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트랄’ 대러 제재를 거슬러 순항 중

미스트랄함을 둘러싼 논란이 여전히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는 아직 건조된 미스트랄함을 어디에 배치할 지 정확한 계획이 없다. (사진제공=로이터)

미스트랄함을 둘러싼 논란이 여전히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는 아직 건조된 미스트랄함을 어디에 배치할 지 정확한 계획이 없다. (사진제공=로이터)

지난 6월 말 러시아 해군 400명을 태운 훈련함 '스몰니(Смольный)'호가 크론시타트를 출발해 유럽대륙 대서양 연안에 위치한 프랑스 생나제르(Saint-Nazaire) 항에 도착했다. 이들은 앞으로 몇 개월에 걸쳐 프랑스에서 건조한 '미스트랄(Мистраль)'급 강습상륙함들의 구조, 운용 및 조종법을 배우게 된다. 이 강습상륙함들 중 하나인 '블라디보스토크(Владивосток)'호는 이미 건조가 거의 완료돼 몇 차례 바다에서 시험 운항을 했고, '세바스토폴(Севастополь)'호는 '발틱 조선소(Балтийский завод)'에서 제작된 후미부의 도착을 기다리고 있다. 이 부분은 현재 네덜란드 대양예인선에 의해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프랑스 DCNS 조선소로 운반되고 있는 중이다.

한 국가가 다른 국가로부터 수주를 받아 전함을 건조하는 것은 일견 펑범한 일로 보일 수 있다. 전세계적으로 이러한 예는 많다. 그러나 '미스트랄'을 둘러싼 이야기는 예상치 못하게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언론뿐이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국가들의 대통령과 장관, 고위급 공직자들이 미스트랄을 두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의무 對 협박

일례로 얼마 전 일단의 미국 상원의원들이 이 미스트랄 강습상륙함들이 러시아 손에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이 전함들을 프랑스로부터 모두 사들이자고 나토(NATO) 지도부에 제안했다. 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브뤼셀에서 열린 주요7개국(G7) 정상회의에서 프랑스가 러시아 해군을 위해 강습상륙함을 제조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로랑 파비위스 프랑스 외무장관은 심지어 러시아와의 선박 계약 중단 가능성을 천명해야만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재외공관장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를 언급했다. "프랑스가 우리나라에 미스트랄함을 공급하지 못하도록 미국이 프랑스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뿐 아니다. 프랑스가 미스트랄함을 공급하지 않는다면 프랑스 은행들에 대한 제재를 최소한으로 줄이면서 서서히 철회하겠다고 언질을 줬다는 것도 알고 있다. 이것이 협박이 아니라면 무엇인가? 국제무대에서 이런 행동이 과연 용납될 수 있는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러시아에 희망을 준 것은 사실이다. 그는 "프랑스는 계약을 이행할 것이며 기한 내에 전함을 공급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물론 (러시아에 대해) 전유럽 차원의 경제 제재가 채택되는 비상시에는 상황이 달라질 것이다"고 했다.

그러나 러시아에 대한 어떠한 전유럽적 제재도 없었다. 그래서 DCNS사는 프랑스 정부와 마찬가지로 러시아와의 계약상 의무를 계속 성실하게 이행하고 있다.

러시아는 과연 미스트랄이 필요한가?

그러나 정작 러시아에서는 2011년 6월 니콜라 사르코지 당시 대통령의 제안으로 양국이 체결한 미스트랄 발주 계약을 반기는 이들이 그리 많지 않다. 일부 군사 전문가들은 미스트랄급 강습상륙함은 러시아 해군에 전혀 필요가 없다고 계속 주장하고 있다. 첫째, 미스트랄은 외국 해안 병력 상륙작전용 전함인데 러시아 군사 독트사은 그러한 작전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둘째, 이 강습상륙함은 남위도 항해용으로 건조됐기 때문에, 러시아의 북쪽 바다에서 특히 겨울철에는 유빙들에 의해 강습상륙함의 선체가 손상될 위험도 있다. 셋째, 무장이 너무 취약하다. 혼자서는 공중공격도, 해상공격도 막을 수 없어 호위 전함이 필수라 추가적인 비용이 든다. 러시아 국가두마(하원) 국방위원회 위원장이자 전 흑해함대 사령관인 블라디미르 코모예도프 제독이 "프랑스가 미스트랄함 계약을 철회한다면 오히려 그들에게 감사해야 할 것이다"라고 표명했을 정도다.

물론 반대의 의견도 있다. 예를 들어 러시아 해군 최고사령관을 지낸 블라디미르 비소츠키 제독은 프랑스 강습상륙함이 전함 전단 운용에 훌륭하게 들어맞는다는 의견이다. 현재 러시아 해군이 상시 주둔 중인 지중해에서도 말이다. 또한 미스트랄은 해상 병원이자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군사 장비를 수송하는 운송수단이 될 수 있다. 미스트랄은 탱크 약 15대, 보병용 장갑차 약 60대를 실을 수 있는데, 이는 보강된 일개 차량화 보병대대에 맞먹는 규모다.

미스트랄을 옹호하는 중요한 논점이 하나 더 있다. 미스트랄의 후미부는 러시아 국내에서 제작되어 무장 탑재가 이뤄진다. 부분적으로 미스트랄 건조에 참여함으로써 러시나는 뛰어난 품질을 유지하면서 초단기에 전함을 건조하는 기술을 프랑스로부터 배울 수 있다(프랑스가 미스트할 한 척을 전조하는데 1년 반이 걸리는데, 러시아 조선업계에서는 나오기 불가능한 속도다).

문제는 정치만이 아니다

미스트랄함을 둘러싼 논란이 여전히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는 아직 건조된 미스트랄함을 어디에 배치할 지 정확한 계획이 없다. '블라디보스토크'호의 경우는 이미 올해 안에 새로운 무장 탑재 후 태평양 함대에 배치된다. 문제는 2017년에 건조가 끝나는 '세바스토폴'호다. 현재는 크림반도 세바스토폴 만 제9부두가 그 모기지로 거론되고 있다.

이렇게 되든 안 되든, 중요한 것은 전함의 건조가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프랑스는 미국과 유럽 동맹국들의 고강도 압박에도 불구하고 성실히 의무를 이행하고 있다.

일부 호사가들 사이에선 이 사건의 경우에 정치보다 경제 논리가 더 우선했다는 말도 나온다. 러시아와의 계약 이행을 거부하는 경우 프랑스는 전함 대금 12억 유로에 추가로 국가간 헙정을 파기한 데 대해 엄청난 위약금을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예측가능하며 책임감 있는 비즈니스 파트너로서 프랑스의 국가이미지도 걸려있다. 누구도 이런 평판을 잃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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