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릭(BRIC) 펀드 폐쇄의 의미

로이터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브릭스 국가들에 대한 투자를 목적으로 설립, 운용해온 브릭(BRIC) 펀드를 폐쇄했다. 전문가들은 지난 몇 년 사이 개발도상국들이 투자자들에게 매력을 점점 상실했고, 이들 국가의 연합체인 브릭스 자체는 정치적 연합체로 변신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경제지 RBC데일리는 미국 은행 골드만삭스가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에 대한 투자 펀드 운용을 중단했다고 미국 내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한편, 블룸버그 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 펀드 자금은 신흥시장투자펀드(EMEF)와 합병될 예정이다. 브릭 펀드 운용자산은 2010년 최대 8억 4,200만 달러에 달했지만, 지난 10월 최대 9,800만 달러까지 감소했다. 브릭스(BRICS)가 탄생한 것도 처음에는 바로 이 펀드에서 시작됐다.

주요 원인

투자회사 UFS IC의 애널리스트 표트르 다시케비치는 지난 몇 년간 개발도상국들에 대한 관심이 중국 경제 성장 둔화와 대러 경제 제재, 원자재 상품가 하락 등으로 인해 감소했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올해 초부터 신흥시장 주가지수 MSCI EM이 12% 감소했지만, 그와 동시에 미국의 종합 주가지수 S&P500은 1% 증가했고 범유럽 지수 유로스톡스600(EUROSTOXX 600)은 약 10% 늘었다고 투자회사 ‘루스-인베스트’ 분석실장 드리트리 베덴코프는 상기했다. “지난 몇 년간 펀드 개념 자체가 투자자들이 보기에 타당성을 상실했다”고 다시케비치는 말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하나의 펀드에 여러 나라의 자산을 모아두는 것은 오늘날 현실에서는 이해하기가 점점 어려워 보인다.

2014년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인해 신흥시장의 경제적 잠재력과 투자 매력도가 감소했다. 투자회사 ‘프리덤 파이낸스’의 게오르기 바셴코 러시아 펀드시장 거래부장은 브릭스 시장에 투자된 펀드의 자본이 미국과 중국, 유럽연합(EU) 시장으로 곧바로 이동했다고 말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이러한 과정은 최소한 원자재 수출 가격이 다시 상승할 때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게다가 투자홀딩 ‘피남’의 애널리스트 보그단 즈바리치의 지적에 따르면, 미국의 신용통화정책 강화는 신흥 경제에 또 다른 강력한 타격이 될 수도 있다. 세계 시장의 투자자들은 오는 12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해 계속해서 대비하고 있다.

브릭에서 브릭스로

브릭(BRIC)이라는 용어는 2001년 당시 골드만삭스의 자산운용 책임자였던 짐 오닐이 고안했다. 오닐의 평가에 따르면, 거대 개발도상국 그룹이 세계 발전에 점점 더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2003년 발표된 골드만삭스의 연구에 따르면, 브릭의 경제 규모는 달러로 환산할 경우 2050년까지 서방 선진 6개국의 경제 규모를 앞지른다. 게다가 바로 브릭 국가들이 세계 경제 성장의 핵심 동력이 돼야 한다고 오닐은 평가했다. 이 연구가 나온 이후 2004년 때마침 골드만삭스는 브릭 펀드를 설립했다.

그 후 주가지수에 포함된 국가들은 정치 연합체를 설립했고 2010년에는 여기에 남아공이 합류해 브릭스(BRICS)가 됐다. 다시케비치는 브릭이 경제적 차원에서 정치적 차원으로 점차 이동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연합체 창설을 주도한 사람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었다. 2006년 푸틴 대통령은 브릭 틀 안에서 장관 회담을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이후 2009년 6월에는 새로운 연합체 국가 정상들이 만나 회담했다.

하지만 브릭스 경제의 상호 의존도는 여전히 매우 낮다. 예를 들면, 러시아와 나머지 회원국들의 교역 규모는 2008년 대비 50% 증가한 1,050억 달러를 기록했다. 한편, 2014년 중국과 브릭스 회원국들의 교역량은 3,120억 달러에 달했고 같은 해 중국과 미국의 교역량은 5,920억 달러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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