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속 ‘도청’ 전쟁… 러시아의 급소 노리기 가능할까?

'베프리' 핵잠수함, 세베로모르스크.

'베프리' 핵잠수함, 세베로모르스크.

레프 페도세예프/타스
미국과 러시아 모두 해저 통신 케이블을 절단할 장비를 갖고 있다. 하지만 걱정마시라. 전면 전쟁이 아닌 이상 당신의 인터넷 서핑에 차질이 생길 일은 없을 테니 말이다.

전 세계 해저에는 285개가 넘는 케이블이 깔려 있고 그 길이를 모두 합하면 885,000km 이상이다. 케이블 두께는 소다 캔 크기 정도로 몇 인치 정도에 불과해 여기에 도청장치를 설치하거나 절단하는 것은 누워서 떡 먹기다.

처음 피를 불러온 건 미국으로, 1970년 오호츠크 해에 설치된 소련 해군의 기밀 케이블을 도청하기 위해 아이비 벨 작전을 시행했다. 오호츠크 해는 외국 배가 넘을 수 없는 엄격한 한계선이었고 러시아가 침입자를 감지하기 위해 이 해저 경계선을 따라 견고한 탐지 설비 네트워크를 설치한 곳이었다. 게다가 이곳에서는 해상 및 해저 훈련이 자주 이뤄졌다. 그런데도 미국은 3차 세계대전의 가능성을 감수하면서까지 이 소련 영해로 핵추진잠수함을 보내 해저 케이블 도청장치를 설치했다.

도청은 녹음장치를 통해 이뤄졌기 때문에 미국 잠수함은 두 달에 한 번씩 가서 테이프를 회수하고 새 테이프를 설치해야 했다. 매 임무가 핵전쟁으로 번질 수 있었다. 소련은 1981년 스파이 첩보를 통해 미국의 도청 사실을 알게 됐지만, 도청 장치를 제거하지 않고 대신 몇 년에 걸쳐 미 안전보장국(NSA)에 거짓 정보를 흘렸다.

수중 케이블 도청은 생각보다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다. 미국과 영국 둘 다 ‘파이브 아이즈(Five Eyes -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를 포함한 영어사용권 다섯 국가의 정보수집 네트워크)’의 일원으로서 다른 국가들의 해저 케이블을 도청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은 심지어 해저 케이블에 도청장치를 설치하고 케이블 통신을 도청하기 위해 특별히 디자인된 ‘USS 지미 카터’라는 핵 추진 잠수함도 보유하고 있다.

이는 불법일 뿐 아니라 상업 및 은행 보안마저 침해하는 행위다. 도청으로 얻어진 정보가 테러리스트 추적에 사용된다면 그나마 낫다. 하지만 누가 그걸 믿겠나. 이 정보는 파이브 아이즈 내에서만 공유되어 참여국들에게 상업 및 외교 분야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해준다.

해저에서 러시아의 능력

미국 주도의 해저 케이블 도청이 확장되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면, 러시아가 첩보활동을 관두려 노력할 거라고는 예상할 수 없을 것이다. 세계 케이블에 대한 미국의 첩보활동이 있는 한 러시아 잠수함과 스파이선이 미국 이익에 핵심인 해저 케이블 근처에서 공격적인 작전을 펼치고 있을 거라 믿어도 좋다.

러시아가 미국과 영국 등 그의 주요 동맹국의 통신 채널을 도청하고 단절시킬 가능성을 확보하려 하는 것은 당연하다. 2015년 9월 두 개의 자가 엔진을 장착한 심해 잠수정을 장착한 러시아 첩보선 얀타리호가 쿠바로 가는 미국 동해안을 지나가는 게 목격됐다. 왜 쿠바인가? 주요 케이블이 관타나모 만 미국 해군기지 근처에 설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미국 해군에 따르면, 얀타리의 잠수정은 해저 수 마일에 위치한 케이블을 절단할 수 있다.

하지만 러시아가 인터넷망을 마비시킬 것이라는 보도는 심히 과장된 것이다. 너무나도 명백하지만 당신이 모를 경우를 위해 설명해주겠다. 가장 큰 이유는 러시아 역시 바깥세상과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 통신과 금융시스템 외 여러 가지에서 모스크바 또한 글로벌 해저 케이블망에 의존하고 있다.

