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어로 비즈니스 이메일 쓰기

비즈니스 서신에서 상대가 러시아인일 때는 대부분 이름과 부칭을 함께 써서 호칭한다.

비즈니스 서신에서 상대가 러시아인일 때는 대부분 이름과 부칭을 함께 써서 호칭한다.

CNDD
러시아에서는 비즈니스 서신의 90%가 이메일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당신이 러시아 사업 파트너와 이메일로 소통을 해야 한다면 구미어, 특히 영어와는 상당히 다른 러시아어 에티켓을 좀 알아두는 것이 좋다. 제일 먼저 염두에 둘 것은 비즈니스 파트너와 절대로 '서둘러 말을 놓지 말라'는 것과 '행간을 읽는 법을 배우라'는 것이다.

기업용 통신시스템 분야의 다국적 대기업에 근무하고 있는 독일인 타냐 브라흐만은 이메일을 이용해 러시아 파트너와 업무 소통을 하던 중 말을 놓자고('당신 вы' 대신 '너 ты'라는 호칭을 사용하자고) 제안했다가 전혀 예상치 못한 거절을 당했다. 이 일을 계기로 타냐는 구미와는 때로 상당히 차이가 나는 러시아식 비즈니스 에티켓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비즈니스 이메일을 매끈하게 시작하려면...

러시아 사업 파트너에게 비즈니스 서신을 쓸 때는 상대의 이름과 부칭을 나란히 써서 호칭해야 한다(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 등 러시아 대작가들의 소설을 읽어본 분들이라면 이해할 것이다. 상대 이름이 이반, 그의 아버지 이름은 니콜라이라면 그의 이름과 부칭은 이반 니콜라예비치가 된다). 존경하는 뜻을 강조하고 싶다면 호칭 앞에 관형어 '존경하는 уважаемый'을 덧붙이기도 한다. 이때 상대가 여성이면 여성형 'уважаемая'를 사용한다. 따라서 '존경하는 이반 니콜라예비치 Уважаемый Иван Николаевич'라는 말로 상대방을 호칭한다면 깍듯한 예를 갖췄다고 볼 수 있다.

이름과 부칭 대신 영어의 미스터(Mr.)와 미스, 미세스(Ms.)에 각각 해당하는 'господин'과 'госпожа'에 수신자의 성만 붙여 쓰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면, '존경하는 니콜라예프씨 Уважаемый господин Николаев'처럼 말이다.

모스크바에 살고 있는 미국인 제시 로엡은 "다른 부서에서 근무하는 동료나 직위가 자신보다 높은 사람에게 서신을 쓸 때는 부칭을 사용하는 것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신, 귀하, 여러분 또는 너? 

러시아어 2인칭 대명사 중 대문자로 시작하는 'Вы'와 소문자로 시작하는 'вы'를 사용할 때는 아시다시피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러시아에서는 '당신들, 여러분'처럼 복수의 의미로 사용할 때 소문자로 시작하는 'вы'를, 한 사람을 공손하게 지칭할 때 대문자로 시작하는 'Вы'를 사용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특히 창조적 직업 종사자들 사이에서 극존칭 '귀하께서, 당신께서'라는 의미의 'Вы'가 너무 고루하다는 생각이 퍼지면서 이를 기피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저를 'Вы'라고 호칭한 편지를 보면 짜증이 나요. 주로 무슨무슨 대변인이라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말이죠. 너무 거창하지 않나요? 소문자로 시작하는 '당신이 вы'만으로도 충분히 공손하다고 생각해요." 기자인 올가 프롤로바가 Russia포커스에 자신의 생각을 토로했다.

미국인 로엡은 "이 규칙 때문에 정말 골치가 아팠어요. 대문자를 써야할지, 소문자를 써야할지 아직도 헛갈릴 때가 많습니다. 영어는 대문자 소문자 사용법이 극히 간단명료한데다가 격식을 차리지 않은 서신에서는 아예 소문자만 사용하기도 하거든요"고 덧붙였다.

