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최초의 우주 비행사 가가린… 불운한 영웅

가미가제

가가린은 우주에서 신을 봤냐는 질문을 자주 받았다. 그때마다 그는 대답했다. "조금만 더 있었으면 충분히 신과 인사를 나눌 수도 있었을 것이다." 역사적 비행에서 가가린이 목숨을 잃을 뻔한 상황은 최소한 두 번 있었다. 한 번은 착륙할 때였고 다른 한 번은 우주 궤도상에서였다. 나중에 가가린은 말했다. "소란이 빚어질까봐 지구에 알리지 않기로 했다..."

가가린은 우주비행이 얼마나 위험한지 잘 알고 있었다. 가가린의 비행 전에 네 번 마네킹이 지구궤도로 발사됐는데, 그중 하나가 돌아오지 못하고 전소되었다. 이 정보는 극비였지만, 이 일이 목숨을 건 위험천만한 일이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었다. 1961년 4월 12일 가가린의 우주 비행이 성공하기 전까지 심지어 과학자들조차도 우주비행에 도전하는 젊은이들을 '가미가제(자살특공대)'로 여겼다. 하지만 가가린은 참전 경험이 없는 군인 세대, 다시 말해 무훈과 자기헌신을 꿈꾸던 전후 세대에 속했다. 우주는 그에게 이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었다. '보스토크'호의 비행은 108분간 계속되었다. 그 108분은 가가린이 세계적 스타가 되어 지구로 귀환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도덕·정치적 소양

가가린과 다른 아홉 명의 '우주 영웅' 후보는 우주인 훈련센터가 있는 '즈뵤즈드니 고로도크(Звёздный городок, 별의 도시)'에서 훈련을 받았다. 이들은 고독과 체력고갈, 고통을 극복하는 법을 배웠다. 완벽한 건강 상태는 필수 요건 가운데 하나였다. 가가린은 이렇게 회상했다. "의사들이 작은 망치로 뼈마디 하나하나를 모두 두드려보았고, 심장에서 전정기관까지 모든 신체기관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검사했다." 그런 다음 테스트가 끝없이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헤드폰을 통해 들려오는 목소리가 피험자에게 고의로 오답을 속삭였다. 그런 식으로 극한 상황에서 오직 자기 자신에 의지하는 법을 훈련시켰다.

가가린과 다른 아홉 명의 '우주 영웅' 후보는 우주인 훈련센터가 있는 '즈뵤즈드니 고로도크(별의 도시)'에서 훈련을 받았다.

열 명의 후보자 중에서 가가린이 특출한 재능을 보인 것은 전혀 아니었다. 그는 중키에 다부진 체격이었지만 매우 민첩했고 운동신경이 뛰어났다. 한편 체력 단련이 훈련의 전부는 아니었다. 장래의 우주인들은 카마닌 장군과 많은 시간을 보내야 했다. 정치교관은 그는 이 젊은이들의 도덕적, 정치적 소양을 단련하기 위해 얼마나 다그쳤느지, 마치 이들에게 외계인을 만나서 사회주의 체제를 선전하는 임무라도 주어진 것 같았다. 야로슬라프 골로바노프 기자는 카마닌이 "유머 감각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철두철미한 스탈린주의자"였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냉전시절 우주비행은 이데올로기와 불가분의 관계가 있음을 모두 이해하고 있었다. 상관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그것은 감내해야 하는 것에 속했다.

오판

왜 하필이면 가가린이 낙점됐는지는 판단하기 어렵다. 러시아 벽지에서 온 청년의 다소 어리숙한,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약간 모자란 듯한 외모가 니키타 흐루쇼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의 마음에 들었을 것으로 추측해볼 수 있을 뿐이다. 인류 최초의 우주인으로 선택된 가가린은 자동적으로 공인(公人), 즉 '국가의 얼굴'이 되었다. 꾸밈없고 자신감에 차 있으며 다소 투박한 얼굴이 바로 흐루쇼프가 생각한 소련의 얼굴이었음이 분명하다.

이밖에도 가가린은 실제로 훌륭한 비행사이자 용감한 사람이었다. 진지하게 훈련에 임했으며 몇 시간씩 내리 훈련장치에서 내려오지 않았고 매일 아침 힘겨운 산악 달리기를 완주했다... 그는 전력을 쏟아 부었다. 하지만 1960년대 초는 가가린 말고도 훌륭한 비행기 조종사와 야심찬 젊은이는 차고 넘치던 시기였다. 인류 최초의 우주 비행사가 되는 영광은 누구에게든 떨어질 수 있었다.

