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소련인의 삶을 개미에 빗댄 빅토로 초이의 노래 '개미집'

가장 유명한 한국계 러시아인 빅토르 최는 갓 스물여덟 살에 사망했지만, 러시아 록음악이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대의 진정한 상징으로 남아 있다. 페레스트로이카 초창기 소련에서는 설명하기 어려운 일이 일어났다. 러시아 록음악이 이념 검열로 질식할 듯한 대중문화에 한 줄기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었던 것이다. 하지만 수백만 명이 듣고 또 들은 노래를 지은 탁월한 재능의 음악가는 별로 없었다.

빅토르 최는 그런 재능 있는 음악가 중의 한 명이었다. 게다가 그의 노래는 사람들이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그의 노래는 귀에 착착 감기고 감성적이어서 연주하며 노래하기도 쉽다. 그래서 기타 연주를 배우는 젊은 사람들은 그의 노래를 첫 번째 연습곡으로 삼곤 한다. “천재의 모든 것은 단순한 데서 나온다’는 격언은 빅토르 최의 밴드 ‘키노’가 부른 노래들에 잘 들어맞는다.

‘키노’의 노래 “개미집”은 개미의 삶을 통해 소련 사회의 삶을 묘사한다는 점에서 은유적 성격을 띤다.

개미집

새 하루가 시작되고

차들은 이쪽저쪽으로 달리고

태양은 떠오르는 걸 귀찮아하지 않는다 해도

우리한테는 별로 큰 의미가 없다네

개미집이 살아 있네

누군가 개미의 다리를 부러뜨려 놓고 신경도 쓰지 않네

그래도 결혼할 때까지는 살 거라네

그래도 죽게 되면 죽는 거라네

 

나는 속는 것을 싫어하지만

진실을 듣는 것도 지겹다네

안식을 찾아 헤매었지만

주위에선 내가 열심히 찾지 않았다 하네

그리고 나도 모르겠네, 도대체 몇 퍼센트가

지금 이 순간 미친 사람들인지

하지만 눈과 귀를 열어보면

몇 배나 더 많다는 걸 알 수 있다네

 

우리는 전쟁을 할 수 있지

우리를 반대하는 이들에게 맞서서

왜냐하면 우리에게 반대하는 이들을 반대하는 이들은

우리 없이는 그들을 처리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네

우리의 미래는 깜깜하고

우리의 과거는 지옥이거나 천국이고

주머니에 돈은 안 쌓이는데

날이 밝았으니 일어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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