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알렉세이 마이세프/리아 노보스티)
지난 16일 압하지야를 방문한 수르코프 보좌관은 "궁극적으로 양국간 국경은 제거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라울 하짐바 압하지야 대통령의 발언은 좀 더 신중했다. 하짐바 대통령은 현재 러시아와 국경 통과 간소화를 논의 중이며 이 문제는 양국간 조율이 필요한 것으로 조만간 해결될 것이라고만 밝혔다.
한편 하짐바 대통령은 아직 대통령 후보 시절이던 작년 8월 "러시아와의 국경 개방" 필요성을 밝힌 바 있다. 당시 그는 양국간 국경이 개방되면 압하지야를 찾는 러시아 관광객 수가 몇 배로 늘어날 것이며 세관 통관 절차 간소화로 압하지야 농업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양국간 국경 절차 간소화 과정과 관련하여 러시아와 압하지야 양국 지도부는 이것이 최근 양국 의회가 비준한 양국 간 '동맹 및 전략적 파트너십' 조약에 따른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조약은 러시아와 압하지야가 "안보상의 이유로 가해지는 제약들을 고려한 양국 국경의 완전 개방"을 보장해야 한다고 명기하고 있다.
분명한 점은 국경 자체를 철폐한다는 내용은 조약에 담겨 있지 않다는 것이다. 수르코프 보좌관도 국경 철폐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라는 것이 러시아과학아카데미 산하 동방학연구소 중앙아시아·캅카스·우랄-볼가연안 연구센터의 전문가 알렉산드르 스카코프의 설명이다. "'제거(снимать)'와 '철폐(ликвидировать)'는 다르다. 국경은 그대로 남겨 두되, 관련된 형식적 시설들을 철폐한다는 말이다. 즉 철조망을 제거하고, 국경 초소 대부분이 철거된다." 스카코프가 Russia포커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러시아 국적자의 경우 여권만 제시하면 압하지야 입국이 가능하게 된다. 이러한 절차도 타국인이 러시아인 행세를 하며 압하지야로 입국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스카코프는 설명했다.
양국 동맹조약에서 양국 국경의 미래는 조지아-압하지야 국경을 러시아와 공동 경비하는 문제와 연계되어 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하여 몇 가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블라디미르 옙세예프 독립국가연합(CIS)국가연구소 캅카스 국장은 신규 조약이 압하지야-조지아 국경의 공동 경비를 규정하고 있기는 하지만, "압하지야에는 사실상 국경수비대가 없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구체적으로 누가 국경을 경비할 것인지는 불확실할 뿐 아니라, 현재 압하지야-조지아 간에는 해상경계선도 설정되어 있지 않고 언제 그것이 이뤄질 지는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옙세예프 국장은 압하지야-조지아 국경 수비 문제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러시아-압하지야 국경 철폐 문제를 논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하지만 수르코프 보좌관이 언급한 '국경의 제거'는 가능한 것이며, 이것은 러시아와의 자유로운 이동을 가능케하기 때문에 압하지야측도 원하는 바일 것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그런가 하면 압하지야는 1990년대초 조지아와의 무력분쟁 이후 압하지야를 떠났던 조지아 난민들의 대거 귀환을 두려워하고 있기 때문에 러시아와의 국경 완전 개방을 원치 않고 있다고 옙세예프 국장은 지적했다. 조지아 당국 발표에 따르면 1992~1993년 전쟁으로 20만 명 이상의 조지아계 난민이 압하지야를 떠났다.
압하지야와의 동맹조약 체결 후 러시아는 조지아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또 다른 공화국인 남오세티야와도 같은 조약을 신속히 체결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8일 모스크바에서는 러시아-남오세티야 국경 조약이 체결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