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중국에 곡물 수출 시작

이제 러시아는 봄밀과 옥수수, 쌀, 콩, 캐놀라 5가지 종류의 곡물을 중국 시장에 수출할 수 있게 됐다. 세르게이 단크베르트 러시아 농업감독청 청장이 인테르팍스 통신에 밝힌 바에 따르면, 이번 밀 공급 의정서는 중국이 지난 30년간 닫아 두었던 곡물시장을 러시아에 개방한다는 데 그 의미가 있다. 그는 “무역에서 돌파구가 사실상 마련됐다. 우리는 2006년부터 협상을 진행해 왔다”고 말했다.

농업감독청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시베리아와 극동 지방에서 생산된 러시아 곡물에 대해 수출을 허용했다. 밀은 알타이와 크라스노야르스크 변강주, 노보시비르스크와 옴스크 주에서 공급된다. 옥수수와 콩, 캐놀라, 쌀은 하바롭스크와 프리모리예, 자바이칼 변강주, 아무르 주와 유대인 자치주에서 공급된다. 곡물 공급 지역을 이렇게 선정한 이유는 중국 식품안전국이 이들 지역에서만 검사를 시행했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대중 곡물 수출이 중단된 것은 1990년대 중반부터다. 당시 중국 당국은 곡물 오염을 이유로 러시아를 비롯한 여러 국가의 곡물에 금수 조치를 도입했다. 당시 금수 조치에서 콩류는 제외됐지만, 중국과 인접한 러시아 지역들에서 생산된 콩만 거래됐다.

대중국 곡물 수출, 러시아에 어떤 이익 줄까?

러시아 물류운송산업 포털 인프라뉴스(Infranews)의 알렉세이 베즈보로도프 대표의 말에 따르면, 중국이 한 해 수입하는 고품질 밀의 양은 몇백만 톤으로 이는 고급 과자류와 중국에서는 사람들이 잘 먹지 않는 흰빵을 생산하는 데 사용된다. 유럽으로는 철도 수송료가 비싸고 아시아로는 곡물과 기타 식품 화물용 물류가 없어 수출 기회가 제한돼 있는 시베리아 지역들에 대중국 곡물 수출 협정 체결은 큰 돌파구가 된다고 그는 지적했다.

나탈리야 샤가이다 러시아국민경제·국가행정아카데미(РАНХиГС) 농식품정책센터 소장의 견해에 따르면, 이로써 시베리아의 곡물 생산 지역들에서 곡물 생산을 확대할 새로운 동인이 생겨나고 영농인 수입 확대 및 생활여건 개선을 위한 기회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2014년 결산 결과 러시아는 주요 곡물 수출국 순위에서 미국과 인도, 프랑스, 캐나다, 호주에 이어 6위를 차지했다. 이와 함께 러시아는 밀 수출에서 미국과 캐나다에 근소하게 밀리며 3위를 차지했다.

러시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러시아산 곡물과 곡물제품 수출은 2015년 11개월 동안 3,215만 톤을 기록했고 그 중에서 1,879만 톤(58%)은 밀이 차지했다.

러시아산 곡물의 주요 수입국은 터키와 이집트,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아제르바이잔이다.

샤이가다 소장은 “아태지역 국가 중에서는 한국이 가장 중요한 수입국이다. 러시아산 귀리와 옥수수 수출에서 한국이 각각 9.1%와 17%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 곡물의 수출량은 각각 640톤과 59만 6천 톤으로 보잘것없다”고 말했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미국과 캐나다에서 곡물을 사들이고 있다.

“터키가 러시아 곡물의 최대 수출 시장 가운데 하나인 점을 고려할 때, 러시아 곡물 생산업자들은 새로운 파트너들이 필요하다. 터키는 러시아 곡물의 총 수출량에서 약 15%를 차지한다. 지난 2014/2015년 시즌 대터키 곡물 수출량은 550만 톤 이상이었다. 러시아는 터키와의 무역 관계가 중단될 수도 있어 새로운 판매 시장을 찾아 나서야만 한다.” 회계 컨설팅 회사 ‘2K’의 경영파트너 타마라 카시야노바의 지적이다.

카시야노바는 중국이 러시아의 대터키 곡물 수출량을 완전히 대체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농업감독청의 평가에 따르면, 2016년 러시아는 중국에 1백만 톤의 곡물을 공급할 수 있다.

이에 앞서 아르카디 즐로쳅스키 러시아곡물협회 회장은 2~3년 후 러시아의 대중 곡물 수출량이 3백만 톤으로 늘어날 수 있겠지만, 첫 해 공급량이 많을 것으로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타스 통신에 밝혔다. 

2015년 1~10월 중국의 곡물 수입 통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