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양성평등 강박에 사로잡혀 있다”, 러시아 외교부의 해외여행 가이드

러시아 외교부는 해외여행 러시아인들이 마주칠 수 있는 문제들을 위해 묵직한 지침서를 만들었었다. 지침에 따르면 러시아인들은 행동을 자제하고 몸을 사려야 한다. 흥미있는 내용을 소개한다.
파리
파리 출처 : 로이터

본격 휴가철을 앞두고 러시아 외교부는 해외 여행을 하는 러시아인들을 위한 행동 준칙을 마련하기로 하고 권고 사항을 게시했다. 현지인들을 모욕하지 말 것, 구치소에 갇히지 말 것, '나쁜 러시아인'이라는 평판을 얻을 행동을 하지 말 것, 구타나 강도를 당하지 말 것 등의 조언을 담은 지침서는 ‘어떻게 행동하지 말아야 할지’에 방점을 둔다.

지침서에는 세계 어느 나라를 가더라도 유용할 표준 행동 준칙이 담겨 있다. 친근하게 행동할 것, 현지 법률을 위반하지 말 것, 빈민가나 위험한 지역에 머무르지 말 것, 현지 음식이 입에 맞지 않는다고 온 식당이 떠나가도록 소리를 지르며 불평하지 말 것 등이다. 그뿐만 아니라 특정 국가에서만 유용할 특화된 조언도 있다. 예컨대 올해 외교부는 '골루보이(원래는 하늘색이라는 뜻이지만, 문맥에 따라 남성 동성애자를 속칭하기도 함)라는 말 대신 '성 소수자'라는 단어를 쓰기로 했는데 이는 지침서에 관한 관심을 다시 한번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되었다.

한국에서 러시아아인이 자제해야 할 행동

러시아 외교부에 따르면 한국은 러시아 여행객이 편하게, 게다가 안전하게 여행할 수 있는 나라다. 단, 다음 세 가지는 좀 기억해 둬야 한다.

첫째, 공공장소에서 나이가 더 많은 사람 앞에서 대놓고 담배를 피우는 상대적으로 젊은 사람은 장유유서를 모르는 사람이라고 인식된다.

둘째, 식당에 가서 방에 들어갈 때는 신발을 벗는 것이 좋다. 신발을 벗으려 하지 않으면 한국의 전통과 관습을 무시하는 것으로 인식될 뿐만 아니라, 식당 입장 거부의 원인이 되는 일도 종종 있다.

셋째, 외교부가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항목인데 남북 긴장 상태를 고려할 때 이 주제로 대화할 일이 생기면 극도의 신중함을 발휘해야 한다.

주의사항이 지침서에 모두 거론된 것은 아니지만 한국을 처음 방문하는 여행객들에겐 그 정도로 충분하다. 러시아 외교부에 따르면, 한국은 여행에 안전한 나라이고, 러시아 여행객이 실수를 하더라도 한국인들은 이해하고 용서할 것이다.

끈적거리는 농담을 하기에 '절대적으로 안 좋은 곳'

케냐. 출처: AFP케냐. 출처: AFP

러시아 외교부가 자국민들에게 특별히 주의를 당부하는 두 가지 주제가 있다. 그것은 바로 '비전통적 성적 지향'과 현지인의 피부색이다. 외교부는 케냐 사례를 예로 들며 지침서에 이런 문구를 담았다. “케냐인을 원숭이와 비교하거나 케냐인의 지능을 거칠게 평가하는 것은 엄청나게 강경한 반응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흑인 인구가 다양한 비율로 있는 나라들에서는 '니그로(negro)'나 '깜둥이(nigger)' 같은 단어는 안 쓰는 것이 좋다”는 내용이다.

많은 러시아인은 '니그로'같은 단어가 모욕적으로 들릴 수 있다는 사실을 정말 잘 이해하지 못하는데, '니그로'가 흑인(black)'과 같은 말처럼 인식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내용을 공식 지침서에 담아야 했을지도 모른다. (다만 러시아 외교부는 Russia포커스의 지침서 설명 요청에 아무런 답변을 보내오지 않았다.) “백인들은 흰둥이라고 불러도 모욕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런데 '니그로'라고 부르면 왜 모욕하는 것인가?” 이것이 러시아인들의 인식 논리다.

성 소수자에 대한 태도에도 몇 가지 지침을 할애했다(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러시아 인구의 3분의 2가 호모포비아(동성애혐오증) 성향을 보인다). 그래서 러시아 외교부는 다음과 같이 당부한다. “예컨대 스페인에서 비전통적 성적 지향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를 공개적으로 드러내면 주변 사람들의 동조를 구하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부정적인 표현은 삼가야 한다'.”

