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獨 총리, 하노버 산업박람회에서 러시아 비판

2013년 4월 8일 하노버 박람회 투어 후 기자 회견에서 푸틴 대통령과 메르켈 총리. (사진제공=로이터)

2013년 4월 8일 하노버 박람회 투어 후 기자 회견에서 푸틴 대통령과 메르켈 총리. (사진제공=로이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하노버 산업박람회를 방문하여 경제적 성과를 거두긴 했으나 정치적 이견을 드러내기도 했다. 독일 산업계가 푸틴 대통령을 환영한 것과는 달리 메르켈 독일 총리는 산업박람회 파트너 국가인 러시아를 비판했다.

푸틴 대통령의 독일 방문 배경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하노버 산업박람회는 러시아 기업들이 서방에서 가장 많이 찾는 산업박람회일 뿐만 아니라, 수익성도 가장 높다. 러시아가 2013년 하노버 산업박람회 공식 파트너 국가가 되면서 그 어느 때보다 많은 170개 러시아 기업이 박람회에 참가했다. 러시아와 독일 기업들은 하노버에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모두 지켜보는 가운데 수억 유로에 달하는 다수의 계약에 서명했다.

경제적 측면에서 하노버 산업박람회는 확실히 러시아의 대성공으로 볼만하다. 예를 들어 독일 지멘스 사는 러시아 철도공사(RZD)와 전략적 협력 협정에 서명했다. 이 협정에 따르면 지멘스 사와 러시아 철도공사의 자회사 시나라는 2020년까지 최소 350대의 전기열차를 생산한다. 더 나아가 지멘스 사는 러시아 송유관 업체 트렌스네프티와도 송유관 운영 협력 증대에 관한 협정을 체결했다. 이 협정은 트렌스네프티가 시베리아 거대 송유관 VSTO-1과 VSTO-2에 필요한 장비를 지멘스 사에서 추가 구매한다는 내용을 일부 포함하고 있다.

하노버 산업박람회는 러시아 자체에도 큰 성공이었다. 독일 건설사들이 칼리닌그라드의 신규 생명공학단지 건설에 파트너로 참여하기 때문이다. 총 투자액은 약 3천만 유로로 평가된다.

그러나 하인리히-뵐 재단 모스크바 사무소 대표 젠스 지거트는 푸틴에게는 산업박람회 방문이 성공적이지 않았다고 말한다. 푸틴 대통령의 공식 방문과 관련하여 서방 언론은 러·독 협력의 경제적 이정표보다는 메르켈 총리의 러시아 비판과 우크라이나와 독일 인권운동가들이 하노버에서 벌인 스릴 넘치는 시위를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이러한 긴장 관계는 푸틴의 독일 방문 직전 모스크바와 다른 러시아 도시들에서 진행된 독일 NGO 단체 사무실들에 대한 일제 수색에서 비롯됐다. 이번 조사는 NGO 단체의 합법적 등록 요건을 수립하기 위해 공식 차원에서 일상적으로 이뤄졌다고 한다. 하지만 서방 전문가들은 이번 조사를 독립적인 NGO 단체들을 탄압하려는 시도로 보고 있다. 따라서 메르켈 총리도 이에 대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

베를린 소재 독일국제안보연구소(SWP)의 러시아 전문가 헨닝 슈뢰더는 러시아가 메르켈 총리의 비판을 충분히 이해했다고 말한다. “나는 메르켈 총리의 성명과 독일 여론이 전달됐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러시아 신문 보도를 보면 독일 NGO 단체들에 대한 조사가 러시아 내에서도 거부감을 불러일으켰음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독일의 비판이 양국 간 긴장 관계를 조장해서는 안 된다고 슈뢰더는 덧붙여 말했다. “러시아는 이웃국가이자 중요한 경제 파트너입니다. 양국은 상호 신뢰 속에 긴밀하게 협력할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독일이 유럽연합에 치중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러시아가 구소련 지역들에 집중하면서 양국의 정치적 관계가 잠시 침체기에 빠졌으나 곧 벗어날 것입니다. 메르켈 총리는 러시아와의 관계를 계속 유지하고 개선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국제 문제와 관련한 정치적 협력, 구소련 지역들에서의 협력, 문화사회 교류, 상업과 투자의 확대 발전 등 모든 영역에서 협력을 증대하는 데 관심이 있는 러시아의 파트너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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