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밭을 훨훨 나는 ‘북극곰’ 러시아 비치사커팀

2011년 러시아 국가대표 비치사커팀은 전년도 우승국 브라질을 12대 8로 꺽고 월드컵 우승을 차지했다. (사진제공=라밀 시디코프/리아노보스티)

2011년 러시아 국가대표 비치사커팀은 전년도 우승국 브라질을 12대 8로 꺽고 월드컵 우승을 차지했다. (사진제공=라밀 시디코프/리아노보스티)

일 년에 반은 눈이 쌓여 있는 러시아에서 비치사커(beach soccer)란 그야말로 먼 나라 이야기다. 그러나 바로 이 스포츠 종목에서 러시아 국가대표팀이 세계 선두주자가 되었다.

2011년 9월 이탈리아 라벤나에서 열린 비치사커 월드컵 결승전. 모든 예상 대진표와는 반대로 러시아 대표팀이 당시 세계 최강 브라질 대표팀의 골문에 12골을 꽂아 넣으며 세계 챔피언이 되었다.

추운 나라인 러시아에서는 다분히 이국적인 스포츠 종목에서 자국 대표팀이 우승했다는 사실에 러시아 국민은 놀라는 동시에 기뻐했다. 러시아 스포츠 팬들은 축구 국가대표팀의 저조한 성적에 익숙해져 있는 터였다. 그런데 별안간 국민적 자부심을 높일 계기가 생긴 것이다.

이 승리에 놀라기는 브라질도 마찬가지였다. 비치사커 시즌이 겨우 다섯 달 남짓이고 실내 경기장이라고는 전국에 하나밖에 없는 러시아에 자국 대표팀이 패배한 이유를 아무도 설명할 수 없었다. 비치사커가 생활의 일부인 브라질을 꺾을 상대는 오랫동안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이탈리아 월드컵을 시작으로 러시아팀이 비치사커계를 호령하는 새로운 시대가 열린 것이다.

러시아 비치사커 팀은 불과 6년 만에 열성적인 아마추어 수준의 팀에서 세계 최강팀이 되었다. "우리가 처음 비치사커를 시작했을 때는 그저 비치사커에 열성적인 아마추어에 불과했어요." 러시아 대표팀 주장 일리야 레오노프는 이 같이 회상했다. 그는 2011년 비치사커 월드컵에서 최우수 선수로 선정됐다. "우리가 TV에 나오게 된 건 그야말로 사건이었죠!"

러시아 대표팀은 그야말로 고속 성장의 길을 밟았다. 2007년 유럽 비치사커 리그(EBSL)에서 처녀 출전과 동시에 동메달을 따내며 2007 비치사커 월드컵 진출권을 따냈다. 월드컵에서는 12위를 차지했다. 신생팀치고는 나쁘지 않은 성적이었다. 2008년과 2009년 월드컵에서는 8강까지 올랐다. 그리고 다음 월드컵인 2011 비치사커 월드컵(2010년에는 FIFA의 결정에 따라 경기가 열리지 않았음)에서 진정한 승자가 된 것이다. 2011년 신임 코치 미하일 리하초프가 이끈 러시아 대표팀은 정말 강했다. 토너먼트 전체를 통틀어 단 한 번의 패배도 허용치 않았으며, 플레이오프에서는 강팀 멕시코와 엘살바도르를 상대로 안정적인 경기를 펼쳤다. 그리고 월드컵은 러시아가 브라질을 누른 역사적인 승리로 막을 내렸다.

러시아 대표팀의 결속력의 원천이 무엇인지 설명하는 것은 간단하다. 대표팀 선수 거의 전원이 러시아 클럽 비치사커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모스크바 '로코모티프'에서 뛰고 있는 덕분이다. 러시아 비치사커 챔피언십은 2005년부터 열리고 있다. 본선에는 16개 팀이 참가하지만, 챔피언 자리를 놓고 다투는 건 언제나 모스크바의 두 클럽 '로코모티프'와 '스트로기노'다. 또 모스크바 강변에는 러시아 유일의 어린이 비치사커 교실이 있기도 하다.

러시아 비치사커 대표팀 선수들은 월드컵에서 우승하자마자 자국에서 유명인사가 됐다. 그렇지만 인기 면에서는 축구 대표팀의 상대가 안 된다. 수입 면에서도 그렇다. "월드컵 우승 상금으로 한 사람 당 42만 루블(미화 1만 4천 달러)씩 받았어요. 제가 선수로 뛰면서 받아 본 상금 중 가장 큰 액수였어요." 주장인 일리야 레오노프가 이렇게 말했다.

2011년 월드컵 우승 이후 1년에 한 번 아랍에미리트연방(UAE)에서 열리는 인터컨티넨탈컵에서도 승리를 이어갔다. 2011년에도, 2012년에도 러시아 대표팀은 결승전에서 브라질 대표팀을 눌렀다.

오는 9월 타히티에서 2013 비치사커 월드컵이 개최된다. 주장인 일리야 레오노프는 2년 전의 성공을 다시 거머쥐길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쉽지는 않을 것이다. 여름스포츠의 대명사 비치사커의 챔피언 자리를 되찾길 고대하고 있는 브라질이 이번에야말로 모래밭을 훨훨 나는 ‘북극곰’을 꺾고 설욕전을 펼칠 의지에 불타고 있으리라는 점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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