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인의 버섯열(熱), 비밀은 ‘퀘스트’

보리쌀과 감자를 넣은 영양 많은 버섯 수프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이 요리처럼, 여러 러시아 전통 버섯 수프 요리법 중 하나를 시도해 보자. (사진제공=로리/레기언메디아)

보리쌀과 감자를 넣은 영양 많은 버섯 수프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이 요리처럼, 여러 러시아 전통 버섯 수프 요리법 중 하나를 시도해 보자. (사진제공=로리/레기언메디아)

러시아인들이 ‘조용한 사냥(тихая охота)’이라 부르는 버섯 채집. 가을은 버섯 채집에 최고의 계절이다. Russia포커스가 버섯과 채소를 재료로 한 전통수프 요리법을 소개한다. 다 같이 버섯에 빠져보자!

러시아에서 스무 해를 살면서 내가 성취한 일 중에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이 꽤 많은데, 그중 최고라면 러시아인들의 최대 여가생활에 아주 그럴듯한 이름을 붙인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천재의 번뜩이는 아이디어 대부분이 그렇듯이, 그건 실수에서 비롯됐다.

나는 러시아어로 낚시하러 간다는 말이 '나 리발쿠(на рыбалку)'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버섯을 따러 갈 때는 '나 그리발쿠(на грибалку)'라고 할 거라 생각했다. 정말 그럴 듯하지 않은가? 그런데 틀렸다. 러시아에선 버섯을 따러 갈 때 '호디티 포 그리비(ходить по грибы)'라고 한다. 하지만 평소에 칭찬에 인색한 나의 사랑스런 러시아인 남편조차 내가 만든 표현이 훨씬 낫다고 했다

존 톨킨의『반지의 제왕』 속 호빗들처럼 러시아 사람들은 버섯에 '미친' 사람들이다. 늦여름에서 초가을로 접어들기 시작하면 러시아인들은 태곳적 '사냥꾼'의 충동이 본능적으로 깨어나는 것을 느낀다.

긴 지팡이와 버드나무 바구니로 무장한 러시아인들은 자연이 주눈 감칠맛 나는 선물인 그물버섯, 양송이버섯, 황금꾀꼬리버섯을 찾아 숲으로 향한다.

9월의 일요일 저녁 밖에 나가 산책을 하다 보면, 지친 기색이 역력하지만 왠지 의기양양한 표정을 한 버섯 '사냥꾼'들이 톡 쏘는 향이 나는 사냥감으로 가득한 바구니와 양동이를 가지고 교외 기차역에서 돌아오는 모습과 맞닥뜨리게 될 게 거의 확실하다.

러시아인의 이 특이한 버섯열(熱)은 어디에서 기원한 것일까? 이러한 버섯사랑은 온국민적 현상인만큼 그 역사도 길다. 남녀노소, 빈부, 도농을 막론하고 모든 러시아인이 수백 년 동안 '그리발쿠'(내가 붙인 이름이다!)에 집착해왔다.

재료 :

버터 6 큰술, 양송이버섯 4컵

 

그물버섯, 포타벨라버섯 또는 꾀꼬리버섯 2컵

 

말린 버섯 1컵, 마데이라(Madeira) 와인 2컵

 

뜨거운 물 1컵, 양파 1개, 마늘 3큰술

 

토마토 페이스트 2큰술, 육수 8컵(닭육수, 버섯육수 또는 채소육수)

 

샐러리 3줄기, 생보리 1컵

 

붉은감자 2알, 큰 당근 2개

 

생 타임(thyme) 허브 1큰술, 간장 3큰술

 

소금, 후추, 고명으로 얹을 사우어크림, 생 타임

다음 전나무 아래서 무엇을 발견할 지 결코 알 수 없다는 버섯 찾기의 예측불가성 때문일까? 아니면 작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가 (그가 다른 집착들을 탐구하기 전에) 자서전 『말하라, 기억이여(Память, говори, Speak, Memory!)』에서 묘사한 모친의 버섯열처럼, 추적의 따릿함 때문일까?

"어머니는 탐색에서 가장 큰 기쁨을 느꼈다. (중략) 축축한 전나무 아래서 몸을 일으켜 내쪽으로 다가오다가 나를 발견했을 때 어머니의 얼굴에 나타난 야릇하고 생기 없는 표정은 불운이라 해석될 수도 있겠지만, 내가 알기로 그것은 성공한 사냥꾼만이 가질 수 있는 긴장감과 질투심이 섞인 최상의 행복감을 나타내는 것이었다."

작가의 어머니가 자신이 채집한 버섯으로 직접 요리를 한 적은 결코 없었다. "...하인들이 그 버섯을 어디론가 내갔다. 버섯이 어디로 가는지, 어떻게 처리되는지 어머니는 전혀 알지도 못했고, 관심도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버섯에 대한 열기가 사그라드는 것은 아니었다!

버섯이 신선하고, 저렴하며 풍부한 철에는 수많은 러시아 전통 버섯수프 중에 하나를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보리쌀과 감자를 넣어 만든 아래의 영양 많은 버섯 수프처럼.

조리법 :

1. 말린 버섯을 찬물에 헹군 후 얕은 그릇에 담아 와인과 뜨거운 물을 붓는다. 20-30분간 그대로 둔다.

2. 바닥 두꺼운 냄비에 버터 3 큰술을 넣고 거품이 생길 때까지 녹인다. 잘게 썬 양송이버섯을 넣고 살살 볶는다. 중약으로 맞춘 불에 25분간 두고 버섯에서 물기가 나왔다가 다시 졸 때까지 가끔 저어준다. 불에서 내려놓는다.

3. 큰 무쇠솥에 남은 버터를 녹인다. 양파와 마늘을 살살 볶는다. 샐러리, 당근, 감자, 보리를 넣고 채소가 숨이 죽을 때까지 5-7분간 볶는다.

4. 토마토 페이스트와 간장을 넣고 골고루 저어준다. 준비된 버섯을 넣어 섞는다.

5. 면행주나 종이타월을 깐 체 또는 작은 채반을 오목한 그릇 위에 놓는다. 와인 희석액에 불린 버섯을 체국자로 건진 후 남은 국물을 체로 걸러 불순물을 제거한다. 버섯과 맑은 국물을 냄비에 붓는다. 바닥에 눌러붙지 않도록 나무주걱으로 저어주면서 5-7분 동안 뭉근히 끓인다.

6. 육수와 네모썰기한 버섯, 타임을 냄비에 넣는다. 뚜껑을 덮고 25분간 익힌다. 보리와 감자의 전분기 때문에 국물이 걸쭉해질 수 있으므로, 육수를 추가하면서 농도를 맞춘다. 간장, 소금, 후추가루를 넣어 간을 맞춘다.

7. 스메타나(사우어크림)와 신선한 타임을 듬뿍 올린 후 얕은 수프 그릇에 담아 낸다.

다라 골드스타인(Darra Goldstein) 저 『알 라 뤼스(A la Russe)』의 레시피를 참고했음.

프리야트노보 아페티타(맛있게 드세요)!

 

제니퍼 에레메예바는 미국인 프리랜서 작가로 모스크바에 오랫동안 살고 있다. 유머 블로그 'Russia Lite'의 주인장이자 요리 사이트 'The Moscovore'를 만들어 관리하고 있다.

This website uses cookies. Click here to find out more.

Accept cook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