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러시아 문화계 주요 사건 결산

소치 올림픽 개막식

소치 올림픽 개막식 (사진제공=AP)
소치 올림픽 개막식 (사진제공=AP)

2월 7일 소치에서 열린 2014 동계올림픽 개막식은 러시아의 새로운 이미지를 세계에 소개했다. 특히 '러시아의 꿈(Сны о России)' 연출극은 올림픽 역사상 가장 최첨단 기술이 동원된 쇼였다. 이고리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과 알렉산드르 보로딘의 '폴로베츠인의 춤' 곡에 맞춰 구성된 고대 러시아와 톨스토이의 대하소설 '전쟁과 평화'의 모티브로 재구성된 19세기 황금시대에서 러시아 아방가르드와 구성주의를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러시아 역사와 문화 생활에서 한 획을 그은 주요 사건들이 하나의 이야기로 통합되었다. 한편, 러시아 여성그룹 타투(t.A.T.u)는 러시아 올림픽 대표팀에 바치는 찬가로 세계적인 팝 히트곡 '우리를 따라잡지 못해(Not Gonna Get Us)'를 불렀다.

안드레이 즈뱌긴체프의 영화 '리바이어던'

‘리바이어던’ (사진제공=kinopoisk.ru)
'리바이어던' (사진제공=kinopoisk.ru)

안드레이 즈뱌긴체프(А. Звягинцев)의 '리바이어던(Левиафан)'은 올해 러시아 최고의 영화다. 칸 영화제 최우수각본상을 수상했고 '글든글로브상' 후보에도 올랐던 즈뱌긴체프의 영화는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러시아 후보작으로 출품됐다. 이로써 러시아 영화는 오래간만에 처음으로 아카데미상에 경쟁력 있는 작품을 출품하는 데 성공했다.

안드레이 즈뱌긴체프는 롱테이크의 느림과 깊은 사색이 특징인 러시아 아트하우스 영화를 창시한 안드레이 타르콥스키의 스타일을 계승하고 있다. '리바이어던'의 역설은 이 영화가 구약성서의 욥기를 암시하는 진지한 사회극인 동시에 감독이 러시아 벽지의 삶을 풍자적으로 분석하고 있는 희극이라는 점에 있다.

베를린 장벽 붕괴 25주년

(사진제공=Vostock Photo)
(사진제공=Vostock Photo)

독일은 러시아에도 중요한 날인 11월 9일에 동독 사회주의 정권의 결정으로 세워진 베를린 장벽 붕괴 25주년을 기념했다. 베를린 기념식에는 1989년 기념비적 사건들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했던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이 러시아의 공식 대표로 참석했다. 고르바초프는 핑크 플로이드의 전설적인 록 오페라 '더 월'의 음악에 맞춰 자신의 손바닥 도장을 돌에 찍어 남기는 상징적 의식을 끝내고 나서 "기발한 행동을 하고 의식을 거행하는 것이 중요한 건 아니다. 세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말로 이날 기념 축제의 본질을 규정했다.

스키타이 황금

(사진제공=AP)
(사진제공=AP)

크림이 러시아에 귀속됐을 때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는 크림 박물관들에서 가져온 고대 황금 조각상과 장식물, 갑옷 등 총 500점 이상의 스키타이 황금 컬렉션이 전시되고 있었다. 네덜란드 박물관들은 정치적 분쟁 속에서 이 컬렉션을 전시회 조직에 협력한 우크라이나에 전달해야 할지, 크림 박물관들에 돌려줘야 할지 딜레마에 빠지고 말았다.

현재 소량의 전시품이 우크라이나에 가 있는 상태지만, 주요 컬렉션 문제에 대한 논의는 네덜란드 당국에 의해 다달이 미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1월 크림 박물관들이 네덜란드 법원에 보물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유리한 판결이 나오지 않을 경우 유네스코에 항소할 예정이다. 하지만 법정 투쟁의 결과는 전혀 예측할 수 없다. 유사한 분쟁 사례가 없기 때문이다.

