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지하철 사고 원인 새로운 가능성... "열차 아래 정체불명 물체 있었다"

(사진제공=예브게니 사마린/리아 노보스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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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목요일 일간 코메르산트는 지하철 사고원인 규명을 위해 현장에 파견된 전문가들의 의견을 인용해 사고원인이 선로전환기가 아닌 열차 아래에 있던 정체불명의 물체일지도 모른다고 전했다.

지난 화요일 출근 시간대에 아르바츠코-포크롭스카야 노선의 파르크 포베디 역과 슬라뱐스키 불바르 역 구간(모스크바 서부)에서 지하철 사고가 발생했다. 열차칸 3개가 탈선했고 이때 한 칸은 출입문이 열리지 않았다. 모스크바 지하철 사상 최악의 인재(人災)인 이번 사고로 23명이 목숨을 잃고 200명 이상이 중경상을 입었다.

일간 코메르산트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선로 중앙 콘크리트 부분에서 정체불명의 물체가 열차 아래로 떨어졌다는 걸 증명하는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은 패인 홈을 발견했다. 선로전환기 오작동 전에 이미 미지의 물체가 열차 탈선에 원인을 제공했을 수도 있다.

조사에 참여한 전문가 중 한 명인 콘스탄틴 마트베예프 '모스인즈프로엑트' 교통인프라 건설회사(모스크바시청 소유)대표는 선로전환기의 첨단궤조가 제대로 고정되어 있지 않은 것이 심각한 문제이긴 하지만, 사고의 원인은 아닐 수 있다고 의견을 내놓았다. 마트베예프 대표는 선로전환기의 첨단궤조에 지하철 바퀴가 지나간 흔적이 없다는 사실이 그 의견을 뒷받침한다고 했다.

기타 가능한 사고 원인

표트르 비류코프 모스크바 부시장은 '선로전환기 운용지침 위반' 때문에 사고가 났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발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금속 노후화, 열차 고장, 내부적 원인으로 인한 사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혔으며, 첫 수사 결과는 금요일 발표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모스크바교통공학연구소의 레오니드 바라노프 교수는 열차 밑에 있던 정체불명의 물체가 사고원인일 수도 있다는 가설은 아주 자세하게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현장을 직접 본 후 여러 가지 가능한 사고 원인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하지만 일단 먼저 모든 방향에서 그 가능성을 숙고해보고 분석해봐야 한다." 또 그는 정체불명의 물체가 사고 원인일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이미 철로 전문가들을 불러들인 상태라며 이들 전문가들이 곧 진단할거라고 했다.

모스크바 시는 "사고 전동차와 해당 지하철 구간은 지하철 운용관리 지침이 규정한 정기검사를 완벽하게 통과했다"고 밝힌 바 있다.

모스크바 비상사태부는 당초 급격한 전압 변동으로 전동차가 급정차했을 것으로 추정했으나, 조사 결과 이는 확인되지 않았다. 현재는 사고 지점 선로전환기의 결함이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사고 책임자들

모스크바 경찰은 벌써 사고에 책임이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용의자들을 체포했다. 모스크바 지하철공사의 선로 수리공 발레리 바시카토프와 그 조수인 유리 고르도프가 그들이다.

수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말부터 사고 구간에서는 아르바츠코-포크롭스카야 노선과 그에 이웃해 신설 중인 칼리닌스카야 지선 공사 구간을 연결하기 위해 선로와 선로전환기를 설치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탈선사고 수사를 총괄하고 있는 연방수사위원회는 "이번에 체포된 바시카토프와 고르도프는 선로전환기 공사와 공사 진행 감독에 직접적인 책임자였다. 수사당국은 부실공사 가능성을 수사 중이다. 선로전환기를 고정하는 철사가 끊어져 있었는데, 현장 조사 결과 3mm 두께의 일반 철사가 사용된 것으로 밝혀졌다"고 발표했다.

용의자 심문은 이미 진행됐다. 수사당국은 조만간 이들에게 어떠한 처벌을 내릴 지 결정할 계획이다.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연방수사위원회는 발표 말미에서 "아직은 공사에 직접 참여한 자들만 용의선상에 올리고 있다. 하지만 수사위원회는 이번 사고와 관련하여 현장 실무자부터 시작하여 모스크바 지하철의 교통안전 필수지침 이행을 감독 관리하는 책임을 지는 관리자급 공무원들에 이르기까지 모든 관계자들에 대한 형사책임을 물을 계획"이라고 선언했다.

일간 이즈베스티야에 따르면 경찰에서는 체포된 용의자들의 상사뿐 아니라 선로전환기 설치와 관련된 하청업자와 설치회사들에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공사를 급하게 진행하면서 이들이 외부 감사를 생략한 채 전환기 수령 확인 문건에 서명하라고 체포된 책임자들을 압박했을 수 있다. 그 결과 전환기가 철사로 고정됐고, 결국 지하철 사고를 야기했을 수 있다.

"나사가 풀리지 않도록 철사를 사용하는 건 문제가 안 됩니다. 그런데 전환기 자체를 철사에 감아두는 건 말이 안 됩니다. 기술자라면 누구나 그 결과를 뻔히 아는데 말입니다." 지하철 노조의 바실리 셀랴코프 대변인이 말했다. 그는 하청 건설업체가 제대로 전환기를 고정하지 않은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이 사고의 원인이었는지는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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