 대한 깊은 애도의 감정을 느꼈다. 모르는 사람들이지만 말이다. 어느 누구도 다른 사람의 생명을 앗아갈 권리는 없다. 특히 이번처럼 믿기 어려운 방법으로 말이다. 어떻게 이에 맞서야할 지 모르겠다. 전세계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나는 100% 안전하다고 느끼지 못한다.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누가 알겠는가. 오늘 이렇게 걸으면서 숨을 쉬고 있지만 내일이면 그러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당국이 모든 대중교통수단을 포함하여 전국에 걸쳐 보안 검색을 강화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반은 그것으로 테러 위협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보았다. 국내로 들어왔다 나가는 “엄청난 사람들의 흐름을 완전히 통제하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반의 친구인 막심(29세)은 난민 유입과 관련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에 동의했다. 그는 프랑스가 시리아 난민을 많이 받아들였고, 그중에는 테러범들이 끼여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이번 사건은 충분히 예상가능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당국은 “무엇보다 난민 흐름 관리에 힘써야 한다”는 것이다.

“(러시아에서) 그러한 공격은 피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든 이를 견뎌내야 한다”고 바딤 솔로비요프는 말했다. 그는 러시아 비상사태부를 지원하여 인명구조에 참여하곤 하는 민간 구조대 ‘디거스파스(Digger-Spas)’팀의 대장이다. 바딤 또한 파리 테러 희생자를 애도하기 위해 프랑스 대사관 앞을 찾았다.

바딤은 “대규모 테러 공격뿐 아니라 인명을 앗아가는 모든 사건이 깊은 고통의 느낌을 가져온다. 우리는 마치 우리가 그 일을 겪은 것처럼 슬픔에 잠겨 있다”고 Russia Direct에 밝혔다.

그는 “그것은 이와 같은 테러가 아무때나 지구상 어느 곳에서든 일어날 수 있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신중하고 조심스러워야 한다. 항상 보안이 철저하게 이뤄지는 것이 아니고 모든 상황과 가능성을 예측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지구적 악(惡)을 이겨내야 한다. 정치적 이슈에 따라 서로 등을 돌릴 것이 아니라 섬멸해야 할 공동의 적이 있음을 진심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교환학생으로 모스크바국립대에 와 있는 프랑스인 아멜리(20세)도 자국 대사관을 찾았다. 그녀는 테러 소식을 전해듣고는 휴가 때 고향을 찾으려던 계획을 접고 항공권도 취소했다고 했다.

“아침에 뉴스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프랑스에서나 러시아에서 모두 대체적으로 안전하다고 느끼지만, 비행기를 타면 불안감을 느낀다. 테러 소식을 듣기 전에 예약한 항공권도 생각이 바꿔 취소했다”고 아멜리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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