빠르고, 강력하고, 위협적인 러시아 해군빠르고, 강력하고, 위협적인 러시아 해군

그렇다, 러시아 잠수함들은 십중팔구 계속해서 대서양과 태평양 아래 전화 및 인터넷 케이블 지도를 완성하려 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다른 것들과 마찬가지로 몸풀기일 뿐이다. 해저 케이블을 모니터링한다고 해서 러시아가 그 케이블을 발견하자마자 댕강 자를 것이라거나 미국의 디지털 통신망을 무력화하려 한다는 뜻은 아니다. 핵무기로 선제공격해 적을 지상에서 없애버릴 있지만, 첫째로 그런 짓을 하는 게 딱히 좋은 것은 아닌 데다가 둘째로 본인 역시 피해받을 게 뻔하므로 그러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만약 결국 전쟁으로 번진대도 통신망을 붕괴시킬 다른 방법이 있다. 가장 그럴듯한 시나리오는 미국 인터넷 네트워크에 대대적인 사이버 공격을 가하는 것이다. 러시아에는 이 일을 위해 훈련받은 사이버 부대가 있다.

두 번째 선택지는 네브래스카 300km 상공에서 핵탄두를 터뜨리는 것이다. 그 결과는 미국 EMP 위원회가 묘사한 대로 ‘근본적인 붕괴’일 것이다. 물질적 파괴는 없겠지만, 미국의 모든 마이크로 칩이 타버릴 테고 모든 전자 시스템이 고장나버릴 것이다. 전화기와 휴대폰이 먹통이 되고 교통 시스템도 정지할 것이다. 은행 시스템, 공항, 음식 및 연료 공급 시스템도 붕괴할 것이다. 현대 사회라는 직물이 산산히 부서져버리는 것이다.

이런 거다. 임무를 더 빠르고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무기가 수중에 있는데, 해저 케이블을 절단하는 것처럼 귀찮기 짝이 없는 일을 감수한다는 것은 상식에 반하는 일이다. 러시아가 글로벌 통신을 교란시키려 한다는 보도는 뉴욕타임스 기자들의 타오르는 상상의 산물이다. 하지만 미국 뉴스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서구권 밖에는 거의 없다.

현실은 미국이 위성 등 다양한 시스템을 통해 외부 세계와 연결되어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케이블 절단은 절대로 전체 통신망을 무력화할 수 없다. 미국은 상업용 케이블 외에도 군사용 데이터를 전달하는 비밀 해저 케이블을 보유하고 있다. 원한다면, 러시아 잠수함과 선박이 그 케이블의 위치를 찾을 수도 있었다. 군사 케이블은 상업적 케이블보다 더 위험부담이 크다. 하나 또는 그 이상의 케이블이 고의로 파손되는 경우 대체할 라우터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요충지

실제로 세계의 해저 인터넷 요충지를 모니터링하는 것은 미 국가안전보장국(NSA)과 기타 미 정보기관들이 유일하다. 주요 해저 케이블들이 미국 국경과 영해를 통과하기 때문에 미국은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쉽게 케이블을 도청할 수 있다.

미 국가안전보장국(NSA) 전 직원인 에드워드 스노든은 미국과 영국 정보기관들이 어느 정도까지 해저케이블 데이터를 도청하고 있는지 보여줬다. “글쎄요, 선택의 여지가 있다면 영국 회선이나 영국 서버를 통해 정보를 보내지 마세요.” 그가 말했다.

일부 유럽 국가를 포함한 몇몇 국가들은 미국 서버와 데이터회사를 떠나기 시작했다. 브라질 같은 국가는 포르투갈까지 가는 잠수함 통신 케이블 개발 계획을 시작했다. 미국을 완전히 우회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미국 회사들의 사업 참여를 완전히 배제시켰다.

한편, 당신은 러시아가 이런 활동을 표적으로 삼는 데에는 관심이 없다는 데 안심하고 이전처럼 평소대로 말하거나 검색하거나 이메일을 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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