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알렉산드르 크랴제프/리아 노보스티)
소련식 학력평가제도를 대신해 2008년 도입된 단일국가시험(Единый Государственный Экзамен, ЕГЭ)은 두 가지 역할을 한다. 중등교육과정 졸업장을 받기 위한 1) 졸업시험인 동시에 2) 대학입학 시험이기 때문이다.
단일국가시험은 러시아 전역에서 동일한 시간표에 따라 일제히 치러진다. 수학과 러시아어가 필수과목이고, 세 번째 과목은 수험생의 장래 전공에 따라 달라진다. 결과는 100점 만점으로 평가되며, 대학 입학 시 세 과목 시험 점수가 합산된다.
이 시험이 도입된 것은 러시아 교육의 두 가지 큰 문제인 1) 벽지의 교육 소외와 2) 부패를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제도 입안자들은 시베리아 타이가 지역 소도시의 수험생과 모스크바의 수험생이 이 시험 덕분에 전국 어느 대학에서든 동등한 입학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나 이 두 가지 문제가 상당부분 해결됐음에도 불구하고, 초기부터 존재했던 미비점 및 시험 중 부정행위(컨닝)과 인터넷 답안 유출 사건으로 중등학교는 물론 대학교에서도 반대자가 속출하게 됐다.
이 외에도, 빅토르 사도브니치 모스크바국립대학교 총장에 따르면, 단일국가시험이 우수학생 선발에 효과가 없어 2013년 모스크바국립대와 상트페테르부르크국립대는 추가로 본고사를 실시할 수 있는 권한을 얻어냈다. 이후 다른 5개 대학도 이 권리를 받았다.
그러나 단일국가시험의 더 큰 문제는 우수학생 선발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 아니라 결과를 조작하기가 상대적으로 쉽다는 데 있다. 러시아의 시간대가 11개로 나눠있다는 점과 스마트 기기 덕분에 다른 지역 수험생들은 가장 먼저 시험을 치른 블라디보스토크 수험생들이 공개한 답안을 미리 입수할 수 있게 되는 결과를 낳았다.
또한 시험이 치러지는 환경조차 천차만별이었다. 예를 들어, 2013년 북캅카스에서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 유튜브 동영상에서는 수험생들이 시험 중에 시험 감독관의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고 서로의 사진을 찍는 모습이 공개됐다.
그런가 하면 다게스탄과 일부 다른 지역 출신 학생들 중에 단일국가시험 러시아어 과목에서 100점을 받고 대학에 입학했지만 실제로는 기초적인 문법조차 알지 못하고 있다는 언론의 보도가 대검찰청 조사 결과 사실임이 드러나기도 했다.
2013년에는 단일국가시험 중 시작된 시험 부정행위 및 인터넷 답안 유출 방지 캠페인으로 연방교육과학감독청장이 사임되고 시험 환경 전면 점검으로 이어졌다.
예를 들어, 2014년에는 지방으로 시험지를 배송하는 데 무장 수송차가 동원됐다. 시험장 입구에는 수험생이 시험실에 모바일 기기를 반입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경찰과 금속탐지기가 등장했다. SNS 모니터링이 시작됐고, 언론에 시험 관련 정보를 직접 제공하기 위한 정보센터가 가동됐다. 몇몇 시험장에는 무선인터넷 차단 장치도 등장했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이런 얘기를 들으면 정보부가 특수작전이라도 펼치는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당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는 이렇게 말했다.
시험의 내용면에서도 변화가 있었다. 2015년에는 시험에서 객관식이 거의 사라졌고, 문제들은 훨씬 더 엄중한 내용 평가를 거치게 됐다. 그런가 하면, 푸틴 대통령의 제안으로 중등학교 문학 작문 시험이 부활하기도 했다. 이 시험은 단일국가시험 응시를 위한 자격시험이자, 대학 입학시 추가점수로 인정되게 됐다.
그러나 최근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형태의 시험이 사회에서 완전히 받아들여지기까지는 아직 요원하다. 프치옴(ВЦИОМ, 전러시아여론조사센터)이 작년 5월 전국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새로운 단일국가시험이 예전 시험보다 수험생의 수학능력을 잘 평가하고 있다는 의견은 1/3도 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