이 지침에는 동성혼이 합법화된 지 오래된 덕에 양성평등에 대한 심각한 '강박'이 관찰되는 캐나다 예를 특별히 많이 들었다. “마초들의 '끈적거리는 야한 이야기'나 '비전통적 성적 지향을 가진 사람들'에 관한 농담을 하기에 과히 좋은 장소는 아니다”라고 설명한다. 성 소수자들이 밀집해 사는 대도시에서는 벌금형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침서는 설명한다.

태국인에게 고함쳐선 안 되고, 노르웨이에서는 아이들을 살짝 쳐서도 안 된다.

캐나다. 출처: AP캐나다. 출처: AP

동성애자(LGBT)들에게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이 좋다는 지침은 프랑스를 여행하는 러시아인들에게도 해당하는 내용이다. 프랑스를 방문한 러시아인들에게도 식당 웨이터나 웨이트리스를 '가르성(garson)' 이라고 부르지 말라고 충고한다. '무슈'나 '마담'이라고 부르는 편이 더 낫다. 프랑스어를 모르는 사람은 러시아어나 영어로 된 메뉴판을 가져다 달라고 부탁하기를 간곡히 권한다. “프랑스어 읽는 법을 모르면서 프랑스어 음식 이름을 발음하려고 시도하다 껄끄러운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 외교부는 캐나다인의 자의식과 미국인들과의 차이점, 네덜란드인이 독일인과 다른 점 또한 일러준다. 그들을 서로 비교하는 일은 반드시 피하자. 외교부의 조언에 따르면 덴마크인은 특히 조심스럽게 대해야 한다. 사람 사이의 거리를 유지하고, 소득 규모, 직장, 신앙을 묻는 말은 피하고, 성적 지향성과 어느 민족 출신인지 물어서도 안 된다. 사적인 질문은 아예 아무것도 하지 않는 편이 낫다.

노르웨이에 간 러시아인에게 주는 충고는 하나뿐이다. 그곳에서는 아이들에게 가하는 폭력이 형태를 불문하고 금지되어 있으므로 특히 주의해야 한다. '손바닥으로 찰싹 때리는 것, 뒤통수를 한 대 치는 것, 윽박지르는 것' 등이 모두 폭력에 포함된다고 설명한다. 이런 설명이 필요한 까닭은 러시아 중앙 텔레비전이 자주 노르웨이의 청소년 업무 담당 부처의 활동을 방송하며 이를 '청소년 지옥'이라고 표현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러시아는 청소년 당국도, 교회도 손바닥으로 가볍게 한 대 때리는 것을 폭력이라고 여기지 않는다.

태국을 여행하는 러시아인에게 주는 지침은 어떤 경우에도 태국인의 머리를 쓰다듬거나 고함을 지르거나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 지침을 지키지 않으면 그 태국인은 직무상 자신이 해야 할 일이라고 해도 당신을 위해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다.

러시아 외교부가 무슨 근거로 미국을 여행하는 러시아인에게 아무 조언도 하지 않기로 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중국에 간 여행객들에게는 현지인을 만나면 자기가 러시아에서 온 사실을 바로 밝히라고 조언한다. '중국인들은 러시아인에게 호의를 갖고 있어서 특별한 대우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참고: 러시아 여행협회 마이야 로미제 상무이사

“발간된 지 여러 해가 지난 이 안내 책자에 대한 내 의견을 말하라면 '외교부가 보는 관점이 그대로 드러난 지침서'라고 말하겠다. 세상은 훨씬 더 넓고, 이 조언들은 훨씬 더 넓은 범위를 다룰 수 있을 거다. 어떤 나라로 여행을 가든 러시아인에게 그곳에 머무를 때 지킬 행동 준칙을 추가로 들이민다. 어딜 가나 그곳만의 뉘앙스가 있다. 우리와 문화나 관습이 가까운 나라를 가더라도 마찬가지다. 보통 그곳만의 뉘앙스가 있기 때문에 비전통적 성적 지향을 가진 사람들은 어떻게 대해야 할지, 누구는 원숭이라고 칭해도 되고, 누구는 안 되는지가 구별된다. 필요할 경우에는 현지 뉘앙스가 주는 조언들이 외교부의 조언을 고려하여 새롭게 재구성되기도 한다.

외교부의 판단이 충분히 구체적인 상황에 기반을 두고 도출된 것이겠지만 우리가 그 상황을 잘 모를 수도 있다. 러시아인들이 여러 나라의 사회문화적 특성을 잘 몰라서 곤경에 빠질지도 모르지만, 그것 또한 우리는 알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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