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하는 법을 다시 배우는 러시아와 미국

(사진제공=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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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는 미국 고위급 외교관들의 러시아 방문에서 우리는 러시아와 미국이 접점을 찾아 우크라이나 위기로 중단된 정치적 대화를 재개하려 모색 중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러시아 전문가들은 '재부팅' 정신의 부활을 논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입장인 동시에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평화협정 이행을 설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17~18일 빅토리아 뉼런드 미 국무차관보가 모스크바를 방문했다. 이로써 뉼런드 차관보는 지난 며칠 사이 두 차례나 러시아 땅을 밟은 것이 된다. 처음에는 존 케리 국무장관과 함께 소치를 방문했고, 그후 우크라이나를 들렀다가 다시 모스크바를 찾아 그리고리 카라신 외무차관과 세르게이 럅코프 외무차관을 만나 회담을 가진 것이다.

전쟁은 '냉전'으로 남아야 한다

미국이 이처럼 바쁜 외교행보를 보인데 대해 일부 러시아 정치학자들은 미국의 대러시아 접근방법에 모종의 변화가 생긴 것이 아니냐는 기대를 내비쳤다. 이와 관련 러시아 파워엘리트 토론 모임인 발다이 클럽(Валдайский клуб) 선임전문가인 올레크 바라바노프 모스크바국제관계대학교(МГИМО) 교수는 "5월 초 케리 국무장관 주변으로 더 이상 러시아와의 관계 악화를 바라지 않는 많은 유럽 국가들의 노력을 미국이 더 많이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단의 민주당 중견의원들이 모이기 시작했다"고 Russia포커스와의 인터뷰에서 지적했다.

그는 "동시에 케리 미 국무장관은 지금까지처럼 민스크 협정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우크라이나 위기 해결의 이니셔티브를 되찾고 그 해결 전 과정을 자신이 총괄하기 위해 민스크 협정에 합류한다는 미국으로서는 새로운 전략을 선택했다"고 지적했다.

드미트리 수슬로프 고등경제대학(ВШЭ) 종합유럽연구센터 부소장은 다른 견해를 보였다. "어떠한 돌파구나 관계 개선 또는 미국측의 양보에 대해 아직 말하기 이르다. 미국은 단지 우크라이나 사태가 앞으로 더 악화되는 것, 그리고 2016 대선을 앞두고 러-미 관계가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일 뿐"이라는 것이 그의 견해다. 그는 이어 "오바마 정부 내 실용론자들은 더 이상의 사태 악화를 원치 않고 있다. 그 경우 백악관은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을 하라는 압박을 받을 것이고, 그 경우 러-나토(NATO) 충돌 가능성이 신속하게 대두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운신의 폭 적어질 듯

한편 양국간 이견의 최대 원인은 여전히 우크라이나다. 뉼런드 미 국무차관보의 모스크바 회담의 주요 의제는 우크라이나 위기 해결 과정의 세부사항들이 명시된 민스크 협정이었다. 이번 모스크바 러-미 외무차관급 회담은 특히 우크라이나의 탈중앙화와 헌법개혁에 대한 양국의 시각차를 보여주었다.

러시아 파워엘리트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국이 민스크 평화과정에 직접 개입하는 것이 과연 러시아에 이로울 것인지 여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수슬로프 부소장은 "러시아로서는 뉼런드 차관보가 그다지 반갑고 편한 협상상대가 아니다. 그녀 또한 위기 해결이 모스크바의 조건대로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바라바노프 모스크바국제관계대학교 교수는 "현 시점에서 미국이 민스크 포맷에 끼어드는 것은 러시아로서는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현재 러시아의 핵심 목표는 다름아닌 독일과의 대화 재개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런가 하면 미국 외교계의 분주한 행보에는 그 나름의 긍정적 요소도 찾아볼 수 있다고 수슬로프 부소장은 지적했다. "얼마 전까지만해도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입장을 대변했다. 이제 미국은 군사적 격화가 아니라 정치적 해결을 선호하는 행위주체로 바뀔 수 있을 것이다. 정치적 해결이 무엇인가에 대한 그들의 이해가 러시아의 것과 차이를 보이고는 있지만 적어도 돈바스 문제를 군사적으로 해결한다는 쪽으로 가고 있지는 않다."

미국이 민스크 협정 포맷으로 합류하는 것은 러시아에게도 매우 중요하다. 그렇게 되면 우크라이나의 운신의 폭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정치분석센터 '브네시냐야 폴리티카(대외정치)'의 안드레이 수셴초프 매니징파트너는 Russia포커스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는 듣기 좋은 말을 해주는 이들의 말만 듣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크라이나 당국은 언제나 자신에게 가장 편리한 협력국을 찾고 있다. 그런데 모든 협력국들이 하나 같이 같은 말을 한다면, 우크라이나로서는 그 말을 존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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