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IB 설립, 러시아와 전 세계에 무엇을 의미하나

(일러스트=콘스탄틴 말레르)

(일러스트=콘스탄틴 말레르)

천억 달러 규모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sian Infrastructure Investment Bank)을 설립하려는 중국의 결정이 결실을 맺고 있다. 중국 관리들은 최소 35개국이 가입 마감일인 3월 31일까지 새로운 거대 금융기구 '우산' 안으로 들어올 것이라고 주장한다. 보면 볼수록 이는 자국 경제 부흥에 차관이 필요한 개발도상국가들과 이익이 되는 거래를 찾고 있는 산업 선진국들 모두를 끌어들이는 중국의 유연하고 정교한 새로운 접근법을 보여주는 역사적 사건처럼 보인다.

자국의 오랜 동맹국들이 중국 주도의 금융기구에 가입하는 데 대해 미국이 반대를 표시한 것은 예상된 일이었다. 이는 중국이 국제적으로 부상하는 데 대한 제로섬식 접근법의 논리를 반영한다. 이는 또 미국의 국제 금융 장악력이 서서히 약화하고 있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것이 러시아의 입지와 전망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하는 것은 수십억 달러가 걸린 문제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러시아는 새로운 금융 동맹 밖에 남아 있는 쪽을 선택했다. 이런 선택은 현명한 것일까, 현명하지 않은 것일까?

최근의 제재 전쟁들과 메나 지역(MENA,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홍콩에 이르기까지 세계의 다양한 지역에서 일어난 분쟁들, 유럽 기업과 납세자들을 희생시키는 유럽연합(EU)과의 포괄적 무역 거래로 자국 시민들을 경제적으로 지원하려는 미국의 시도들, 이 모든 것은 지배적인 국제 금융기관들의 신뢰성을 무너뜨렸다.

게다가 미국 의회는 근시안적이게도 중국과 신흥국들이 국제통화기금(IMF) 운영 과정에서 큰 소리를 내지 못하게 했다. 이러한 반대 행위는 중국이 발기한 AIIB에 대한 예기치 않은 지지로 이어진 역풍을 맞았다.

하지만 중국 주도의 AIIB 합류 구상은 미국의 빗발치는 비판을 유발하며 범대서양 동맹 내부에 분열을 야기했고 워싱턴 컨센서스(Washington Consensus, 미국식 시장경제 체제의 대외 확산 전략)의 운영에 대해서도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낳았다. 좀 더 확실히 말하자면, 워싱턴 컨센서스는 IMF와 세계은행, 미국 재무부 등 워싱턴 기반의 금융기관들이 합동으로 가다듬어 놓은 제3세계에 대한 개혁 처방 패키지를 가리킨다.

AIIB는 특히 도로와 철도, 전력 건설 프로젝트들에 자금을 조달해주는 목적으로 고안됐기 때문에 세계은행과 다른 미국 연계 금융기관들을 대체하게 된다. 또 AIIB는 그와 비슷하게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주요 자금 제공자로 기능하곤 했던 일본의 차관 제공 은행인 아시아개발은행(ADB)과도 경쟁하게 된다.

중국은 차관 제공에서 투명성을 결여한 채 고압적으로 접근한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다른 견해들도 고려하기로 공약했고 심지어는 참여국들에 거부권까지 부여했다.

중국의 영리한 행보는 미국의 충실한 동맹국들 사이에 혼란을 일으켰다. 결국, 그들 중 일부 국가는 왕따가 될 수도 있다고 확실히 우려한 나머지 대열에서 이탈하여 시류에 편승키로 결정했다. 영국과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가 중국 주도의 초대형 은행에 가입한 것이다. 이처럼 노골적인 이탈 행위는 미국을 격앙케 했는데, 여기에는 그럴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유럽 국가들의 급격한 방향 전환에 대해서는 다른 해석이 있을 수도 있다.

현재 금융 시장은 세계은행과 IMF라는 거대 국제 금융기관이 지배하고 있다. 이 두 기관은 1944년 금융 세계의 유일무이한 공통분모로서 미국 달러화의 우위를 확립해준 브레튼 우즈 체제(Bretton Woods System)의 산물로 등장했다. 이러한 서열 구조는 점점 변화하는 경제 강국들의 위계질서가 무역과 통화 전쟁을 유발한 최근까지도 변함 없이 유지됐다.

모든 건 돈이 말해준다. 그리고 이 돈은 곧 중국어의 뚜렷한 억양으로 말할 것처럼 보인다.

This website uses cookies. Click here to find out more.

Accept cook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