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는 있을까?

드미트리 디빈
SU-24 전투기 격추 이후 러시아와 터키 관계 전망

터키 공군에 의한 러시아 전투기 격추 사건은 러시아와 터키 양국 관계에 어려운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아주 최근까지만 해도 정치인과 전문가들은 양국 관계를 과거의 역사적 적대국들이 관계 개선에 성공한 사례로 간주했다.

한편, 현재의 문제들이 특별한 이유 없이 돌발적으로 발생했다고 간주하는 것은 옳지 않다. 터키의 유명한 국제관계 전문가인 뷸렌트 아라스는 러시아와 터키의 관계를 ‘경쟁적 동반자 관계’로 규정한 바 있다. 실제로 많은 정치적 의제에서 러시아와 터키의 견해는 일치하지 않았다. 이는 나고르노카라바흐 분쟁과 조지아 문제에서도 나타났는데, 터키 정치인들은 조지아의 영토적 통일성을 의심치 않았다. 또 터키는 크림 의제를 공개적으로 부각시키려 하지도 않았지만, 러시아에 유리한 크림의 지위 변화를 바라보는 터키의 태도는 신중한 회의론으로 규정할 수 있다.

하지만 양국의 이견은 오랫동안 호혜적 경제 관계를 통해 막을 수 있었다. 이러한 실용주의가 앞으로도 정치적 문제를 둘러싼 갈등과 논쟁을 뒤로 밀어낼 것으로 보였다. 더욱이, 지난 10년간 터키의 정치를 이끌어온 레제프 에르도안 대통령과 미국, 유럽연합(EU)의 관계는 아쉬운 점이 많다. 터키는 미국과 중동 내 쿠르드족 조직들의 관계를 달가워하지 않았고, EU는 유럽에 통합되려는 터키에 특별한 열의를 보이지 않았다. 터키와 EU는 키프로스 문제에서도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게다가 터키 내 ‘쿠르드 지역’은 EU 내부에서 터키를 회원국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적절하느냐를 두고 논쟁을 촉발시켰다. 이 밖에도 터키는 상하이협력기구(SCO)에서 대화 파트너 지위를 갖고 있는 유일한 나토(NATO) 회원국이다. 요컨대, 러시아와 터키는 몇몇 문제에서 이견이 있음을 인정했지만, ‘한계선’을 넘지 않았고 경제 협력 증대 필요성을 의심치 않았다. 이를 뒷받침해 주는 증거로는 대유럽 러시아산 가스 경유국 우크라이나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목적으로 입안된 ‘터키 스트림’ 가스관 프로젝트 실행 준비를 들 수 있다.

하지만 ‘이견 인정’ 논리가 2015년에 들어와서 붕괴되기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붕괴의 기원은 중동에 이른바 ‘아랍의 봄’이 찾아오기 시작한 2011년 사태에서 찾아야 한다. 러시아는 당시 사태를 세속국가 붕괴 및 이슬람 근본주의 강화와 관련된 위험한 도전으로 받아들였지만, 터키는 이것을 자국의 우선순위에 오랫동안 들어 있지 않았던 지역으로 복귀할 수 있는 기회로 받아들였다. 터키가 이집트의 ‘이슬람 형제국들’의 지도자인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을 지지하고 이스라엘 비판과 정치적 ‘팔레스타인주의’로 급선회하고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반대 투쟁에 나선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터키는 자신의 ‘근외’인 중동에 사실상 승부수를 띄웠다.

그 결과 유라시아의 두 거대 국가에는 서로 다른 정치적 시각이 형성됐다. 시리아에서 러시아는 ‘이슬람국가(IS)’와 세속국가 붕괴를 주요 위협으로 보고 있지만, 터키는 쿠르드족과 알라와이트족의 입지가 강화되고 터키의 역내 영향력 강화에 관심을 두고 있는 자국의 ‘고객들’이 패배할까 우려하고 있다.

유라시아 내 두 거대 국가의 관계가 SU-24 전투기 격추 사건으로 위험에 빠졌다는 데에는 논쟁의 여지가 없다. 위기에 놓인 터키와 러시아는 모두 국가 위신을 갖고 있고 현 상황에서 벗어날 가능성도 알고 있다. 상황은 당연히 바뀌고 진정될 것이다. 러시아도 터키도 감정이 최고조에 달했지만, 첫째, 양국은 복잡하고 거의 막다른 상황에서 벗어난 확실한 경험을 이미 갖고 있다. 둘째, 러시아와 터키 어느 쪽도 싸우다 힘이 빠져 제3의 세력에게 어부지리를 안겨주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 셋째, 터키는 아사드 정권에 절대 우호적이지 않음에도 시리아의 불안정이 터키 사회 자체에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도 있음을 잘 알고 있다. 터키 사회 내부에도 이슬람 급진주의 정서가 존재하는데, 이런 정서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에르도안 대통령과 러시아의 관계에도 불구하고 그에 맞서 싸우려고 한다. 심지어 대러 관계가 파탄에 이른다고 해도 에르도안 대통령은 그들에게 용서와 지지를 받지 못할 것이다. 이 모든 것은 러시아와 터키가 새로 형성된 어려운 상황에서도 모종의 일시적 타협을 찾을 수 있으리라는 조심스러운 희망을 안겨 준다.

article.crosslink.title

This website uses cookies. Click here to find out more.

Accept cook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