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 대신 ‘붓’을 들었던 러시아 작가 7인

미하일 레르몬토프 ‘티플리스 전경’ (사진제공=공개자료)

미하일 레르몬토프 ‘티플리스 전경’ (사진제공=공개자료)

“한 가지에 뛰어난 사람은 모든 것에서 뛰어나다.” 독일 작가 리온 포이트방어의 말이다. 러시아의 문화유산을 둘러보면 이 금언이 사실임을 실감할 수 있다. Russia포커스 편집부는 문학뿐 아니라 미술에서도 뛰어난 재능을 보였던 러시아 작가 일곱 명을 선정해 소개한다.

알렉산드르 푸시킨 (1799~1837), 러시아

알렉산드르 푸시킨
알렉산드르 푸시킨 ‘자화상’
(사진제공=공개자료)

러시아의 위대한 시인 푸시킨의 스케치 스타일은 그의 애독자들 사이에선 아주 친숙하다. 푸시킨이 남긴 거의 모든 원고에는 얼굴, 인물, 동물, 풍경, 일상생활 장면 등을 묘사한 그림들이 텍스트 사이사이에 담겨 있다. 푸시킨은 자신의 책 디자인에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 그의 원고 곳곳에서 표지와 삽화를 위한 밑그림들을 자주 만날 수 있다. 그러나 ‘화가’ 푸시킨이 가장 즐겨 그린 것은 자화상이었던 듯싶다. 독자들이 익히 알고 있는 푸시킨의 옆모습 초상화는 작가 자신이 연필이나 잉크로 그린 것이다. 

 

미하일 레르몬토프 (1814~1841), 러시아

미하일 레르몬토프
미하일 레르몬토프 ‘티플리스 전경’ (사진제공=공개자료)

레르몬토프는 연필, 수채, 유화, 잉크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여 그림을 그렸다. 그의 작품 중에는 크로키로 그린 스케치도 있고, 아주 세밀하게 작업한 유화도 있다. 레르몬토프는 가슴 깊이 사랑한 캅카스 산악지대의 영웅들과 풍경을 특히 좋아했다. 레르몬토프는 미술 교육을 전문적으로 받지는 않았으나 그의 미술 작품은 문학 언어로 창조된 이미지들에 생생함을 더해준다.

바실리 주콥스키 (1783~1852), 러시아

바실리 주콥스키
 바실리 주콥스키 ‘가족묘지’
(사진제공=이타르타스)

푸시킨의 벗이자 멘토였던 시인 바실리 주콥스키는 러시아의 유명 화가 카를 브률로프의 친구인 동시에 화가였다. 주콥스키는 모스크바대학 부설 귀족기숙학교에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물감을 써서 그리기도 했고 연필로 스케치하기도 했으며 꽤 전문적 수준의 판화 기술도 습득했다. 여행을 아주 좋아했던 주콥스키는 러시아와 유럽 각국의 도시와 지방을 돌며 그린 풍경화 앨범을 무수히 많이 남겼다. 그런가 하면 주콥스키는 재능 있는 초상화가이기도 했다. 주콥스키의 동판화와 에칭판화들은 자신이 직접 그린 그림들을 밑그림으로 한 경우가 많았다. 

 

막시밀리안 볼로신 (1877~1932), 러시아

막시밀리안 볼로신
막시밀리안 볼로신 ‘메가놈 곶에서 바라본 전경’ (사진제공=국립문학박물관(ГЛМ))

시인 막시밀리안 볼로신은 소위 말하는 킴메리야 풍경화파의 창시자였다. 볼로신이 즐겨 그린 동화 같은 킴메리야는 그가 좋아했던 흑해 연안의 크림 반도의 옛 지명이다. 볼로신은 수채물감을 사용한 풍경화를 특히 즐겨 그렸고 그림 속에 이런 시를 곁들이곤 했다. “그대의 촉촉한 불빛과 흐릿한 그림자 속에 돌들은 터키옥 색을 띤다.” 볼로신은 파리에서 풍경화를 배웠다. 그의 작품들은 현재 모스크바 트레티야코프 미술관과 푸시킨 조형예술박물관 등 많은 박물관의 컬렉션으로 소장돼 있다.

블라디미르 마야콥스키 (1893~1930), 러시아

블라디미르 마야콥스키
 블라디미르 마야콥스키. 러시아 국립전신국 홍보용 포스터.
(사진제공=이타르타스)

 

마야콥스키는 소련 시대 미래파 시인이자 화가로 포스터 회화의 진정한 거장이었다. 어릴 적부터 그림을 그린 마야콥스키는 모스크바 회화·조각·건축학교(МУЖВЗ)에서 교육을 받았다. 이곳은 감옥살이 경력이 있는 마야콥스키를 ‘양민증’(반정부단체에 소속되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혁명 전 신분증명서) 없이 받아준 유일한 학교였다. 이후 마야콥스키는 시와 그림을 접목하여 ‘혁명 포스터’라는 새로운 예술 장르를 창조했다.

 

 

 

알렉산드르 지노비예프 (1922~2006), 소련

알렉산드르 지노비예프
알렉산드르 지노비예프 ‘독일’ (사진제공=공개자료)

철학자 지노비예프는 정작 자신의 미술 경력에 대해 그렇게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나는 시콜라(소련·러시아의 초중고등학교) 친구들, 군대 동기들, 모스크바대학교 시절 동기들과 교수들, 직장 동료들의 캐리커처를 끄적였을 뿐이다... 나중에는 지인들의 초상화나 일상의 모습들을 그리기 시작했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지노비예프의 작품을 수집하기 시작한 사람은 그의 아내였다. 그의 작품은 그가 소련에서 추방된 1978년 이후에야 본격적으로 대중에 공개되기 시작했다. 지노비에프의 모스크바 전시회는 2000년 10월 29일에야 처음 열렸다.

유리 코발 (1938~1995), 소련

유리 코발
 유리 코발 ‘모스크바 풍경’
(사진제공=공개자료)

유리 코발은 소련 어린이들에게 사랑 받던 작가 중 한 명으로 당시 아이들 사이에서 선풍적 인기를 끈 삽화잡지 ‘무르질카’의 편집위원이기도 했다. 그가 보유한 수많은 자격증 가운데는 미술교사 자격증도 있었다. 코발은 작가로서만 아니라 화가로서도 발군의 솜씨를 발휘했다. (빼어난 삽화가였던 코발은 자신의 책은 물론이고 다른 사람들의 책에도 삽화를 그려줬다.) 코발은 석조공예 작업장에서도 일했고 삽화, 회화, 모자이크화, 에나멜화, 프레스코화에 관심이 많았다. 코발은 화가들이야말로 자신의 인생 여정에서 만난 최고의 사람들이었다고 말했다.

 

(오고뇨크(Огонёк)誌 자료를 Russia포커스 편집부가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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