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인의 정신세계

모스크바국립대학교 학생들은 기타를 연주하고 노래를 노래한다.

모스크바국립대학교 학생들은 기타를 연주하고 노래를 노래한다.

블라디미르 뱌트킨/리아 노보스티
‘러시아적 영혼’의 실체는 무엇일까? 러시아의 위대한 작가들이 과거에 이미 그것에 대해 세밀히 묘사해놓긴 했지만, 여전히 이 미스테리한 러시아적 영혼, 혹은 러시아인의 정신세계를 구성하는 큰 특징들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꼬집어 말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러시아와 러시아인들은 너무 복잡해서 이해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택하는 쉬운 방법은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을 '러시아적 영혼'이라고 싸잡아 이야기 하는 것이다. 내가 러시아와 연을 맺고 살아온 지난 11년 동안 나의 많은 외국인 친구들이 "도대체 그 러시아적 영혼이라는 게 뭐냐"고 수도 없이 물어왔다. 도스토옙스키와 고골, 톨스토이 모두 러시아적 영혼을 그들만의 방법으로 설명했지만, 과연 21세기에 사는 우리는 이 신비스러운 '혼(魂)'을 어떻게 묘사할 수 있을까?

러시아를 드나들며 살아온 11년 동안 나는 문화적으로는 쉽게 융화될 수 있었지만, 이 시간 동안 과연 내가 러시아인들의 정신세계, 그 특징을 얼마나 체득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이것이 러시아적 영혼'이라고 못박을 수 있는 특질이 여러 가지 있겠지만, 러시아적 영혼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친구들에게서 내가 높이 평가하는 핵심적인 특질들이 있다.

풍부한 유머 감각

러시아에서의 사람들의 삶은 예측불가능하고 지구상의 다른 어떤 곳에서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변화가 일어나는 것 같다. 이러한 불안 상태와 타협하는 방법으로 많은 이들이 택한 것이 바로 유머 감각을 발휘하는 것이었다. 심각하기 그지 없는 상황에서조차 항상 숨을 돌릴 수 있는 웃긴 순간이 있다. 심지어 변호사를 대동한 법정 회의에서 피의자 및 피해자와 농담을 하면서 모두가 박장대소하게 만드는 경관을 본 적도 있다.

이러한 전설적인 유머감각은 심지어 러시아 공포영화의 재미있는 장면들에도 반영돼 있다. 블랙유머 또한 러시아에서 높이 평가되며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멘탈甲'

웬만한 일에는 흔들리지 않는 강인한 정신력은 많은 집단에서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되는 특성이자 강인함의 척도이기도 하다. 나의 직장동료이자 가까운 러시아인 친구는 내게 항상 "쓸데없이 골치 썩지 마"라고 한다. 물론 경험이 그를 분별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 준 것이지만, 내가 높이 평가하는 것은 그가 절대로 사소한 것때문에 큰 그림에 대한 초점을 잃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나는 이렇게 자질구레한 일에 무신경해지는 것이 매우 유용함을 수년 간 봐 왔다.

러시아 여자와 사귀는 외국 남자들이 자신의 여자친구에게서 자주 듣는 말이 "자긴 정말 나약해"라는 말이다. 러시아 극동지역에서 산 경험은 나를 웬만한 일에는 끄덕 않는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다. 길고 추운 겨울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은 아니다.

정직과 솔직함

솔직함은 러시아인들에게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덕목이다. 러시아인과 함께 있을 때는 어렵지 않게 상대방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 그는 당신에 대한 호불호를 결코 숨기지 못한다! 러시아인들은 가식적인 미소를 띤 채 속으로 다른 생각을 품는 일이 거의 없다. 러시아에서는 낯선 사람이나 새로 알게 된 사람의 미소를 보기 힘들지만, 그래서 매우 편한 점도 있다. 일본과 심지어 스칸디나비아 반도 같은 곳에 관해 여행객들 사이에 도는 농담이 있다. "누가 당신에게 친절하다고 해서 그 사람이 당신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말이다. 이런 일은 러시아에서 절대로 있을 수 없다.

러시아적 영혼은 솔직함을 요구한다. 사실 공적인 자리에서의 솔직한 반응은 실제로는 나쁜 의도가 전혀 없어도 무례함으로 오인되는 경우가 많다. 솔직함은 또한 러시아에서 수많은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발언들을 탄생시켰지만, 음흉한 생각을 감춘 거짓 미소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삶

이건 반드시 그렇다고 할 수 없다. 거대한 메가폴리스 모스크바에 사는 현대인들은 그런 삶을 원치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작은 도시나 광대한 러시아의 지방을 여행하다 보면 자연에 순응하고 살면서 멋진 러시아의 자연 속에서 최고의 행복을 느끼는 많은 이들을 볼 수 있다.

러시아의 혼은 추운 저녁 별이 빛나는 하늘 아래 방랑시인의 음악을 틀어놓고 캠프파이어 옆에서 자연에 감사하며 따뜻한 수프를 즐기는 것을 높이 산다. 세상에서 가장 멋진 자연 경관들 중 일부가 있는 러시아에서 이는 문화의 큰 부분을 차지해왔다.

의리에 살고, 의리에 죽고

이는 내가 러시아에서 살면서 사적인 관계나 직장 관계 모두에서 목격한 것이다. 친구 사이에 우정 또는 의리는 반드시 필요한 덕목으로 여겨지며, 한번 친구가 되면 평생의 친구가 된다. 우정에 관한 속담 중 가장 널리 알려진 하나는 '옛 친구 하나가 새 친구 둘 보다 낫다(Старый друг лучше новых двух)'이다. 나는 러시아인들의 의리 덕분에 내가 상상할 수 있는 한 최고로 강력하고 생생한 우정을 몇 번 체험할 수 있었다.

러시아에서 '좋을 때만 나를 찾는' 친구는 경멸의 대상이다. 단단한 얼음을 깨기란 힘들지만 한번 얼음이 깨지면 평생의 친구를 얻게 되는 경우가 많다. 러시아에서는 직장에 대한 충성도도 대단히 높다. 물론 이는 인구가 적은 러시아에서 전체적인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왜곡돼 있다는 사실과도 큰 관련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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