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렘린궁 전속 요리사 인터뷰… “한국 귀빈들, 입맛 까다로워”

빅토르 벨랴예프 러시아 요리사연합 회장은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러시아 정상들의 전속 요리사로 활동해 왔다. (사진제공=드미트리 아스타호브 / 리아 노보스티)

빅토르 벨랴예프 러시아 요리사연합 회장은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러시아 정상들의 전속 요리사로 활동해 왔다. (사진제공=드미트리 아스타호브 / 리아 노보스티)

전(前) ‘러시아 대통령 전속 요리사’ 빅토르 벨랴예프가 공개하는 크렘린궁 부엌의 이야기

빅토르 벨랴예프 러시아 요리사연합 회장은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러시아 정상들의 전속 요리사로 활동해 왔다. 인디라 간디 전 인도 총리에게 국수 조리법을 가르친 경험이 있는가 하면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은 그의 요리를 맛보고 놀라움을 표하기도 했다. 그는 가장 입맛이 까다로운 손님들로 아랍, 한국, 루마니아에서 온 귀빈들을 꼽는다.

아키비스트(기록관리사)가 꿈이었던 벨랴예프는 어느 날 요리기술학교의 문에 붙어있던 공고를 보게 됐다. 학생 모집 공고였다고 그는 '모스콥스키 콤소몰레츠'紙에 밝혔다. 자세히 알아보니 장학금 액수가 상당했기 때문에 그는 입학을 결심했다. 그는 졸업 후 모스크바 유명 레스토랑인 '프라하'에 배정된 것을 자신의 커리어에서 첫 번째 기적이라고 말한다. 미래의 크렘린궁 전속요리사는 당시 상당한 기간을 생선, 고기, 감자를 다듬는 데 보냈다. 그러다가 크렘린 연회 임시 요리사로 참가하게 됐고 그후 크렘린 '부엌'에 정식 초청됐다.

빅토르 벨랴예프
빅토르 벨랴예프 (사진제공=Press Photo)

"요리기술학교 다닐 때 지나이다 바실리예브나라는 선생님이 계셨는데 저를 참 아껴주셨어요. 어떻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하는 요리는 처음부터 맛이 있었거든요. 솔랸카든 뭐든 만들면 다 그랬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의 삼촌이 크렘린궁 조리부장이었어요. 그런 선생님 덕분에 직원용 식당이 아니라 바로 크렘린궁 특수조리부로 배정이 될 수 있었습니다. 당시에 최고 엘리트를 위한 조리부는 두 개로 나눠있었어요. '오소바야(особая)'라고 불린 특별조리부는 공산당 정치국원용이었고, '스페츠쿠흐냐(спецкухня)'라 불린 특수조리부는 정부 각료용이었죠. 저는 후자로 배정됐습니다. 그곳은 정말 별천지더군요. 처음 특수조리부 주방으로 들어갔을 때 괴벨스의 별장에서 가져온 가스렌지들을 보았는데, 렌지 하나의 길이가 10m씩이었어요. 나중에 모두 전기렌지로 개조됐지요. 그곳에서 14년을 일앴습니다." 벨랴예프는 회상한다.

특수조리부는 매일 끊이지 않는 크고 작은 연회의 음식 준비를 담당했다. "피델 카스트로 쿠바 대통령,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 인디라 간디 인도 총리, 닉슨 미 대통령, 콜 독일 총리, 지미 카터 미 대통령이 제가 만든 음식을 들었습니다. 정말 많은 정상들이 제 음식을 맛보았지요. 제게도 흥미진진한 일이었습니다. 세계 최고의 VIP들을 위한 음식을 준비하면서 여러 다른 나라의 음식에 대해 배우는 기회가 됐으니까요"라고 벨랴예프는 말한다. "정상 방문 전에는 사전 점검팀, 의전팀과 의료진이 먼저 도착해 VIP의 음식 기호, 앓고 있는 병에 대해 미리 알려줍니다. 러시아식 수프와 요리를 먹지 않는 아랍국가들에서 사절단이 오면 준비과정이 달라졌죠. 그쪽 대사관에서 전속 요리사들을 보내 우리에게 아랍 전통 음식 조리법을 가르쳐주었습니다." 중국 사절단이 올 때면 해삼을 가져오기도 했는데, 크렘린 요리사들은 조리법을 몰라서 처음에는 애를 먹었다고 그는 말한다.

외국 손님들 중에는 러시아 음식이 마음에 든다며 조리법을 알려달라고 요청한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인디라 간디 전 총리는 계란 노른자로 만든 국수를 맛있게 드셨습니다. 나중에 주방을 찾아와 조리법을 알려달라고 부탁하셨죠. 몇 달 후 어떤 포럼 참석 차 총리께서 다시 러시아를 방문했을 때 마침 제 당번이었어요. 일부러 주방을 찾은 총리께서는 '우리 가족이 정말 좋아합니다. 내가 직접 만들었는데, 정말 맛있었어요'라고 하시더군요." 벨랴예프는 회상했다.

하지만 가끔은 입맛이 까다로운 손님을 맞이하게 된다. 한국인들과 루마니아인들이 그랬다.

언젠가 벨랴예프 씨는 해외에 나가 요리사 일을 해보기로 결심하고 식구들과 함께 시리아로 떠났다. 흑빵도, 케피르도, 청어절임도 없고, 기후도 맞지 않는 곳을 택한 것은 정말 큰 실수였다. 섭씨 50도의 더위 속에서 주방 불 앞에 서서 일하는 것은 결코 즐거운 일이 아니었다. 러시아로 돌아온 그는 스탈린의 모스크바 교외별장에서 일하게 됐다. 그곳에는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초대 대통령을 위해 지은 영빈관 같은 것이 있었다. 벨랴예프는 그곳의 조리부장으로 임명됐다. 아직 커튼조차 달아놓지 않은 텅빈 신축 건물에서 그는 스탈린 별장을 박물관처럼 둘러보러 오는 해외 사절단들을 맞이했다. 그 시절 특권층이 누리는 특권에 대한 시위가 일기 시작했기 때문에 고르바초프 자신은 영빈관에 한 번도 들린 적이 없다. 그후 '교외별장'은 문을 맏았다.

보리스 옐친 러시아 초대 대통령이 고르바초프를 밀어내고 권력을 잡았을 때 벨라예프는 다시 크렘린으로 돌아왔다. 이제 크렘린궁의 식사는 '크렘린 조리콤비나트'라는 회사가 맡게 됐고 벨랴예프가 8년 동안 회장직을 맡았다. 그후 2008년 심근경색을 겪은 그는 자리에서 물러난다. 크렘린궁 '부엌'에서 그는 총 32년을 일했다.

This website uses cookies. Click here to find out more.

Accept cook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