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경제연합(EEU) 출범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각

(사진제공=로시스카야 가제타)

(사진제공=로시스카야 가제타)

구소련 공화국 러시아-벨라루스-카자흐스탄 3개국이 주축이 되어 결성한 관세동맹… 그 뒤를 이은 유라시아경제연합(EEU)의 출범을 앞두고 일각에서는 ‘제국의 부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소련 붕괴와 함께 단일한 정치, 사회경제 체제가 해체되고 15개의 신생 독립국이 출현했다. 이들 신생국들은 모두 하나 같이 독립 이후 심각한 사회경제 위기를 겪었다.

소련 붕괴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소련 시절 건설된 단일 생산체제의 와해를 들 수 있다. 1990년대 초에는 소연방 붕괴로 야기된 부정적 결과들을 완화시켜 주는 연합체로서 독립국가연합(CIS) 창설 구상이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그러나 신생 독립국들 정치 엘리트들의 이기주의와 많은 내부 문제로 말미암아 CIS의 잠재력은 현실화되지 못했고 CIS에 대한 수많은 비판의 소지를 낳았다.

세기의 전환기에 포스트소비에트 공간의 경제 통합 구상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그것은 많은 점에서 푸틴 대통령의 집권과 관련되어 있었다.

첫 단계에는 유라시아경제공동체(Евразийское экономическое сообщество, ЕврАзЭС)의 작업을 활성화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그러나 통합 구조가 복잡하고 결정 채택 체계도 뒤죽박죽이어서 진지한 성과는 내지 못했다. 그래서 경제적으로 가장 성공한 러시아,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3국 대통령이 2007년 관세동맹(Таможенный союз) 창설을 결정했다. 이는 상품과 사람, 서비스와 자금의 자유로운 이동을 위한 단일 공간 창설을 전제로 하는 통합의 새로운 단계였다. 이 분야에서 이룬 진전 덕분에 관세동맹 참가국들은 더 야심 찬 목표들을 논의할 수 있게 됐다.

단일 관세공간의 창설은 물론이고, 거시경제와 경쟁력, 에너지, 교통의 총괄 조정까지 전제로 하는 유라시아경제연합(Евразийский экономический союз, ЕЭС, EEU) 결성 구상도 이렇게 해서 나왔다. 관세동맹 회원국들은 관세조정 기준을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최대한 가깝게 조정했다. 이와 동시에 관세동맹과 장래 EEU 내의 의사결정은 모든 회원국의 이해관계와 입장을 평등하게 고려하는 원칙에 입각하여 이루어진다.

세르게이 글라지예프 러시아연방 대통령 지역경제통합 자문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관세동맹 발족 이후에 특히 회원국들 간의 국경 무역이 크게 증가했다. 러시아-카자흐스탄 국경이 세계에서 가장 긴 국가간 경계선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통합의 초기 효과는 이곳에서 가장 뚜렷하게 관측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카자흐스탄 내에 등록된 러시아-카자흐스탄 합작기업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카자흐스탄은 행정·조세 제도 완화 조치를 통해 러시아 기업인들을 끌어들일 수 있었다. 관세동맹 발족 이후 기계제작 부문에서 양국 협력은 카자흐스탄 내 공동 프로젝트 수립 및 생산기지 설치 등을 통해 눈에 띄게 활발해졌다.

그러나 최근 포스트소비에트 공간의 통합 문제는 수많은 억측에 휩싸이게 됐다. 가장 널리 퍼진 억측 가운데 한 가지는 러시아가 경제통합을 이용해 소비에트 연방의 부활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퇴임을 앞두고 포스트소비에트 공간의 통합이 미국에게는 '소련으로의 회귀(Re-Sovietization, ресоветизация)' 시도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런 류의 비난 이면에는 지정학적 경쟁구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에게는 역내에 독자적인 이해관계를 가진 경쟁자들이 있으며, 이들은 포스트소비에트 공간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이 증대되는 데 대해 불만을 품고 있다.

가령 유럽연합은 특히 러시아 서쪽에 있는 구소련 공화국들을 자신의 영향력 확대 공간으로 바라본다. 작년 11월 말 빌뉴스에서 열린 '동부 파트너십(Восточное партнёрство)' 정상회의를 둘러싸고 벌어진 사건들이 첨예화했던 것도 바로 여기에서 연유한다.

경쟁은 동쪽도 있다. 중국에게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전략적으로 중요한 에너지자원 조달 국가들인 동시에 자국의 상품시장이다. 따라서 경제 분야를 조정하는 초국가적 통합체를 창설하려는 어떤 종류의 시도에도 중국의 반응은 예사롭지 않다.

러시아는 구소련 국가들에게 통합을 통해 경제 현대화를 실현하고,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며 공동의 노력을 통해 세계경제 속에서 자국의 입지를 찾도록 손짓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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