이런 사정으로 전문가들은 비즈니스 서신을 처음 보낼 때는 대문자 'Вы'를 쓰라고 충고한다. 만약 당신의 러시아인 파트너가 'Вы' 대신 소문자 'вы'로 답장을 보내왔다면 앞으로 그 사람과는 늘 'вы'를 쓰면 된다.

그리고 구미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러시아에서는 '당신 вы'에서 '너 ты'로 호칭을 바꾸기가 훨씬 어렵다. 외국인들은 이것이 러시아 비즈니스 에티켓에 상하 위계질서를 가리는 전통이 뿌리 깊게 남아 있는 탓이라고 생각한다.

독일인 브라흐만은 "독일은 훨씬 덜 경직되어 있어요. 독일에서는 상사가 부하직원에게 말을 놓으면 부하직원도 상사에게 말을 놓습니다. 그런데 러시아에서는 회사 내 위계질서와 권력서열을 드러내는 소통문화가 여전히 남아있어요"라고 말한다.

한편 일부 러시아 회사에서는 직원이 업무능력을 인정받았을 때, 혹은 한 팀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졌다는 의미로 상사가 부하직원과 말을 트기도 한다.

행간을 읽어라

물류 대기업의 운송부장인 불가리아인 이바일로 게초프씨는 러시아인 동료들이 배배 꼬인 표현을 너무나 좋아하고 구체적으로 말하는 경우가 드물다는 사실에 매우 놀랐다. "러시아인들은 서류에 싸인할 때가 되어서야 질문의 요지에 접근합니다." 그가 Russia포커스에 털어놓았다.

'오라토리키'사의 비즈니스 트레이너이자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 분야의 세계적 전문가인 세르게이 쿠진은 이런 성향이 러시아의 문화적 특수성에 기인한다고 말했다.

서구에서는 내용이 중시되는 저맥락(Low context)을 선호하는 반면, 러시아에서는 형식에 많은 의미가 부여되는 고맥락 문화(High context culture)가 우세하다. 그래서 많은 부분을 행간에서 읽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제가 관찰해보니 외국인들도 러시아에서 2~3년 일하면 말에 내포된 뜻을 읽는 법을 완전히 터득하더군요." 세르게이 쿠진이 말했다.

비즈니스 이메일을 잘 끝맺는 법

러시아어 서신에서 가장 일반적인 끝맺는 말로는 'С уважением' (Best regards) 와 'С наилучшими пожеланиями' (Best wishes), 'Искренне (Ваш)' (Sincerely (yours))가 있다.

어떤 사람들은 익살스럽게 'Шлю поклон' (경의를 표합니다), 'Кланяюсь' (고개를 숙입니다), 'Целую Ваши ручки' (당신의 손등에 키스를)를 사용하기도 한다. 기자 올가 프롤로바는 "경험상 이런 표현은 대개 나이 드신 분들이나 창조적 직업 종사자들이 사용한다"며 "전자가 이런 고색창연한 표현을 쓰면 일단 비즈니스 이메일이 다소 감성적이 되고 후자의 경우는 독창적인 느낌을 준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끝맺음 말이 모든 상황에 맞는 것은 아니다. 일례로 금융 분야에서는 이런 표현이 절대 금기시 된다고 제시 로엡은 강조했다.

인터넷 에티켓 전문가이자 NetManners.com 프로젝트 설립자인 주딧 칼로스도 이런 표현은 되도록 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고 주장한다. "사람들은 비즈니스를 할 때 상대에게 지적이고 프로페셔널한 인상을 주려고 노력합니다. 그런데 속어나 상황에 적절치 않고 거슬리는 표현을 쓰면 역효과만 얻게 됩니다."

☞ 러시아인도 모르는 트레티야코프 미술관의 10가지 사실

This website uses cookies. Click here to find out more.

Accept cook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