별의 몰락

우주에서 돌아온 후 가가린 소령은 끊임없이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소련식 생활양식을 찬양했다. 이러한 '세계 순방'에는 두 가지 능력이 필수적이었다. 하나는 끊임없이 술을 마실 수 있는 능력이었고 다른 하나는 건배사를 하는 능력이었다. 가가린은 두 가지 모두 완벽하게 소화했다. 다양한 시기에 그와 술잔을 부딪힌 사람 중에는 유명한 배우, 작가, 정부 수반, 심지어는 영국 여왕까지 포함돼 있었다.

우주 비행사 가가린, 1965년

하지만 세계 순방에서 돌아온 그는 매우 복잡한 심리 상태에 빠져들었다. 그것은 전직 운동선수와 가수, 배우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우울증, 무기력, 자신이 쓸모 없다고 느끼는 기분 등 흔히 '몰락한 스타들이 겪는 심리상태'였다. 국가가 가가린에게 제공한 자가용 승용차와 안락한 아파트, 기타 부와 특혜는 소진된 에너지를 보상해주지도,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게 도와주지도 못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 전 세계가 그에게 열광했는데 이제 그에겐 할 일이 없었던 것이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스트레스 퇴치용 특별 프로그램이 필요했다. 하지만 그런 프로그램들은 가가린의 비행 이후 수십 년이 지나고 나서야 개발됐다.

포로스에서 생긴 사고

가가린은 스트레스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술을 마시기 시작했고 술주정도 심했다. 술에 취해 그가 벌인 추태에 대한 소문들이 온 나라로 퍼져 나갔다. 그중 가장 유명한 이야기는 흑해 휴양지 포로스에서 일어났다. 만취상태로 인사불성이 된 가가린이 휴양소 발코니에서 뛰어내린 사건이었다. 추락으로 가가린은 머리와 얼굴에 심한 상처를 입었고 한 달간 병원 신세를 졌다고 한다. 이때 '국가의 얼굴' 왼쪽 눈썹 위에 흉터가 남아 성형수술을 받았는데, 그 당시 성형수술이라는 것은 할리우드 스타들이나 받을 수 있는 것이었다.

우주

1960년대 중반에 찍은 사진들 속에서 가가린의 표정은 상당히 우울해 보인다. 역사적인 우주비행이 있던 날 전 세계인의 기억 속에 각인된 매력적인 미소는 사라지고 없었다. 우주비행사부대 지휘관으로 임명된 가가린은 1966년 6월 '소유즈' 프로그램에 맞춰 훈련을 시작했다. 두 번째 우주비행도 가능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가가린은 여전히 정신을 가다듬지 못한 채 술을 마셨고 우울해 했으며 친구들에게 자신의 경력이 끝났다고 말하곤 했다.

마지막 비행

가가린은 지상에서보다는 하늘에서 더 편안함을 느꼈다. 그는 프로 비행사였으며 다름 아닌 비행기 조종을 통해서 자신의 존재감을 느낄 수 있었다. 우주는 그의 한계를 넘는 것이었다. 우주 비행은 그의 정신이 감당하기 힘든 시련이었던 것이다.

말년에 가가린은 끊임없이 비행기를 탔다. 거의 매일 치칼로프 비행장을 찾아 미그기 조종석에 앉았다. 그러던 어느 하루가 마지막 날이 되었다.

가가린은 비행 훈련 중 추락 사고로 사망했다. 그가 취한 상태로 조종간을 잡았다는 소문이 돌았다. 살해됐다는 둥 자살했다는 둥 다른 설들도 잇따랐다. 헝가리에서는 최초의 우주 비행사가 가가린이 전혀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고 주장하는 책도 나왔다. 이 책의 저자는 가가린이 거짓말에 평생 괴로워하다 결국 자살을 택했다고 확신했다. 폭로 전문 주간지 '소베르셴노 세크레트노(Совершенно секретно, 일급비밀)'는 가가린이 사실은 죽지 않고 레오니드 브레즈네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에 반기를 들었다는 이유로 정신병원에 갇혀 있다는 설을 전하기도 했다. 끝으로 불가리아의 예언가 방가는 가가린이 사망하지 않고 "하늘로 갔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예언가는 이게 무슨 뜻인지 정확히 밝히지는 않았다. 이 모든 소문과 설은 가가린이 실제로 전설적인 인물이었음을 말해준다. 가가린은 신비에 가까운 모호한 이유로 최초의 우주인이 되었다. 분명한 점은 이것이 가가린에게 행복을 안겨주진 못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