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분석 "러-터키, 관계 회복 조만간 힘들 것"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로이터
지난달 말 파리에서 개막한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레제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만남은 결국 성사되지 못 했다. 양국 정상은 오히려 강경논조의 성명을 연이어 내놓음으로써 향후 화해의 가능성마저 지워버렸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지난 11월 30일 파리에서 개막한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는 의제와는 상관없는 다양한 정치적 성명들이 쏟아져 나왔다. 가장 세간의 관심을 주목시킨 문제 중 하나는 과연 푸틴 대통령과 에르도안 대통령이 시리아-터키 국경에서 터키 공군에 의해 IS 공습작전 중이던 러시아 전폭기가 격추된 사건을 논의할 것인지 여부였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 중국, 독일, 한국, 이스라엘 정상들과 연이어 쌍무회담을 가졌지만, 에르도안 대통령과는 만나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은 “터키 대통령과 만나지 않았다”고 밝힌 후 러 공군 수호이 Su-24기 격추와 관련한 더 상세한 정보를 확보한 상태이며 시리아 내 투르크멘족 보호라는 터키의 설명은 핑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푸틴 대통령은 파리 총회 폐막 후 기자회견에서 “터키가 자국으로 향하는 석유공급로를 보호하기 위해 우리 공군기를 격추시키기로 결정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근거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러시아와 터키가 비자면제국인 것을 이용하여 테러리스트들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는 러시아의 우려를 터키가 묵살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의 일부 지역에서 손에 무기를 쥔 채 우리와 싸웠고 계속 싸우려는 테러단체 조직원들이 터키 영토로 ‘유입’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우리는 이미 오래 전부터 경고해왔다.” 푸틴 대통령은 말했다.

이에 에르도안 대통령도 즉각 대답을 내놨다. 그는 같은날 저녁 만약 터키가 이슬람국가(IS)로부터 석유를 구입했다는 비난이 사실도 판명된다면 사임하겠다고 약속했다.

정권교체가 답

러시아와 터키의 협력 관계가 2000년 이래로 “상당한 노력”을 들여 쌓어온 것이기 때문에 현 상황에서 Su-24 격추 사건 이전의 협력 수준을 회복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일 것이라고 아랍전문가 겸 분쟁감시전문가인 레오니드 이사예프 고등경제대학 일반정치학과 조교수는 지적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의 강경한 성명에 대해 터키도 상당히 강하게 응수했으며 이제 양국 관계는 장기간 냉각기로 접어들 수도 있다”며 향후 양국 관계가 초기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이러한 대립은 궁극적으로 러시아, 터키 그리고 터키가 회원국으로 있는 나토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파리 총회 막후에서 터져나온 강경한 수사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최소 정권교체”가 일어나야 할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양국 모두에서 이러한 강경 발언에 대해 해당 지도자를 바로 떠올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정권교체만이 현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유리한 방법이라는 데 터키전문가인 블라디미르 아밧코프 동양연구국제관계대중외교센터 소장도 동의했다. 물론 터키 정권과 터키 국민을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고 그는 경고했다. “러시아 비행기를 격추시켰을 때 터키 정권은 테러리즘과 손을 잡은 것은 맞다. 하지만 우리는 미래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고 그는 지적했다. 유망한 파트너로서 터키의 존재를 무시하기란 힘들 것이라는 것이다.  

나토의 개입

러-터키 관계 단절이 시리아분쟁의 이해당사국들 간의 협력에 영향을 미칠 것인가? 이에 대해서는 파리에서 푸틴 대통령이 “친구의 등에 칼을 꽂는 상황에서 폭넓은 협력이 가능하겠는가”라는 말로 정확히 답했다고 빅토르 나데인라옙스키 러시아과학아카데미 세계경제국제관계연구소(IMEMO) 주임연구원은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는 여전히 IS 섬멸작전을 중단할 생각이 없으며 프랑스와의 협력도 거절할 생각이 없다.

게다가 이러한 상황 하에서 시리아 대테러 작전이 악화될 리도 없을 것이다. 반대로 상황은 더 좋아지기만 했다고 나데인라옙스키는 지적했다. 시리아에 대공미사일 S-400이 배치된 것은 판세를 뿌리채 바꾸어놓았다. 사실상 전선 전역이 레이더 반경 안에 들어오게 되자, 레이더 감시지역으로 들어오기를 터키 공군기들이 꺼리면서 시리아 쿠르드족 민병대 부대가 배치된 지역 폭격이 줄었다는 것이다. “시리아 쿠르드족 민병대는 IS와 매우 효율적인 전투를 수행하고 있다. 그런데 터키는 사실상 거의 매일 이들 거주지역에 포격을 가해왔다”고 나데인라옙스키는 지적했다.

만약에 터키가 대IS 연합국들의 시리아 작전에서 크게 걸림돌이 된다면 나토는 터키를 이 과정에서 제외시킬 수도 있을 것이라고 그는 보았다. 이사예프 교수 또한 “시리아 상황은 지금도 긴장이 팽팽하다. 만약 그곳에서 러-터키 간 분쟁이 심화된다면, 이는 IS에만 보탬이 될 것이다. 나토는 Su-24 격추 때처럼 터키 편에 서겠지만, 러-터키 양국 간 분쟁이 더 악화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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