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유럽재래식무기감축조약 탈퇴로 서방에 대한 불만 표시” 전문가들 평가

(사진제공=알렉세이 말가프코프/리아 노보스티)

(사진제공=알렉세이 말가프코프/리아 노보스티)

러시아가 유럽재래식무기감축조약(CFE)을 “무의미하다”고 규정하고 조약 탈퇴를 선언했다. 이런 식으로 러시아는 계속되는 우크라이나 위기를 둘러싼 서방의 행동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러시아가 유럽재래식무기감축조약(CFE)이 "정치적, 실용적 관점에서 무의미해졌다"고 밝히며 지난 3월 11일 자로 조약 탈퇴를 발표했다. 이에 대해 옌스 스톨텐베르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은 러시아의 결정이 실망스러운 것이라고 밝혔다.

시위적 제스처

중화기 보유 상한선을 규정한 유럽재래식무기감축조약(CFE)은 1990년 나토와 바르샤바조약기구 사이에 체결된 것이다. 1999년에는 나토의 확장을 고려하여 나토 회원국들에는 무기 보유 제한선을 낮추고 러시아에는 북서부 지역과 캅카스에 더 많은 무기 보유를 허용한 조약 개정안이 마련됐다.

러시아는 조약 개정안을 비준했지만(2004년), 30개 조약 서명국 중에서 러시아의 예를 따른 나라는 벨라루스와 카자흐스탄, 우크라이나 단 3개국뿐이었다. 2007년 러시아는 조약 이행을 중단했지만, 이제야 비로소 조약에서 완전히 탈퇴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CFE 조약에서 탈퇴하기로 한 이유를 우크라이나 위기가 야기한 사태에서 찾았다. 알렉세이 아르바토프 세계경제연구소 국제안보센터 소장은 Russia포커스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행보를 두고 "나토가 러시아 인접국들로 군사력을 확장한 데 대한 시위적 제스처"라고 지적했다. 미군이 라트비아로 전차 여단을 파병한 상황에서 (이 일은 러시아의 탈퇴 발표 며칠 전 일어났다) 러시아가 CFE에 참여하는 것은 더 이상 무의미하다는 사실을 "재차 상기"시킨 것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미 전차 여단 파병은 CFE 조약의 문구는 아닐지라도 적어도 그 정신을 위배했다고 밖에는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2004년에 나토에 가입한 발트 3국에게도 점진적으로 CFE 무기 보유 상한선이 적용될 것으로 기대되어 왔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CFE 초안와 그 개정안에도 발트 3국은 직접적으로 거론되지 않았다).

안드레이 코르투노프 러시아 국제문제위원회 사무총장도 러시아의 CFE 조약 탈퇴 결정이 러시아 국경 부근에서 나토의 군사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는 것에 대한 불만을 서방 국가들에 표시하기 위한 신호로 간주했다.

'큰 실수'

러시아는 CFE 개정안이 발트 3국을 언급하지도 않았고 나토 회원국들을 위한 무기 보유 상한선도 러시아 군에 적용된 상한선보다 3배나 많았음에도 그것을 비준 통과시켰다. 반면에 러시아의 이러한 '양보'에도 불구 나토 회원국들은 개정안을 비준하지 않았다.

나토는 조지아와 압하지야, 남오세티야, 트란스니트리아에서 러시아 군 철수를 규정하고 있는 이른바 1999년 이스탄불 협정을 러시아가 이행해야 한다는 것을 조약 비준 조건으로 내걸었다. 러시아는 이러한 단서가 억지스러운 것이라고 말하고 조지아와 몰도바와 체결한 러시아 군 철수 협정이 쌍방 협정이기 때문에 CFE와는 무관하다고 지적했다.

"나토 국가들은 [러시아 군 철수를 요구하면서] 개정된 조약 비준을 서두르지 않았다. 러시아는 거의 모든 것을 철수시켰다. 남아 있는 것은 소규모 병력과 시설뿐이다. 서방은 이스탄불 협정을 들먹이면서 러시아군의 완전 철수를 요구하며 자신의 노선을 관찰시키려고 했다. 나는 나토의 이러한 행보가 극히 근시안적이며, 큰 실수였다고 생각한다"고 아르바토프 사무총장은 밝혔다. 결과적으로 나토는 유럽의 재래식무기에 대한 통제시스템을 "무위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커지는 의혹

한편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CFE 탈퇴가 필요한 안정과 안보 수준 복원에 관한 구체적인 이니셔티브들을 동반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코르투노프 사무총장은 러시아의 CFE 조약 탈퇴가 서방 측의 반러 정서와 새로운 의혹을 더 키우게 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뭔가를 거부하더라도, 심지어 정정당당하게 거부하더라도 새로운 문제 해결 방안들은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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