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동해권 잇는 '통합 전력 그리드' 구축 추진 중

아르가갈린스카야 화력 발전소, 마가단 주 (사진제공=언론 사진)

아르가갈린스카야 화력 발전소, 마가단 주 (사진제공=언론 사진)

'라오 에스 보스토카(РАО ЭС Востока, '러시아동부전력계통') 홀딩이 지난 22일 대북 전력공급 사업의 기술경제적 타당성 조사 용역 입찰에 참여한 4개 사의 신청서 심의를 시작했다. 러시아와 한반도, 사할린섬과 일본을 잇는 전력 연계망이 건설되면 동해를 둘러싼 거대한 '통합 전력 그리드' 구축이 가능해져 참가국들의 에너지안보가 강화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작년 10월 알렉산드르 갈루시카 러시아 극동개발부 장관은 북한이 '러시아-북한-한국' 3국 전력연계망 건설에 동의했다고 발표했다. 갈루시카 장관은 이 사업이 러시아 국영 수력발전회사 '루스기드로(РусГидро)'의 상업프로젝트이며 루스기드로는 극동지역의 잉여 발전량 해소를 위해 이 프로젝트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현재 4개 러시아 회사가 이 사업 참여 의사를 밝혔다. 그중 셋은 모스크바 소재 기업이고 하나는 시베리아에 위치한다. 미하일 아비조프 열린정부 장관이 실소유주로 알려진 E4그룹의 계열사 '시베리아에너지과학기술센터(Сибирский ЭНТЦ, 노보시비르스크 소재)'는 입찰가로 868만 루블(약 1억 4,300만 원)을 제시했다. EF엔지니어링은 935만 루블, ORGRES는 950만 루블, 로텐베르크 형제 소유의 '테크 모스에네르고(ТЭК МОСЭНЕРГО)'는 957만 루블(약 1억 5,700만 원)을 제시했다.

'라오 에스 보스토카' 홀딩 홍보실은 "입찰 결과는 1월 30일 이후에나 공개될 것"이라고 코메르산트에 밝혔다. 홀딩측은 "북한과의 수출사업을 시작하면서 우리는 무엇보다 러시아 극동지역의 배전망과 발전시설 현대화에 힘을 쏟을 것이다. 수출을 위해 따로 발전소를 건설할 계획은 없다. 수출량을 확보하기 위해 기존 발전소들의 생산량 최적화 작업이 진행될 것이다. 그 결과 전력생산에 들어가는 연료소비량이 감소하면 연해주 주민들의 전기요금 인상율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홀딩측에서는 이 사업의 재정확보 문제는 아직 언급하지 않고 있다. "우리는 이 사업에 확실히 관심이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이야기는 사업타당성 조사가 완료된 후에야 가능하다"고 홀딩 홍보실은 밝혔다. 전력난을 겪고 있는 북한 라성 무역경제지대에 대한 전력공급이 이 사업의 우선 목표다. 작년 라성 지역의 전력부족량은 30메가와트(MW)였고, 2025년 경에는 600MW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2015년 3/4분기에 블라디보스토크 소재 '보스토치나야' 열병합발전소가 가동을 시작하고 북한 국경 부근의 하산 시까지 110kV와 220kV급 새 송전선 건설을 시작할 계획이다. 그 결과 2016년경 최대 연 200MW의 전력을 북한으로 공급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알렉산드르 이사예프 블라디보스토크국립경제대학교 교수는 "북한은 가난한 나라다. 그렇기 때문에 변제능력이 의심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 보면 러시아는 작년 북한의 대러채무액을 재조정해주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은 전력 대금을 지불할 방법을 찾을 것이다. 북한이 저렴하지만 상당히 숙련된 자국 노동력으로 변제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한국까지 전력망을 연계하는 안이 준비 중이다. 한국으로 전력을 공급하려면 500kV급 송전선을 구축해야 한다. 이밖에도 홀딩은 사할린과 일본을 잇는 전력망 건설도 구상 중이다. 러시아통합전력공사(РАО ЕЭС России)는 지난 2003년에 이미 일본 수미토모 사와 함께 전력망 건설 계획을 연구해왔다. '라오 에스 보스토카' 홀딩은 2017~2018년쯤이면 일본으로 연 500~600MW의 전력을 공급할 수 있으며, 차후에는 4GW까지 늘릴 수 있다고 밝혔다.

알렉산드르 아브라모프 극동연방대학교 자연대 수리경제학과 교수는 "러시아-한반도, 그리고 사할린-일본을 잇는 전력 연계망 건설로 동해를 둘러싼 '통합 전력 그리드' 구축이 가능해지며 그 결과 참가국들의 에너지안보가 강화될 것"이라며 "러시아에게 이는 흥미로운 사업이다. 석탄, 가스, 석유를 원료로 내다파는 것보다 전력을 파는 것이 나은 선택"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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