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북캅카스에서 보스턴 테러 배후 수사 중

(사진제공=로이터/단 람파리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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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테러 수사를 위해 미국 측 조사단이 북캅카스에 파견되어 차르나예프 형제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과의 접촉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한편 전문가들은 차르나예프 형제가 단독으로 범행을 저질렀으며 테러 집단의 연계는 없었다고 확신하고 있다.

보스턴 테러 수사를 위해 미국 측 조사단이 북캅카스 지역의 러시아령 다게스탄 공화국에 파견됐다. 다게스탄에는 테러 용의자 차르나예프 형제의 부모가 거주하고 있으며, 바로 여기에서 테러 주동자인 형 타메를란이 이슬람 극단주의자들과 접촉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차르나예프 형제가 단독으로 범행을 저질렀으며, 테러 조직이 배후에 있는 것은 아니라고 확신하고 있다.

러시아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 토요일 모스크바 주재 미국 대사관에서 파견한 조사단이 차르나예프 형제 부모와의 면담을 위해 다게스탄에 도착했다. 형제의 부모가 미국에 가서 수사에 참여할지가 논의되었다. 한편, 러시아는 푸틴 대통령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합의한 바에 따라 이번 테러 수사에 협조하고 있다.

수사관들이 주시하고 있는 것은 차르나예프 형제, 그중에서 특히 보스턴에서 테러를 일으킨 후 경찰과 총격전을 벌이다 사망한 형 타메를란이 다게스탄에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과 접촉했는지의 여부이다. 타메를란은 2012년 다게스탄에 다녀간 바 있다.

한편 전문가들은 북캅카스에서의 수사가 실효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이라 보고 있다. 알렉세이 필라토프 ‘전직 알파특수부대원 국제협회’ 부회장은 타메를란 차르나예프가 다게스탄에 머문 기간이 그다지 길지 않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는 “마하치칼라에 파견된 미 연방수사국(FBI) 요원들은 차르나예프 형제의 다게스탄 방문이 미쳤을 영향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형식적인 면이 큽니다. 두 형제가 어떤 상황에서 그들의 계획을 실행에 옮기게 되었는지 이해하려면 전체 정황을 명확히 밝혀야 합니다”고 말했다.

형인 타메를란의 경우 테러 집단 측과 모종의 접촉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필라토프는 추측한다.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이러한 정보를 미 FBI에 전달했으나 어느 쪽도 타메를란을 체포하지 않았다. “FSB측에 타메를란을 테러리스트로 의심할 만한 강력한 증거가 있었다면 그가 2012년에 다게스탄을 방문했을 때 체포했을 겁니다. 그러나 그러지 않았다는 점으로 보아 형 타메를란은 단순히 테러집단 측과 만난 것일 뿐 이들 조직의 일원은 아니었을 것입니다”라고 필라토프는 단언했다. 그는 FSB 요원 출신이며 인질 석방 임무에 직접 참여한 바 있다.

필라토프 부회장은 “사실 이번 테러는 훨씬 전문적인 다른 테러범들에 의해 조직된 것이라 봅니다. 차르나예프 형제는 이용당한 것이고, 아마도 돈을 받았을 겁니다”고 밝혔다.

북캅카스 문제 전문가인 이반 수호프 기자도 이와 비슷한 입장이다. 수호프는 “어느 모로 보나 차르나예프 가족은 매우 독실한 이슬람신자였습니다. 이러한 환경이 형제들의 사고형성에 영향을 미쳤을 것입니다. 타메를란은 개인적으로 북캅카스의 이슬람 급진주의자들, 심지어 무장단체 대원까지 알게 됐을 수 있습니다. 그런 쪽에 관심만 있다면 이들과 접촉하기 위해 캅카스에 오래 살아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며칠 들르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그러나 보스턴 테러가 북캅카스 지역 테러조직의 소행으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이는 억지 주장에 더 가깝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차르나예프 형제는 캅카스의 친척들과 연락을 주고 받았으며 북캅카스 문제에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그들의 SNS 계정을 보면, 미국이 이란과 이라크에서 보인 행동에 대해 논의했으며 그들의 태도는 여타 캅카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이 문제에 대해 보이는 반응과 같습니다. 그러나 보스턴에서 일어난 일은 단독범행일 가능성이 가장 높고, 그 배후에는 어떤 테러조직도 없었을 겁니다. 이에 대한 최종적인 해답은 수사를 통해 밝혀야겠지만 말입니다”라고 전했다.

이반 수호프는 러시아 정보부의 수사 공조에 주목하고 있다. 그는 본지와의 대화에서 “이러한 협조 덕분에 미국 측은 그들과 러시아가 공통의 적을 상대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도 있다”며 “어떤 면에서 지금 상황은 911테러 이후 열린 양국의 협력과 공조를 위한 기회의 문과 비슷합니다. 문제는 이러한 협력을 북캅카스 청년들이 어떻게 바라볼까 하는 것”이라고 말을 마쳤다.

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 대령 출신 러시아 정치인 겐나디 굿코프도 양국간에 관측되고 있는 긴밀한 공조관계를 지적했다. 굿코프는 “러시아 연방보안국은 미 연방수사국이 차르나예프 형제가 북캅카스에서 정확히 무엇을 했고 누구와 만났는지 등의 정황을 규명하는 일에 협조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 치안당국이 무엇인가를 ‘간과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러시아 연방보안국이 FBI 에 차르나예프 형제에 관한 정보를 전달하기는 했으나 양국 수사국 모두 관리해야 할 ‘요주의 인물들’이 많은데 차르나예프 형제의 경우 구체적 정황이 없었고 수배 중인 인물도 아니었다는 것이다.

미하일 스타르시노프 러시아 하원 민족관계 위원회 제1부위원장은 “당시 이 정보가 충분한 주목을 받지 못한 이유에 대해서는 더 조사가 필요합니다. 러시아 연방보안국은 테러 진압 경험이 풍부하여 그 능력에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이 분야에서 양국의 공조를 강화해야 합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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