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유가 상승이 러시아에게 그다지 유리하진 않다

블라디미르 스미르노프/타스
유가 상승은 러시아 재정 적자를 줄여주지만, 러시아 국내 생산에 불리하게 작용하면서 수출을 방해한다. 게다가 유가가 상승하면 러시아는 에너지 자원 수출에만 의존하는 ‘네덜란드 병’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된다.

국제 유가가 상승하는 가운데 국제통화기금(IMF)은 러시아 경제 회복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IMF 자료에 따르면, 2016년 러시아 국내총생산(GDP) 하락율은 이전의 전망인 1.8%보다 적은 1.5%가 될 것이라고 러시아 경제지 ‘코메르산트’가 보도했다. 한편, 2017년 러시아 경제 성장률은 기존 발표치인 0.8%보다 높은 1%가 될 것이라고 IMF는 평가했다.

하지만 러시아에서 유가 상승은 루블화 강세로 이어지고 있는데, 러시아 중앙은행은 루블화 강세를 일관되게 반대하고 있다. 유가가 상승하면 수입 가격을 급격히 떨어뜨리는데 이렇게 되면 수출업체에 위협이 되고 러시아 국내 생산에도 불리하다. 2015년 봄 이와 비슷한 상황에서 러시아 중앙은행은 루블화 가치를 떨어뜨리기 위해 루블화 강세를 일부러 막았다.

게다가 유가 상승은 러시아 경제의 개혁 가능성도 위협한다. 엘비라 나비울리나 러시아 중앙은행 총재가 밝힌 바 있듯이,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가 돼도 경제구조의 개혁 없이는러시아 GDP가 1.5~2% 이상 성장하지 못한다.

재정적 이득

스타리슬라프 베르네르 IFC 금융센터 부회장은 “최근 석유 시장에서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독특한 상황이 형성됐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공급부족 상황은 콜롬비아와 나이지리아에서의 반군 준동, 캐나다 산불, 카타르에서의 파업 같은 예상치 못한 사태들에서 비롯됐다.

결국 지난 5월 20일 아시아 석유 거래소들에서 북해산 브랜트유 선물 가격은 0.5% 상승한 배럴당 최대 49.1달러를 기록했다. 그래서 유가는 러시아 예산 편성의 기준인 배럴당 50달러에 거의 근접했다.

투자회사 ‘루스-인베스트’의 애널리스트 세묜 넴초프는 “원료 가격 상승은 당연히 러시아 예산을 충당하는데 긍정적 요소다”라고 말했다. 비교하자면, 앞서 알렉세이 울류카예프 러시아 경제발전부 장관은 연평균 유가가 배럴당 40달러일 때 러시아 재정 적자 규모는 GDP의 4%를 차지하게 된다고 밝혔다. 50달러이면 적자 규모가 3%로 줄게 된다.

루블화 강세는 러시아 국내 생산업체들을 어려운 상황으로 몰아넣고 있다. 2014년 러시아에서는 루블화 가치가 하락하자 수입대체 정책이 발표됐다. 수입품 가격이 상승하자 수입대체 상품을 생산하는 러시아 업체들은 이전보다 더 유리한 상황에 놓였다. 따라서 2015년 3월 루블화 가치가 세계 주요 통화들과 비교하여 10% 상승하자 러시아 중앙은행은 루블화 강세를 강하게 반대했다.

이와 함께 루블화 강세 속에 수입 가격과 여행 서비스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올레크 사포노프 러시아 관광청 청장이 5월 밝힌 바와 같이, 2016년 러시아 관광객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나라는 그리스가 될 가능성이 크다. 루블화 가치가 상승하면서 러시아인들이 유로존 국가인 그리스를 여행하는데 드는  비용을 낮추고 있다.

불황 위험

애널리스트들은 향후 유가 급등을 기대하지 않는다. 투자홀딩 ‘피남’의 애널리스트 보그단 즈바리치는 “우리는 금년 하반기에 유가가 확실히 회복되리라고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연말쯤 브랜트유 가격은 배럴당 최소 50-55달러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반 카피토노프 러시아 국민경제국가행정아카데미 기업경영대학 부교수도 이에 동의하며 브랜트유 가격이 배럴당 50달러 이상 상승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상황은 미국 셰일오일 회사들의 운영이 불리하게 될 경우에만 변할 것이다. 하지만 이들 회사는 샌드오일 생산을 위한 지출을 일관되게 줄이고 있다. 가격 상승을 막으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러시아의 가장 권위 있는 경제학자들 가운데 한 명인 블라디미르 마우 국민경제국가행정아카데미 총장은 앞서 RBTH와의 인터뷰에서 “저유가는 러시아 정부의 경제 효율성을 높이고 에너지 의존도도 줄이면서 개혁을 실천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에너지 자원 가격이 상승하면 정부가 개혁을 포기하게 될 수도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경제 자문들이 이미 경제 구조 개혁 연기 계획안을 마련했다고 러시아 경제지 ‘베도모스티’가 지난 5월 20일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계획안은 지금이 개혁의 적기가 아니라고 확신하는 알렉세이 쿠드린 전 재무장관이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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