에르미타시 박물관 개관 250주년

(사진제공=알렉산더 페트로샨)
(사진제공=알렉산더 페트로샨)

2014년 12월 7일 러시아는 러시아 최대 박물관인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국립 에르미타시 박물관 개관 250주년을 맞이했다. 박물관 250주년 기념 행사는 2014년 내내 계속됐다. 지난 여름과 가을 에르미타시 전시관에서는 유럽 최대 현대 미술 비엔날레 가운데 하나인 '마니페스타 10'이 열렸다. 지난 11월에는 연극배우와 가수, 발레 솔리스트들이 에르미타시 극장 무대로 나와 가장무도회 '되살아난 그림들'의 부대행사로 유명 그림 속 인물들의 되살아난 모습을 연기했다.

에르미타시의 250주년 기념일 자체도 널리 경축됐다. 12월 7일 페테르부르크 궁전광장에서는 러시아와 페테르부르크의 역사 속에서 박물관 역사를 조명하는 화려한 레이저 쇼가 펼쳐졌다. 에르미타시에 바치는 최고의 선물은 여행정보 전문 세계 최대 포털사이트 트립어드바이저(TripAdvisor)가 이용자 설문조사를 통해 매년 평가하는 유럽 박물관 순위에서 에르미타시 박물관이 1위를 차지한 사실이었다.

1차 세계대전 발발 100주년

(사진제공=리아 노보스티)
(사진제공=리아 노보스티)

1차 세계대전은 러시아에 큰 타격이었다. 첫째, 러시아는 막대한 인명 피해를 입었다(모든 참전국 중에서 사망자가 가장 많았다). 둘째, 1차 세계대전은 러시아 농민과 노동자 계급의 불만을 고조시킨 도화선이 되었고, 이는 결국 1917년 혁명으로 이어졌다.

소련 권력은 1차 세계대전을 '제국주의 전쟁'으로 부르며 이 전쟁의 기억을 조직적으로 말살했다. 올해 러시아 당국은 러시아 역사에서 최대 비극이었던 이 전쟁을 기념하고자 노력했다. 지난 8월 상트페테르부르크 근교에서는 병사와 장교들의 제복과 훈장, 무기, 문서, 개인 사물 등 희귀품을 수집해 놓은 1차 세계대전 박물관이 개관했다. 페테르부르크 루스키 박물관에서는 1차 세계대전 관련 그림 전시회가 열렸고, 모스크바 멀티미디어 아트 박물관에서는 1차 세계대전 기념 대형 인터렉티브 전시회가 열렸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러시아 청년영화

‘1년 더’ (사진제공=kinopoisk.ru)
'1년 더' (사진제공=kinopoisk.ru)

2014년은 러시아 청년영화에서 들려온 희소식과 함께 시작됐다. '1년 더(Еще один год)'를 찍은 옥사나 비치코바(О. Бычкова)는 로테르담 영화제에서 주요 상 가운데 하나를 수상했다. 올해 중순 무렵 서방 언론은 알렉산드르 코트(А. Котт)의 독창적인 무성영화 '시련(Испытание)'을 발견했다. 지난 가을 이 영화는 도쿄 영화제에서 주요 상을 수상했다. 올해 영화 '별(Звезда)'을 찍은 또 한 명의 신진 감독 안나 멜리캰(А. Меликян)은 미국의 유명 연예 전문 주간지 '버라이어티'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촉망되는 영화감독 10인'에 포함됐다. 가장 최근에는 이반 트베르돕스키의 '교정반(Класс коррекции)'과 니기나 사이풀라예바(Н. Сайфуллаева)의 '나의 이름(Как меня зовут)'이 개봉했다. 이 두 영화도 각각 모로코 마라케시와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올해의 최우수 영화로 인정받는 등 이미 상을 받은 바 있다.

이 모든 영화의 공통점은 하나다. 세계 관객을 향한 '낮은 숨결'이 바로 그것이다. 지난 11월 프랑스 올플뢰르에서 열린 러시아 영화제에 참석한 유럽 관객들은 '뉴웨이브 영화'의 탄생을 전했다. "우리 눈 앞에서 러시아가 변하고 있었다. 이는 주제와 인물 유형, 문제들의 변화를 통해 알 수 있었다." 프랑수와즈 슈네르브 영화제 총감독이 영화제 프로그램에 대해 이같이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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