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서 ‘박물관의 밤’ 열려

(사진제공=리아 노보스티)

(사진제공=리아 노보스티)

매년 열리는 이 행사에 올해 150만 관객이 모였다. 심지어 폭우도 그들을 막을 수 없었다.

'박물관의 밤' 행사는 러시아 전역에서 치러졌으나, 모스크바에서 관객 수가 가장 많았다. 악천후에도 불구하고 박물관과 미술관, 심지어 야외 전시장에도 약 150만 명이 모였다. 대기자 줄의 길이로 보면 올해 가장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킨 것은 우주 테마와 패션 사진, 그리고 평소에는 닫혀있던 외국 대사관이었다.

'박물관의 밤'은 모스크바에서 2007년부터 매년 5월 셋째주 토요일마다 열리는데, 그보다 10년 전 베를린에서 처음 고안되었다. 이날은 모든 시내 박물관 입장이 무료이며, 박물관은 늦은 밤까지 개장한다. 또한 예전에는 귀족과 상인 가문의 소유였고 현재는 대사관들이 들어서 있는 18세기~19세의 옛 저택들도 개방된다.

행사 프로그램은 마지막 순간까지 비밀에 부쳐졌다. 모스크바의 250여 문화시설이 자신들의 프로그램을 제안했다. "모스크바의 규모와 꼭 보고 싶은 장소의 수는 베를린을 능가할 것이다." 독일 대학생 페테르(성은 밝히지 않음)가 말했다.

예를 들어 '마네시' 전시센터에서는 도스토옙스키 원작 영화 '백치'의 회고전이, 트레티야코프 미술관에서는 러시아 화가 말레비치의 '검은 사각형' 축제가, 건축박물관에서는 모스크바 지하철 개통 80주년 프로젝트가 열리는 등 볼거리가 많았다.

그러나 5월 중순 같지 않은 낮은 기온, 강한 비와 바람이 많은 이의 계획을 망쳤다. 야외 행사가 취소되는가 하면, 모스크바 모더니즘이 일본 예술에 미친 영향에 관한 고리키 자택 박물관 마당에서의 강의에는 소수의 청중만 모였다. 그러나 많은 박물관은 몸을 녹이고 옷도 말릴 겸 행사에도 참여하러 들른 예상치 못한 관객들을 맞았다. 마침 '파르크 쿨투리(Парк культуры)' 지하철 역 옆에 위치한 모스크바 시립박물관 등 여러 곳이 그랬다.

밤이 가까워지자 '문화좀비', 즉 이미 여러 박물관에 들른 후라 예술을 받아들이기도 지겨워진 사람들을 이곳저곳에서 마주칠 수 있었다. 그들은 표값을 얼마나 절약할 수 있을지에 관한 생각에만 불타서 여러 전시회를 막무가내로 돌아다닌다. 그러나 원래 똑같은 모스크바 박물관들에 매월 셋째주 일요일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알렉스 위켄덴은 6개월 전 캐나다에서 왔고, 현재 모스크바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그는 자신의 러시아 친구들이 박물관 지붕에서 새벽을 맞고 싶어했다고 말한다. "나는 아직 박물관 지붕에서 새벽을 맞아본 적이 없다. 그런데 우주박물관이, 그것도 우주에 최초로 진출한 나라에 있지 않은가. 굉장한 경험이다." 그러나 날씨가 한 몫 끼어들었다. 알렉스와 친구들은 전시회만으로 만족해야 했다. "우리는 지붕에서 그냥 비에 씻겨 내려갔을 것이다! 어쨌든 안으로 들어가려는 사람들이 많아 줄이 길었다. 박물관 사이트를 통해 미리 등록해 둬서 다행이었다. 튜브에 든 우주인 음식은 너무 비싸긴 했지만 마음에 들었다."

한편 프랑스에서 온 여성 관광객 베로니크(성은 밝히지 않음)에게는 '박물관의 밤'이 깜짝 이벤트가 됐다. "모스크바에도 이 행사가 있는지 몰랐다. 다른 관광객들이 추천해 주기에 이즈마일로보 크렘린에 갔을 뿐이다. 가 보니 거기에 보드카 박물관이 있었다! 무료로 들여보내준 데다 심지어 한 잔 채워주니 날씨도 그렇게까지 싫지 않았다. 그렇지만 내가 계속 모스크바에 있었다면 그런 날씨에는 절대로 밖에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 그녀가 말한다.

그러나 역시 개인적인 느낌으로 가장 큰 돌풍을 불러일으킨 곳은 데로진스코이 저택이었다. 현재 그곳에는 호주 대사 관저가 들어서 있다. 입장 줄이 크로폿킨스키 골목 전체에 늘어서 있었다. 평소엔 닫혀있는 가장 아름다운 아르누보 시대 건물에 들어가보고 싶어한 사람이 수천 명이었다. 그중 절반은 저택 입구가 문을 닫는 자정까지 입장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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