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기 참사 1주년...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나

(일러스트=나탈리야 미하일렌코)

(일러스트=나탈리야 미하일렌코)

최근 1년 전 우크라이나 상공 통과비행 중 피격된 말레이시아 항공 소속 보잉777기 참사의 책임자 규명을 위한 국제법정 설치 논란이 불거졌다. 하지만 그 논란의 주체 중 어느 누구도 2014년 7월 참사의 정황에 대한 믿을만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

1년 전인 2014년 7월 17일 아직도 여전히 끝나지 않은 유럽 대전의 가장 끔찍한 참사 중에 하나로 꼽을만한 사건이 발생했다.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주, 토레스 시에서 멀지 않은 곳에 암스테르담을 출발해 쿠알라룸푸르로 향하던 MH17편이 추락했다. 비행기에는 298명이 탑승해 있었고 전원이 사망했다.

서방과 우크라이나 여론은 처음부터 이것이 '친러시아 반군', 즉 돈바스 민병대의 짓이거나 러시아의 짓이라고 믿는 분위기였다. 공식 수사 결과 이러한 가설이 확인될 가능성도 있지만, 아직 정확히 밝혀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아직 수사가 완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수사에 가담한 여러 당사국 대표들이 발표한 단편적이며 떄로는 정치적, 감정적 성명들을 근거로 삼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나지브 라자크 말레이시아 총리는 수사가 참사의 책임자를 지목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발표했지만, 그 책임자가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수사 결과 보고서 초안이 논의를 위해 여러 나라 전문가들에게 발송됐다. 이 보고서 내용에 관해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미국 CNN 방송이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비공식 '유출' 정보뿐이다. CNN 보도에서도 '반군'에 책임을 묻고 있지만, 보고서 내용 전체는 공개되지 않았다.

도적적, 정치적 관점에서 볼 때 극히 중요한 사안에서 세계 여론은 지난 1년 동안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해관계를 가진 특정 정부들이 내놓는 때로는 논거가 빈약한 공식 발표에 의지해왔다. 두 번째 중요한 정보의 원천은 이른바 '익명의 소식통'이다. 이들은 SNS를 떠도는 거짓 자료, 부분 편집된 자료이거나, '공개된 자료'를 토대로 결론을 내리는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어떠한 전쟁이든 분쟁 당사자들은 거짓말을 한다. 우크라이나 분쟁에서 거짓말을 하는 것은 분쟁의 당사자인 우크라이나 정부와 돈바스 반군뿐이 아니다. 이 둘의 든든한 지원세력인 서방국가들과 러시아도 거짓말을 하고 있다. 대개는 자유롭고 비판적인 서방의 여론이 어떠한 사건의 평가에 있어서 이번처럼 비판의식의 결여를 보인 적은 없었다.

이는 종종 표현의 자유 제한으로 비난받는 러시아에서 봐도 놀라운 일이다. 러시아의 공식 방송들이 주기적으로 반우크라이나적인 공식 견해를 내보내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서방과 우크라이나의 견해를 보도하는 수많은 야권 신문들이 존재한다. 적어도 우리는 비교는 가능하다는 말이다.

서방 여론은 그 비판의식의 수준에 따라 전쟁을 중단시키거나 아니면 향후 유혈사태가 계속되도록 재촉할 수 있는 요인의 하나이다. 상식적으로 보자면, 작년 7월 17일의 참사 이후 세계 여론은 적어도 수사 시간 동안만이라도 살육전을 중단하도록 최선을 다했어야 한다. 대신에 서방은 한 목소리로 미국 정보위성 자료(아직까지도 대중에 공개되지 않았다)와 SNS를 떠도는 정보에 근거하여 반군과 러시아를 비난했다.

어떤 국가가 내놓는 공식 거짓말 보다 SNS를 떠도는 거짓 정보들이 더 사실에 가까워 보인다. 그 결과 세계는 아직 공식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러시아와 반군이 책임자라고 심중을 굳힌 듯 하다. 이에 도덕적 정당성을 가졌다고 느낀 우크라이나 정부군은 한층 더 세차게 반군 진압 작전을 개시했다.

유엔 자료에 따르면, 돈바스 분쟁에서 이미 6천 명이 넘는 사망자가 나왔다. 그 상당수가 민간인이다. 우크라이나 정부군은 말레이기 사고 수사가 진행 중이던 곳 근처까지 포탄을 쏘아댔다. 이는 SNS에서 얻은 소문이 아니라, 내가 직접 수사가 진행 중이던 당시 그곳에 있었기 때문에 안다. 말레이기 참사 후 전투가 더 치열해졌다는 사실은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와 많은 서방 기자들도 증명해줄 수 있다.

현재 우리가 정확히 아는 것은 무엇인가? 페트로 포로셴코가 우크라이나 대통령으로 선출된 2014년 5월 26일부터 (그는 대선 운동 중에 조속한 평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새로운 단계로 넘어갔다. 정부군은 자국내 여러 도시들에 공습을 시작했다. 최초로 공습을 당한 도시는 인구 수백만에 달하는 도네츠크 시였고, 수많은 민간인 피해자가 나왔다. 그 다음은 루간스크였고 중앙광장 공습으로 많은 민간인 피해가 있었다. 당시 우크라이나 정부는 반군이 주청사 건물의 에어컨을 사격해 민간인 희생자가 나온 것이라는 뻔뻔한 거짓말을 늘어놓았다. 슬라뱐스크 외곽지역은 정부군의 포격과 공습으로 사실상 지구상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얼마전 그곳을 방문했는데, 우크라이나 정부가 이곳을 반군으로부터 '해방된' 지역으로 부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1년이 지난 지금도 폐허가 된 집들의 잔해가 그대로 널부러져 있다.

1년 전 7월 말레이기 참사 전야 이곳에선 공중전이 전면적으로 벌어지고 있었다. 돈바스 반군에게도 쓸만한 대공 무기(러시아의 지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가 생겼고, 그들은 우크라이나 폭격기 격추에 나섰다. 고도 6,500미터를 비행 중이던 정부군 수송기를 격추시킨 일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반군이 관측장비 부족 또는 군사적 자질 부족으로 민항기를 군수송기로 오인해 말레이기를 피격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올 수 있다. 게다가 당시 반군 지도자 중 한 명인 이고리 스트렐코프는 사고 당일 토레스 지역에서 우크라이나 군용기를 격추시켰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론상으로 그 당시 반군이 항공기를 확보할 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던 정부군이 말레이기를 피격했을 가능성도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도 거짓말을 밥먹듯이 해오고 있는데, 특히 작년 7월 17일 우크라이나 상공에 정부군 비행기는 한 대도 없었다는 발표도 거짓말이다.

공식 수사에서 누가 어떤 무기를 사용하여 말레이기를 격추시켰는지 어느 정도 정확한 결론이 내려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당시 우크라이나 동부에서는 명확하게 그어진 전선이 없이 이곳 저곳에서 뺏고 뺏기는 전투가 이어졌다.

어떠한 경우든 비극의 근본 원인이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사실은 틀림없다. 진실을 규명하고, 말레이기 탑승객 희생에 대한 애도를 방패막으로 삼아 새로운 유혈사태가 발생하는 것을 막으려면 서방 여론의 비판적인 판단이 중요하다. 최고의 진실은 사람들의 생명이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말레이기 탑승객들의 죽음과 마찬가지로 도네츠크와 고를롭카 주민들의 죽음도 도외시돼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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